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잇따른 반중(反中) 언행에 대해 중국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제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입장도 비판적이다.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시점에 야당 유력 대선 후보의 부적절한 언행은 한중 관계의 리스크(위험 요인)로 작용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사람들, 중국 청년 대부분도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8일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사는 등 이른바 '정용진 멸공 챌린지'에 편승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얼마전 SNS에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과 함께 멸공 해시태그(검색주제어)를 붙였던 해프닝에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함께 한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참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정 부회장의 발언은 홍콩 유력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에 알려졌고, 이제 신세계는 '반(反)중국 기업'의 이미지를 쓰게 됐다. 여기에 윤 후보가 편승했으니 중국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후보의 반중(反中) 언행은 한국의 대외관계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세계 10위권 국가의 지도자가 외교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국가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ㆍ중ㆍ일ㆍ러 등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외교 역량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생존에 필수적이다. 검사가 피의자 신문할 때 하듯이 툭툭 던지는 외교 언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둘째, 중국은 한반도 평화의 핵심 동반자이다.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 한반도 정세도 불안해진다. 그래서 지도자의 대(對)중국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셋째, 재중(在中) 100만 교민사회를 위험에 빠뜨리고 유학생들의 입장을 어렵게 한다. 해외에 800만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한국이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넷째, 90만명에 이르는 재한(在韓) 중국동포들의 입장을 힘들게 할 수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입국해 열심히 사는 중국동포들에게 한중 우호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다섯째,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활동을 어렵게 하고 한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시장이고,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한국 관광업계는 생존할 수 없다. 수많은 연예인과 미디어 콘텐츠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반중(反中) 발언을 멈추어야 한다. 이웃국가와 선린우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은 외교의 상식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한중관계의 리스크를 촉발해서는 안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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