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울었다. 24일 그와 가족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던 곳,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였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도 울고, 유튜브를 시청하던 사람들도 울었다.

이 후보는 굴곡진 가족사(史)와 욕설 파일 논란을 언급하며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여기가 바로 이재명과 그의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다. 아버지는 청소노동자로 일하셨고, 어머니는 이 건물 공중화장실에서 소변 보면 10원 대변 보면 20원을 받았다. 제 어머니와 여동생이 함께 화장실을 지켰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와의 갈등과 욕설 파일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형이 시정에 개입하는 것을 막자 어머니에게 욕설과 행패를 부려 이를 막는 과정에서 욕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게 어머니는 저를 언제나 믿어준 하늘과 같은 분이다. 공직자로서 참았어야 하는 데 잘못했다. 어머니도, 형님도 떠나셨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좀 헤집어달라"며 오열했다.

이 후보의 아픈 가족사는 대한민국 성장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필자도 그의 성남 시절과 같은 시기인 1970년대 대구에서 8식구가 변두리 단칸방에서 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노동능력을 상실해 3년동안 학업을 중단하고 소년노동자로 일했다. 국가가 가난했던 시절, 가난 속에 버려지고 소외된 삶은 처참했다. 이 후보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욕설 파일'의 덫에 갖힌 느낌이다. 대장동 문제는 '부패 프레임'으로, 욕설 파일은 '품격 프레임'으로 이 후보를 옥죄고 있다. 

이 사안들은 이 후보에 대한 기득권의 공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능력이 없다는 말은 못하니 약점을 잡아 부패와 품격 문제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이 후보의 등장은 기득권 세력에게 충격과 공포인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 사안들이 내부 총질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이 후보의 낙마를 겨냥해 검증을 빌미로 이슈화한 것이다. 이것을 본선에서 국민의힘이 공격무기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언론과 야당, 검찰이 나서 그토록 파헤쳤지만 이 후보가 직접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욕설 파일 문제는 아픈 가족사를 선거에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은 정책과 능력을 검증하는 캠페인이 되어야 한다. 지극히 사적인 문제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퇴행적 대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민주당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가난 속에서 열심히 살았던 이 후보와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와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의 도리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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