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우리들이 만일 게으르기 때문에/우리들의 낙인을 지우지 못한다면/차라리 과녁으로 나란히 서서/사나운 자의 총 끝에 쓰러지거나/쓰러지며 쓰러지며 부르짖어야 할 걸세'

시인 양성우의 '겨울 공화국'의 한 구절이다. 1975년 양성우는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이 시를 발표해 교직에서 파면됐다. 그는 1977년 '노예수첩'이라는 저항시를 발표해 긴급조치 9호 위반과 국가 모독죄로 수감되었다. 민주주의와 자유가 말살된 어둠의 시대, 유신시대를 우리는 '겨울 공화국'으로 불렀다.

코로나19 대선이 치러지는 요즘,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의 위기에 직면했다. 6.10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봄'이 반동(反動)세력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다시 '겨울 공화국'이 될지 모른다는 분노가 우리의 새벽을 일깨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40%를 넘는 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도는 그를 밑돌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 중 핵심은 친문(親文) 강경파와 이낙연 전 당대표 지지 세력 일부, 호남 기득권 세력 등 3대 반발 세력에게 있다고 본다. 이들 중 일부는 이재명 후보를 돕는 대신 기권하거나 상대 후보를 뽑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 몸담았던 의원 31명이 지난 26일 이재명 후보 중심의 단결을 외친 것도 이같은 흐름 때문이다. 일부 친문(親文) 의원들의 비협조적인 언행은 금도를 벗어났다. 이재명 후보 측근 그룹인 '7인회'가 대통령 당선 후에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당력을 집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실패후 반동(反動)의 시절을 경험했다. 그 당시에도 친노(親盧) 강경파는 정동영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고, 민주진영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던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 이후 우리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모욕적 행위,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었다. 이후 친노(親盧)는 스스로를 폐족(廢族 -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됨)으로 칭하고 정치적 동면에 들어갔다.

지금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의 위기에 직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하는 대북 선제 타격론은 한반도 평화의 위기를 몰고올 것이 자명하다. 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선대위는 '검찰 공화국'을 예감하게 한다. 기득권에 편향적인 정책들은 민생의 위기를 몰고올 것이라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엄중한 위기에서 범 촛불진영의 대연대가 필요하다. 다시 '겨울 공화국'에서 살지 않으려면, 다시 폐족(廢族)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다시 2007년 대선의 뼈아픈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민주진영과 촛불진영은 결연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이재명의 길'에 동행해야 한다. 백성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룬 민주주의의 봄을 소중히 지켜내야 한다. 촛불이 꺼지면 '겨울 공화국'이 온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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