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지난 3일 열린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무지와 극우적 안보관이 드러났다. 국정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의 제 1야당 대선 후보는 전쟁의 위기를 몰고올 수 있는 현안들을 마구 쏟아냈다. 2000년 6.15 선언 이후 힘들게 유지해온 한반도 평화는 윤 후보가 주장하는 대북(對北) 선제타격론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최고조의 위기를 맞게 됐다.

TV토론이 끝난 뒤 가수 신대철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지함이 곧 무능이다. 무지한 자가 유능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무지한 것은 죄악"이라며 "대통령은 경제, 외교, 안보, 복지, 미래비전 등에 전문지식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열망한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후보를 잘못 뽑았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TV토론은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각 후보의 역량과 비전, 철학 등을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의 무지와 극우적 안보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RE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 EU Taxonomy 등과 같은 개념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등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할 지도자의 자질에 치명적 흠결을 보인 것이다. "그게 뭐죠?"라는 윤 후보의 반문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극우적 안보관이다. 그는 사드 추가 배치를 공언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를 대상 지역으로 거론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과 주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사드 배치와 그로 인한 한중 갈등의 폐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사드 추가 배치는 한중 갈등을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 자명하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광종사자, 문화예술인들이 주로 입게될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가상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은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고갈 위험한 발상이다. 갈등 구조에 우연이 겹쳐 일어난 제 1차 세계대전을 보더라도 전쟁의 위험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윤 후보가 그토록 의지하겠다는 미국의 동의 없이 가능하지도 않은 선제타격론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보 경험이 전혀 없고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윤 후보가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도 전쟁을 막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했다. 제 1야당의 대선 후보가 친미(親美)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한반도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책임있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윤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와 대북 선제타격론을 철회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무지는 평화의 적(敵)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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