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부 한중사랑교회 장로
이상부 한중사랑교회 장로

오늘 수교 30주년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난 20여년을 되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며칠 설쳤습니다.

우리 동포들의 지난 30년은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일 뿐 아니라 사연도 얼마나 많은지요.

자리를 마련해주신 삼강포럼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우리 동포사회를 크게는 H-2 Visa 발급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시기 위해 1,000만원 정도의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와서는 얼마되지 않아 불법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시절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지내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먼저 빚을 갚기 위해 몇 년을 휴식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죽어라 일하는 것은 그래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불법단속의 공포, 임금 체불, 산재, 불안한 주거지, 육신의 질병, 깨어져가는 가정…
거기에다 그렇게 기대하고 그리워했던 한국사회의 냉대는 우리의 가슴을 더 시리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우리 동포를 우리 동포보다도 더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동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필요를 채우기 위해 Visa 문제, 임금, 산재, 숙식, 의료문제를 돕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많은 한국인의 사랑과 노력이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 동포와 더불어 대정부 집회, 포럼 등을 통해 우리 동포들의 입장을 호소하기도, 떼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외국인이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다 라는 프레임을 씌워 냉담하던 정부는 2007년에 법무부 지정 동포 체류지원센터를 전국에 4-5개를 지정하므로써 우리 동포들과의 소통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동포를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동부와 한국사회의 분위기 속에, 법무부는 어렵게 H-2 Visa를 우리 동포에게 허락하였습니다.

브로커 없이 합법적으로 많은 인원이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제도적인 제약조건이 있지만 합법의 신분으로 우리 동포들은 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비 아끼기 위해 그 추운 겨울에도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녔고, 숙소를 마련할 수 없어서 역 대합실에서 서성이기도 했으며, 그러기에 자존심 상해서 어디 가는 것처럼 트렁크 밀며 밤새 거리를 걸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빨이 아파도 돈 때문에, 불법이라서 병원·약국 가기가 두려워 이가 빠질 때까지 참고 기다렸던 우리에게 의료보험 제도가 적용되어 이제 무료진료를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던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기억도 하기 싫은 지난 세월의 아픔과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부족하지만 우리 동포들을 한국사회의 어엿한 시민으로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이제 그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라는 거창한 명제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정확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더 아름답고 멋진 동포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생존을 위해 살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들, 그래서 우리가 놓친 아니 저버린 중요한 가치들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자체가 한 권의 소설이 된다는 우리들, 살기 위해서 유보해 놓았던 그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회복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늘이 있기까지 애쓰고 수고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우리 동포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H2 F4 비자의 취업제한, 교육, 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적인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반중정서가 우리 동포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피해자인 우리 동포 뿐 아니라 동포를 사랑하고 위하는 한국인이 침묵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척박한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 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동포와 중국을 바로 알리기 위한 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아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원활한 소통과 초창기 우리 동포사회처럼 포럼과 모임들의 주제가 우리 동포의 권익을 위한 것이 많아져야 하며 이를 지혜롭게 한국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작은 것 부터라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들과 그 자녀들이 같은 민족으로 아니 자랑스런 개척자, 독립운동가의 후예로서 인식되며 대우받는 그 시대를 기대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우리를 통해 한국과 중국인이 동맹으로 나아가는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까지도 기대해 봅니다.

(상기 글은 삼강포럼에서 발표한 기고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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