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의 성(外道之城)


빛의 세기가 어둠에 구멍 뚫는다
잔 기울이며 동정(動靜) 살피는 일이
싱거운 노릇이라면 
이웃집 숙녀는
색 바랜 주름살 거머쥐고 있을 것이다
수음하는 테라스에 
손 내미는 그림자…
반세기가 숨죽여 흘렀고
덧돌의 무게가 우주를 받쳐 든다
물방아 도는 내력이 
이슬에 외로움 적어두는 멋스러움은 
풀잎에 손 베던 페이지의 오열이었다
한때는 범도 잡았다는 코믹…
블랙홀 흔들어 깨우는 기적이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법사의 도목검이 인내 도려내는 
향기의 구토아래
허무의 공백, 임신 4개월이었다 

 

낭자(娘子)


괜찮을까요, 그 말에 
여자는 향기 한술 떠 얹었다
미안해하지 맙시다 설이니까요 
디런~ 사내의 입술사이로 
신음 삐져나오며 
감격 감싸 안았다가 스르르 눕힌다

물풀 사운대는 호수위로 
개똥벌레의 반뜩임…
사랑은 순간을 반뜩이는 불티일찌라도
아픔은 어둠 연소하고 있다

고독은 러브라는 외래어보다 
통하는 데가 있을까, 있다면
쾌락합시다 그 섬섬옥수로…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시간은 별빛 움켜쥔 채
금단의 사과도 볼 붉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구름 건너 별밭에서 
다시 똑똑똑…
텔레파시가 폰 어루만지는 뉘앙스로
검열 마치고 있다
이래도 될까여… 
행복, 행복하므니다

 

인형의 집


빗속을 걸어갈 때
나방들 흐느낌이 벤치에 눕는다
코스모스 치마 입는 날
씨앗들 신음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바람은 몰랐던 것일까
안개강 기슭엔 이별도 
새벽 잔등 보듬어주었음에랴

집 나간 지 
열흘…
영시의 별자리에 보석 박아 넣는 
떨림의 흔적
길고 긴 가을편지 속으로 휘파람 부는
환영(幻影)마다
성수기의 광야 덮는다

노라~ 노라~!! 
입쎈의 희곡이
노르웨이 앞바다 펼쳐 들고 있다 

 

집착


깝쳐대던 하루가 무색해진다
자동차 엔진소리가 새벽하늘 가르고
시간의 그림자가 하수구에 말라붙어 있다
날은 밝았나, 재겨 묻는 리허설이
입술 뜯어 바칠 때
시인의 함자(銜字)위에 좀비의 나래 짓
빛 되어 꼬불딱 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꺼다 

아쉬움 꺼내어 
놀빛 닦는 모습에 플러그 꽂으며
여자는 고요를 전율했고
그리움에 소스 바르는 작업이
인내의 또 다른 연장선임을 
불 꺼진 가로등이 비춰주고 있었다

암야의 전주곡 
밤을 회 뜨는 바다의 몸부림이
뉴스에도 적혀있다

소망의 발톱부리가 
지구에 뿌리 박는 동영상은
별이 되어 잘랑 거린다 

 

비올라의 현(絃)


어디에도 
분명한 것은 없었다
피아니스트 가녀린 손가락이
고독의 음계 두드려대는 아픔은 
기억의 봇물 움켜잡기 전이었다
영혼의 수감록에는 물풀의 흐느낌이 
긴 기다림 붕대로 감고 있었고
노천극장 숨죽인 메모가 
백사장 핥는 모습도
추억 닦기에 여념 없었다 

가상공간의 귓구멍 
천사 같은 눈송이가 날아 내렸고
정오의 입김이 
아열대 부푼 가슴 달래주었다
맥도날드 가게가 정육점으로 바뀌기까지 
한낮은 심심했다… 다시 
친지 찾는 목소리가 어둠 덮을 때
숙녀는 짧은 치마 내리 당겨 
허벅지 감추기에 바빴다

쿠쿠… 쿠쿠합니다…
전기밥솥의 명쾌한 음성이 
정적 깨뜨린다고 생각해도 좋은 날
찢겨진 사진에 입 맞추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송홧가루 날리는 
윤사월 내내 울었다 
미스터 쨩~ 미쳐난 여인숙에 
문 열고 기다리는 음악이 있었다

 

미로


바지락 껍데기에 
바다의 주름 감춰져 있다
파도의 다독임으로 길들여온 기억들
썰물의 등단(登壇)이 지구를 어지럽게 할 때
소리의 귓구멍은 
시간을 몰라보았다

막걸리 잔에 돌아눕는 우주의 살풀이
긴 해안선 사금파리 눈물이
반짝거릴 때 
구럭에서 슴새나간 어둠이
아침해 밀어 올리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아픔에 고독 헹굴 때까지
눈썹 파란 입김은 안개로 피어오르고
꽃향 취한 갈매기 처량한 노래가 
매스컴에 날개 한쌍 달아준다

깁스의 순간…
인내의 신기루가
종기의 종아리에 입맞춤 한다

 

미로의 반란


비브라토 바이브레이션이라고 
목 떨림이 말한다
새벽비가 고요 적실 때
어둠이 풀 먹인 광목이불안처럼 서걱거린다
심볼의 함의가 뭔지, 아픔 포개 접는 입술엔
먹물 토해내는 바닷새 신음…
블랙홀 깊이마다
길손들 가래 떼는 음성이 노래로 전율 한다
데시벨의 크기가 배꼽 뽑아 올린 
환각은 발상이었다
데모의 공간이 옷 벗었다 입는 
청춘역 한토막이기도 하였다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노래의 향연이 하모니에 팔 뻗쳐
주소에 우표 붙이는 일이었다 

 

반야(般若)·1


후어이~ 
인내가 억지 부린다
찬벽에 부딪치는 메시지를 
메아리라 부르기엔 손길이 식어있다

그리움 더듬는 심야의 작업은
생각의 달빛 훔치는 두근거림

밀어 감아쥐고
산뱃머리 감도는 허리엔
탁본의 숙취…

인내 앓는 파돗소리가
별빛 지펴 올릴 때
어둠의 꽃잎마다 기다림 녹아 흐른다

황천길 그 너머 
그리움의 연장선… 
블랙홀이 버뮤다삼각지를 삼켰다가
다시 토해버린다

바다가 메말라 있다

 

반야(般若)·2


갈 길은 
세월의 매립에 입맞춤 하며
깃 펴고 웃는다

명멸의 허점에서 
저변 감도는 바람이다가
홀씨에 매달린 젊음의 노루마기 

목탁소리 고르로운 
허겁의 절경에서
운판그늘 재워둔 목탁소리가
해동의 기슭 거슬러 오를 때

울대 묻은 둔덕에
상고대 계절, 목 놓아 운다

찢겨진 달빛마다 나뭇가지에 걸려
깃발, 나붓거린다

 

다육(多肉)


통통하게 살쪄있어서 
그런 이름 붙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여자의 손잡고 놓지 않는다
에어컨 켜드릴까요… 경상도 사투리가
냉수보온병 내려놓고 나가버린 뒤
비 내린 창가에는 
꽃잎 같은 그리움 말라붙어 있다
곱게는 생겨 갖구…
저도 몰래 튕겨 나온 언사의 뉘앙스
부엉새 우는 연장선에
달빛 쌓아두기를 얼마나 거듭했던가
즐감 찾는 전율에 
입술은 순간을 씹고 씹는다
이링공 뎌링공… 
미팅 나가는 동작마다
주소 앓는 매무새
마로니에공원 서성이는 그림자의
설핏한 박새울음이
퇴색한 휘파람 갈고 닦는다

 

어메~


파도의 동음이 
터널의 번지수를 번진다
블랙홀의 퀴즈놀이가 부용(芙蓉)
뽐낸다는 인상이 
네루 달리는 숨결이라고, 거품 발려있다 
튤립의 줄기가 
짐짓 붓대모양을 하면 
잉크에 시간 찍어 달래주는 향기
그것은 순간의 약속이었다 
아픔은 어떤 색상이었을까
사랑은 결코 
소스 발린 치킨이 아님을…
마태복음 패러디 설(設)이
장미꽃 언어로 별빛 닦는 여정(旅程)이었다
베사메 무쵸~ 
기억 저켠에서 옛 가수의 번안곡
북녘 저켠 그린랜도 전설엔
이끼 낀 동영상이
눈발 되어 깃 펴고 있다

 

태초의 아침


구멍 뚫린 가리마에 
도래솔의 침엽, 어둠 찌른다
나트륨 염색해가는 공간이 
사금파리 줍는 손바닥에 응고되어 있다
지구 감아쥐고 
칡뿌리가 연장선 늘여 
암야의 배꼽에 힘 불어넣는 소리
미소 짓는 단면에
이슬빛 색상 망설이고 있다
분수령에 날이 밝는다

 

난(蘭) 

 

스며있다 
고뇌 속으로 기억의 향기가
그러나 가슴 연 알람에는 
엿싹 파란 숨결도 
몽정(夢精)의 그리움 즐겨 닦는다
모리스 댄스가 별빛 심는 메아리에
감내의 떨림 깔아두고
사막에 주소 붙이는 날은
바다 건너 먼 곳에서 
아픔이 눈 뜨는 날이다
다시 이음새에 색상 펼쳐놓으면
개미 되어 기어가는 구토의 역상(逆像)
부챗살 종아리에서
리비도가 캡쳐의 음색으로
치맛자락 들어 올린다
하수구에 꽃잎 피는 소리가
빗물 되어 흐른다

 

해상도(像素)


고요의 틈서리에서
빛이 꿈틀거리는 기적이
골드바하의 추측을 아연케 했다
상강(霜降)이 스모그의 하늘에 
마스크 얹어줄 때
힐링의 숲 너머 실색한 오존층에
아픔의 흔적들도 점선으로 이어져 있다 
상견례가 주춤…
믹스의 팸플릿이 정오의 허리 그러안는다
기억의 담소에는 눈썹 고운
매니큐어가 도난당했다는 이미지가
볼 붉힌 계단에 낙엽 되어 
내려 앉는다
촉감이 손등 핧는 순간이다
남자는 바다를 그리워했고
잔물결 일렁이는 난바다 음악이
꽃잎 되어 남실거렸다
샤타 누르는 손이 조금씩 떨린다 

 

조간뉴스


아침이 
이슬에 포개져있다
문안의 음색마다 
조준경 해상도에 초점 맞춘다
각부마다 절렁대는 타랍음악에
바다는 나트륨 꺼내들고
역상의 나래가 어둠 덮으며 
춤추는 간밤 이야기…
습지의 안개로 구름에 안부 전하는
바람의 수인사도 
꾀꼬리 목청 굴리는 동작 잊지 않는다
향나무의 그림자
산배머리 굽이도는 냇물이
시간 감아쥔 채
눈석임물에 업히어있다 
밥상은 차려져 있나
건넛방 장죽 빠는 소리가 
며느리 보동진 손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매스컴에 침묵… 신들려 있다

(The End)

 

김현순 프로필:

중국 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회장.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회장.

상징시전문지 <시몽>문학지 주간발행인.

아동문학전문지 <아동문학샘터>문학지 주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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