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칠십 리에는 바다가 없다 
천지연폭포 언덕 옛 정의현청 관문에서 서귀진 관문까지
시 공원에 시비와 노래비가 
서귀포를 지키고 있을 뿐

김춘수가 “이중섭李仲燮”의 붓을 든 채 화백이 되어있고, 강통원이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서귀포를 생각한다. “마라도”에서는 양중해가 “해양시초海洋詩抄”를 읊는 정한모를 흠모하면, “바람” 따라서 온 정완영이 “정방폭포正房瀑布” 앞에 선 박남수에게 손을 내밀 때 “정방폭포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박재삼이 말한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城山浦”에서 이생진이 구상에게 “한라산漢拏山”의 안부를 묻는 저녁 무렵. 이동주의 “서귀포西歸浦”나 한기팔의 “서귀포西歸浦”는 박목월의 “밤구름”처럼 서글프다. 정태권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조미미가 한 곡조 뽑을 때 이미자가 정두수의 펜 끝에 펼쳐진 “서귀포 바닷가”에서 추억에 잠기고, 오민우가 “내 고향 서귀포”를 지킬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고 일갈한다.

손에 쥔 것이 없어도 좋은 손에 쥔 것이 있으면 더 좋은 
서귀포 칠십 리에는 
끝없는 갈대밭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바람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운명처럼 살아간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