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해 한국에서 ‘한복논란’의 앞장에 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SNS 상에서 '한복 챌린지'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머니투데이는 같은 날 <베이징 개막식 '한복'에 분노했다면…“폐막식에 ‘한복 챌린지’ 하자”>는 제목으로 서 교수의 SNS상의 글을 게재했다. 

머니투데이에 의하면 ‘한복챌린지’를 하는 것은 “中 한복공정에 분노만 하지 말고, 대대적 홍보해 알리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한복 챌린지'는 자신이 잘 사용하는 SNS 계정에 어렸을 때 입었던 한복,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 명절에 입었던 한복 등 다양한 한복 사진을 골라 게재하면 된다.‘한복챌린지’를 기획한 서 교수는 “중국의 '한복공정'에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 누리꾼들의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한복이 한국의 전통의상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복 챌린지'는 한복을 입은 사진을 가지고 진행했다면, 향후 벌어질 2차 챌린지는 한복을 입은 영상을 활용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서 교수가 ‘한복챌린지’를 하던 뭐 하던 필자의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 교수의 “재외동포 및 유학생 등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은 전 세계에 한복을 홍보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은 논리적 모순을 크게 드러내고 있고 심하게 말하면 서 교수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막무가내 식으로 덤벙거린다고 지적하고 싶다.

한국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를 750만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그 중 중국조선족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 중에 30여 만이나 재외동포비자를 갖고 있다. 조선족이 재외동포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숫자적으로도 가장 많다.
한편 조선족은 가문의 경사는 물론이고 단체 창립식, 운동회, 시상식, 송년회 및 웬만한 행사 때도 한복을 입는다. 중국 광동성에서 10년 생활한 한국인 A 씨의 증언이다. 흑룡강에서 중국학교(한족반)을 다녔던 조선족 W씨는 전체 학급에서 유일하게 조선족인데 동창회가 있을 때면 한복을 입고 참석한다. ‘한복이 예쁘다’는 것이 한족동창들의 평이다.

“조선족의 한복사랑이 실로 대단하고 굉장하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한복논란이 있은 후에야 한복을 입자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참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역시 한국인의 A 씨의 말이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조선족 처녀이고 그녀는 재외동포이다. 서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재외동포인 조선족처녀가 국제행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전 세계에 한복을 널리 홍보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문제 삼는 것일까?  
누가 어떤 계기로 한복을 입었던 간에 그 전후맥락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릇 중국 땅에서 한복이 등장하면 그것은 곧 ‘한복도발’이고 ‘문화공정’이고 ‘동북공정’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비자』에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끼 주인은 아무리 봐도 옆집 총각이 도둑질한 것으로 단정 지었다. 말하는 태도나 톤, 행동거지까지 전부 도끼를 도둑질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근거가 없지만 의심이 지나치면 그것이 곧 결론으로 단정된다. 도끼 주인은 이튿날 어제 나무 하던 곳에 갔는데 거기서 잃어버렸다던 도끼를 찾았다. 기분 좋게 나무 한 짐 해서 지고 귀가하는데 옆집 총각이 나타났다. 여러모로 아무리 봐도 그 총각이 도끼를 도둑질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비는 이렇게 말했다.  
“옆집 총각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오직 변한 것은 도끼 주인의 마음이다. ”인간은 어떤 일에 몰두하고 집념이 지나치면 노이로제에 걸려 헛것이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과 중국 간 문화마찰에 너무 집착한 사람의 눈에는 재외동포인 조선족처녀가 한복을 지구촌에 홍보한 사건도 중국의 ‘한복도발’로 보여 크게 떠들다가 나중에는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게 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서 교수는 혹시 중국조선족이 재외동포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조선족을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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