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 본지 편집인

강성봉 편집국장
강성봉 본지 편집인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열흘 남짓 남아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이제 3월 9일에는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지도자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많은 여론조사기관, 언론은 이번 선거가 가장 이상한 선거라고 얘기한다. 선거일을 한 달쯤 남겨 놓고는 누가 당선가능성이 높은지 드러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20대 선거는 역대 선거 중 선거 당일까지 주요 정당의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 가장 예측키 어려운 선거가 될 전망이다. 

선거가 혼미에 빠지자 선거운동 양상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가 좀체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네거티브 캠페인과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선거가 혼탁해졌을까? 
첫째는 승자독식의 정치 풍토 문제다. 
대통령이 막대한 권력을 가지는 현행의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치집단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많은 이권이 뒤따른다. 현재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두 정치집단은 1997년 이후 몇 차례 정권교체를 경험하면서 정권을 잡았을 때와 정권을 상실했을 때의 차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권을 획득했을 때의 단맛에 길든 것이다. 그들에게는 정치발전, 국리민복은 부차적인 문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서 정권을 획득하는 것만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오죽하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악마의 손을 붙잡고라도 정권교체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릴까. 이런 정신 구조를 이해해야 경선과정에서 후보의 자질, 정책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율이 높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당의 공조직이 왜 일직선으로 줄을 섰었는지 납득할 수 있다. 정권만 교체할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오로지 정권교체의 가능성 하나를 위해 마타도어, 네거티브, 포퓰리즘, 후안무치한 거짓말도 가능하다. 어떻게 하든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 풍토를 바꾸기 위해선 all or nothing의 정치제도를 바꿔야 한다. 책임총리제를 실시해 내각의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하고, 의회권력에도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완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는 언론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류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정치집단이다. 그들은 국민에게 누가 더 나은 지도자감인지 알리려 하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만들어 내고, 그를 권력자로 옹립하려 한다. 그래야 자기에게 더 많은 떡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제 때부터 권력에 의해 길들여지고, 권력에 영합하는 풍토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정치판의 주요 행위자로서 직접 권력을 잡거나 권력을 창출하고자 한다. 따라서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는 감추거나 최소화하고, 유리한 정보는 침소봉대하거나 가짜뉴스도 생산해 유권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선거판의 혼탁을 부채질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다. 그래야 나중에 떨어질 떡고물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고는 우리 국민은 늘 왜곡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셋째는 유권자의 미성숙 문제다.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은 위대하지만 유권자로서의 우리 국민은 아직도 미성숙하다. 대통령선거에서 투표는 학교의 윤리선생을 뽑는 게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의 최고경영자를 뽑는 행위이다. 당연히 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외교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가의 운영을 책임질 만한 자질이 있어야 하며, 정부부처를 비롯한 각 집단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국가가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후보의 가족이 아니라 후보 당사자의 자질과 능력이 최고의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유권자로서의 선택의 기로에서 “누구는 어느 지역 출신이라서 왠지 싫어, 누구는 마누라 때문에 찍기 싫어” 이러고 있지는 않은가. 언론의 장단에 놀아나고, 정치집단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민족은 외세와 싸우며 30만 명이 희생된 동학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세계 피압박 민족 중 식민지 해방투쟁을 대중적으로 전개한 최초의 사례인 3.1운동, 세계사에서 학생운동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1960년대 벽두 학생들이 중심이 돼 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의 4.19 혁명,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1987년의 6월 항쟁, 비선실세에 휘둘리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2017년의 촛불혁명이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민족이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잘못된 선택에는 고통이 뒤 따른다. 선거전이 저급하고 혼탁할수록 유권자의 의식은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3월 9일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이어지도록 유권자로서 우리 모두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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