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송送 


서귀포 아쿠아플라넷에서 비주얼이 귀여운 고래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고 어른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덴다

수조를 밝히던 조명등이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이불을 끌어다가 이마를 덮으면 
고래는 
밝아오는 새날은 비겁하지 말라며
또 짧은 꿈을 꾼다

바다를 바라본 사람들은 안다. 아직도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랏줄에 묶여 숨을 헐떡거리는, 바다표범 바다사자 바다거북이 바다상어가 있다는 것을… 볼록한 배를 앞세우고 날개를 휘젓는 플라이 펭귄을 보고, 혀를 차는 늙은 어부가 있다는 것도

여기서는 바다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지느러미는 
지느러미가 아니다
망망대해에서 일 획을 그으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고래는 
아쿠아플라넷에서 
삶의 엔진을 끈 한 척의 배

수평선 위로 치솟은 섬은 길 잃은 배들이 쉬어가라고 등을 내미는 한 마리 고래였다. 누구도 자신의 지갑을 보여주지 않듯이 바다는 결코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다 밑바닥은 소금으로 다져진 바다의 눈물, 녹아내릴 수 없는 푸르디푸른 해초 같은

고래를 보내는 동안 
파도는 자꾸만 해변으로 몸을 붙여오고 있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 시작노트 ■

서귀포는 제주특별자치도 남부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시. 관광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성산일출봉을 비롯하여 정방폭포·주상절리·여미지식물원·오설록티뮤지엄·아쿠아플레넷·용머리해안·천지연폭포·테디베어박물관 등 큼직큼직한 관광지가 많다.

해안선은 완만하며 곳곳에 현무암이 단애를 이루는 곳이 많고 성산항은 천연의 항만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사면은 중문통·오라통·구좌통의 현무암이 넓게 분포한다. 중앙 지역의 동쪽 지역에서는 고도 300m 이하에서 배수에 양호한 농암갈색화산회토가 발달하여 주로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식생은 동백나무·벚나무·솔비나무 등 난대 식물의 대군락이 안덕계곡과 천제연 일대에 발달해 있다. 서귀포 남쪽해상에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가파도가 있다.

 

시인 정성수

 

 

 

 

 

 

 

■ 프로필 ■

• 저서 : 시집 공든 탑 외, 동시집 첫꽃 외, 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 다수
•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외 다수
•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역임
• 현)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명예문학박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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