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봄


봄바람 불어오고 시냇물 졸졸졸졸
소리없이 붉게핀 매화꽃 쳐다보며
누이는 시냇가에서 첨벙첨벙 장난시작 

고요하게 지나는 서쪽하늘 흰구름
짹짹짹 참새들은 반갑게 찾아오고
어랏차! 일하던 남정네 한숨돌려 쉬어가면

봄나물 향긋하게 퍼져가는 노랫소리
여럿이 경쟁하듯 콧노래 흥얼흥얼 
고단한 들판녘 다시 노을속으로 퍼져간다  


바다를 걷다


잊혀진 그리움에 연연했던 바닷가
물빠진 모래사장 그 사이 어느틈에
떠났던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남겨졌네

고개숙인 갈매기 눈이큰 물고기떼
눈물로 적셔 물든 짜디짠 소금바다
고요함 함께 느껴지는 잔잔한 파도거품

햇살 속에 너와나 진주처럼 빛났고
웃고 있던 무대앞 영화가 되어졌던
서글픔 베인 일곱빛깔 무지개 푸른 움직임 

어두운 소용돌이 지나가는 물보라
다시 한 번 뒤돌아 그 자리 걷노라면
날리는 시린 물방울 순간들이 흩어지네


항구의 고래


미소띤 웃는얼굴 차츰차츰 주름지고
검게 타버린 큰 이마 벗겨진 머리사이
지나간 찢겨진 상처 고스란히 놓여있네

유유히 퍼져가는 부드러운 몸놀림
시원스레 지나가는 여유로운 물장난
차가운 푸른 바다색 신비스런 마법의손

흰거품 토해내듯 아름답게 솟구치며
목소리 선보이던 오래된 나의친구 
무심히 쳐다보다 손한번 흔들고 지나가네


이사가는 날


지겨운 이사놀이 이제그만 했으면
떠나는 마음만큼 이별도 익숙한가
밤사이 짐을싸는 얼굴 어둡게 드리워진다

고래같은 큰집에 한번쯤 살아봤으면
건너방은 엄마에게 작은방은 동생에게
값비싼 물건 으스대며 모든걸 채워봤으면

아이들의 쿵쾅쾅 소리에 안절부절
널뛰는 물가에도 혹여나 조마조마
지나는 주인집 그림자는 피해서 조심스레 

나이든 남편얼굴 커가는 아이얼굴
물끄럼 바라보면 한숨마저 나오지만
지나는 기차소리에 마음달래 잠청해본다


순수한 세상


눈이커 눈물많은 빨간입술 엔도샤
풋풋한 구릿빛깔 덩치좋은 장류이
금발색 찰랑거리는 하얀얼굴 이사벨

참새가 재빠르게 모였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편안하고 소박한 학교에서 
동화속 천진난만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갑자기 비가왔어 점심이 맛이없어
병태가 놀려대서 혜영이가 울었어
논밭에 개구리들이 갑자기 뛰어올라왔어

서로가 어울려야 빛을내는 밤하늘처럼
재잘재잘 구김없이 웃음짓는 학생들
이대로 자라기만을 마음깊이 전해본다

 

시조 시인 유한아
시조 시인 유한아

 

 

 

 

 

 

 

 

 

■ 프로필 ■  

‧ 월간「문학세계」등단 (2016),  
‧ 저서 : 시조집 그림처럼 그려보는 조용한 삶의 항구, 꿈꾸듯 변해가는 항구의 계절
‧ 수상 : 한민족통일문예대전, 전국여성문학대전시조부문최우상,  
       대한민국문학대상시조부문, 향촌문학회 전국여성문학대전 등 다수
‧ 현) 예천문인협회 회원, 함안초교 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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