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 교이남철 (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교육과학부 자문관)수
이남철 교이남철 (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교육과학부 자문관)수

파라과이는 볼리비아와 더불어 남아메리카에 있는 내륙국으로 파라과이 강이 흐르고 있으며 남쪽으로 아르헨티나, 동북쪽으로 브라질, 북서쪽으로 볼리비아와 맞닿아있다. 남아메리카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나라여서,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파라과이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로 떠남은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보다 설렘이 몇배 컸다. 

눈 내리고 추운 12월 말 인천공항을 출발, 미국 로스엔젤래스, 브라질 상파울루를 경유하여 파라과이 시우닫 델 에스테(Ciudad del Este)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35도나 되는 무더운 한여름이다. 집을 출발해서 파라과이 숙소 도착은 거의 40시간이 걸린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아마존 정글, 한반도 약 37배의 땅 브라질! 브라질 상파울루를 떠나 파라과이 아순시온으로 비행하면서 파라나 강(River Parana)을 따라 동남쪽으로 저고도 비행 중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광활한 브라질과 파라과이 평원은 정말 아름다운 비경이다. 피곤함이 어디론가 싹 사라져버린다.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즐거움을 이기지 못함을 느낀다.

파라과이는 181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이다. 약 41만㎢ 면적은 남한의 약 4배, 한반도의 약 1.8배이다. 현재 인구는 731만 정도이며 5천여 명의 한국 교민이 수도 아순시온 등을 중심으로 정착해 살고 있다. 대부분의 파라과이의 문화와 전통은 기원전 17세기~18세기의 예수회와 프란치스꼬 수도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는 바로코 히스패닉과 과라니의 전통과 문화가 융합된 역사적인 건축물과 조각상들이 많이 남아있다. 파라과이 문화는 과거 스페인의 통치 하에 있었던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 사람들과 수세기 동안 공존하면서도 원주민의 언어인 과라니(Guaraní)어를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다. 파라과이는 스페인어와 토착어인 과라니어를 공용으로 하고 있다. 공식 국교는 없으며, 전 국민의 97퍼센트가 가톨릭 신자(1992년 6월 신 헌법에서 가톨릭으로 되어있던 국교 철폐)이다. 지역에 따라 극심한 편차가 크지만 연평균 기온은 22.5℃이며 하계(10~3월)는 평균 32℃, 동계(4~9월)는 평균 15℃ 정도이다. 파라과이 한인 이민은 1965년 4월3일, 35세대 총 95명이 네덜란드 국적 2만7,000톤급 보이스벤호를 타고 제1차 이민자들이 수도인 아순시온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파라과이 국민들은 마테차를 즐겨 마시고 있다. 일상생활하면서 마테차 통을 들고 다닌다. 중남미 대륙의 어느 나라에서든 떼레레 통과 컵을 가지고 다니는 이들은 99퍼센트 파라과이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교육과학부 점잖은 여자 국장은 필자에게 자기가 마시던 마테차를 본인이 사용한 빨대를 이용해서 마시라고 한다!  “테레레를 나눠 마시지 않으면 파라과이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어요!  한국에 정(情) 문화가 있다면, 파라과이에는 떼레레 문화가 있다.

대다수가 원주민의 언어인 과라니어를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임에도, 음악은 완전히 유럽 양식을 따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악기로는 아르빠(Arpa: 파라과이 하프)와 기타가 있다. 아르빠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라과이 전통 음식은 원주민인 과라니족이 재배해왔던 전통적인 작물인 옥수수, 만디오까(Mandioca)와 콩류 그리고 스페인 정복자들이 들여온 야채, 쌀, 소고기의 재료들이 혼합된 조리법의 결과이다. 파라과이 음식에서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옥수수로, 다양한 전통요리에 사용된다. 

대통령 궁: 파라과이 강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18세기 중반 통치자였던 Francisco Solano López 대통령의 개인저택으로 건축된 건물. 3국동맹전쟁 당시 아순시온을 점령한 브라질 군이 지휘 본부로도 활용. 현재 파라과이 대통령 집무실로서 López궁이라고도 불림.
대통령 궁: 파라과이 강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18세기 중반 통치자였던 Francisco Solano López 대통령의 개인저택으로 건축된 건물. 3국동맹전쟁 당시 아순시온을 점령한 브라질 군이 지휘 본부로도 활용. 현재 파라과이 대통령 집무실로서 López궁이라고도 불림.

한국이 일제식민지, 한국전쟁, 군사정권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과 왜 이리도 유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인가! 파라과이의 삼국동맹 전쟁에서 처참 함은 필자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이 전쟁은 1864년부터 1870년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의 삼국 동맹과 파라과이 간에 발생한 전쟁이다. 아메리카 대륙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쟁 발생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전쟁에서 패배한 파라과이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어 전쟁 전 53만 명의 인구가 약 22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남성 인구는 90퍼센트가 사망해 단 2만8,00명에 불과하다. 삼국동맹과 전쟁 패전으로 원래 모든 지역이 파라과이 영토였던 세계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 폭포는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소유로 3등분된다. 파라과이는 볼리비아와 1932년 9월부터 1935년 6월까지 3년 전쟁에서 치열한 살상을 벌인다. 이름하여 ‘차코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죽은 사람만 파라과이 3만5,000~5만명, 볼리비아 5만~8만명이다. 파라과이 인구의 3퍼센트, 볼리비아 인구의 2퍼센트가 생명을 잃는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은 1537년 8월15일 스페인 함장이 도시 발견 후 설립한다.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아순시온으로부터 다른 남미 지역들이 개발되었다 하여 ‘도시의 모후’(Madre de Ciudades)라 불리기도 한다. 아순시온 최고의 문화 관광 거리인 팔마길은 영웅들의 광장, 민주주의 광장, 자유 광장 등 네 개로 구분되어 있다. 대통령 궁은 아순시온의 랜드 마크이다. 18세기 중반 통치자였던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즈 대통령의 개인저택으로 지어진 건물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명소이다. 대통령의 집무실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영웅전'(Panteon de los Heroes)에는 초대 대통령인 카를로스 안토니오 로페즈와 그의 아들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즈 전 대통령, 차코 전쟁의 영웅인 에스티가리비아 장군과 무명용사 등 파라과이 영웅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이렇게 성스러운 거리가 여행객들에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위험지역이다. 특히 밤에는 이곳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필자가 이해하기 힘든 일은 대통령 궁 근방이 빈민가로 판자집들이 즐비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영웅전: 국가에 큰 공을 세운 대통령, 장군 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으며 파라과이 군대와 아순시온의 성녀상이 모셔져 있음.  대통령 이․취임식, 외국 정상 국빈 방문 시 헌화식 거행.
영웅전: 국가에 큰 공을 세운 대통령, 장군 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으며 파라과이 군대와 아순시온의 성녀상이 모셔져 있음.  대통령 이․취임식, 외국 정상 국빈 방문 시 헌화식 거행.

파라과이는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유물과 문화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댐인 이타이푸와 야시레타(Itaipú y Yacyreta) 발전소와 같이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명소를 갖고 있다. 이 댐은 브라질과 파라과이 강에 위치한 댐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타이푸는 과라니어다. ‘이타’는 돌이고, '이푸'는 노래를 한다는 뜻이다. 댐이 만들어지기 전 이곳 파라나강 가운데에 돌섬이 있었고, 과라니족에게 강물 소리는 돌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높이 196m, 길이 7.76km, 저수량 190억m3의 큰 댐으로 1971년부터 1991년까지 댐을 건설공사가 이루어졌다. 총 출력 1만 4,000mw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브라질 전체 전력의 26퍼센트, 파라과이 전체 전력의 7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토목학회가 선정한 20세기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과수 폭포: 폭포는 아르헨티나의 미시오네스 주와 브라질의 파라나 주  사이에 있으며 양 나라가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됨.
이과수 폭포: 폭포는 아르헨티나의 미시오네스 주와 브라질의 파라나 주  사이에 있으며 양 나라가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됨.

세계 3대 폭포 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손꼽히는 이과수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이다. 세 폭포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지막 가보지 못한 이과수 폭포 구경은 필자의 오랫동안 품은 소원을 이루는 날이다.  얼마나 기대되는지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집에서 해뜨기 전, 현지인과 함께 출발해 브라질 국경에 12시쯤도착한다. 점심은 현지인의 추천으로 파라과이 땅에서 브라질 음식을 먹고 ‘우정의 다리(Ponte Internacional da Amizade)’를 통과하니 브라질이다. 파라과이 사우다드 델 에스테 시와 브라질 포즈 두 이구아수 시를 잇는 552m 다리로 1965년 3월27일 완공됐다. 브라질 국경을 지나면서 특별한 검사도 없이 여권 제시 후 통과한다. 남미 국가들은 각 나라를 자유롭게 왕내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필자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아순시온에서 이과수 폭포까지는 370km 정도 이지만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승용차로 거의 6시간을 지나 도착한다. 이과수 폭포 근방에 도착하니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구아수 강의 하류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과 브라질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나뉜다. 두 공원은 1984년과 1986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이구아수 강이 지류이며 반원형 모양으로 2,700m에 달한다. 총 275개의 폭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폭포가 80m로 가장 높고 가장 유명하다. 12개의 폭포가 동시에 떨어져 매우 큰 굉음을 낸다 해서 악마의 목구멍이라 부른다. 이과수라는 말은 과라니어로 큰(Guasu) 물(Y)이라는 뜻이다. 이구아수 폭포라고도 하는데, 스페인어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이과수 폭포이고, 포르투갈어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이구아수 폭포이다. 필자는 파라과이 국명이 국토를 관통해서 흐르는 파라과이 강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댐과 폭포의 물을 보면서 실감하게 되었다.  과이(Guay)는 과라니어로 강을 뜻한다.

이타이푸:  이타이푸 발전소는 파라라나 강에 파라과이와 브라질이 함께 지은 댐. 브라질에는 나라 전체가 쓸 수 있는 전기의 4분의 1, 파라과이에는 전체의 3분의 1이상을 공급함.
이타이푸:  이타이푸 발전소는 파라라나 강에 파라과이와 브라질이 함께 지은 댐. 브라질에는 나라 전체가 쓸 수 있는 전기의 4분의 1, 파라과이에는 전체의 3분의 1이상을 공급함.

브라질 쪽에서는 폭포의 건너편인데다 지대가 낮기 때문에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과 전체적인 조망을 보면서 접근할 수 있고, 악마의 목구멍을 보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등 상업적 개발이 잘 되어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 쪽은 강과 폭포의 위를 통해 접근하다 보니 강을 건너가고, 라쿤의 친척인 코아티나 카피바라같은 야생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등 조금 더 자연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직접 폭포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필자는 수시로 운행되는 모노레일을 타고 구경하였다. 이를 이용해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자유스런 모습인가? 한 국가이면서도 왕래가 부자연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이과수 폭포를 방문했을 때 영부인 엘리노어 여사가 감탄하면서 “어쩌나, 가련한 나이아가라”(Oh, poor Niagara)!라고 했단다. 아마도 이과수를 처음 본 영부인은 예전에 구경했던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가 무척이나 초라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필자는 이과수 폭포 주변을 거닐면서 좋은 기후,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연자원을 보유한 청정 물 자원 국가
파라과이여!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국력을 기르소서! 라고 혼자 되뇌었다. 3국 전쟁 전에는 이과수 폭포 전체가 파라과이 영토가 아니었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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