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노트

류재순 약력: 중국작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공무원문인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명예회장. 중단편소설집 북경민족출판사/서울'과학과 사상사' 출판 . '도라지' 해외조선족 문학상', '설원문학상'소설대상 등 수상 다수
류재순 약력: 중국작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공무원문인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명예회장. 중단편소설집 북경민족출판사/서울'과학과 사상사' 출판 . '도라지' 해외조선족 문학상', '설원문학상'소설대상 등 수상 다수

 

무시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이별소리에 
휘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는 
조용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고

한적한 공원의 한 모퉁이엔
소리 없는 벤치의 빈자리
스쳐간 사연들이 숨어서 침묵한다.

이 세상에 던져보는 아리송한 물음표들이
처마 밑 거미줄에 대롱거리면 
옹달샘 모래알 같은 내 언어들이 
묻혔던 사색에서 송알거린다


봄 까치꽃

 

이른 봄 따뜻한 햇살 한줌 
걸쳤던 잠바를 벗게 하는 오후 
양지바른 길섶엔  
보라색 쬐끄만 꽃잎이
마른 검불 속에서 별빛처럼 반짝인다

무심한 내 눈길을 뺏어 갈 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면
말없는 작은 얼굴에 
내 큰 눈망울이 푹 빠진다.

간밤에 찬바람 새벽서리 내렸는데
작고 여린 네 얼굴은 끄떡없이 웃는 구나
오늘은 나도 너를 
자세히 보자꾸나 
오래오래 보자꾸나


           

 아카시아 마을엔
                       
 

 저 먼 산 아래
 아카시아 마을엔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작은 산동네
소외된 터전에 이름을 박고
아글타글 세상살이 울고 웃으며
판자 집 창살아래 하루해가 쉬어갈 때

아카시아 꽃나무는 피고 또 지며
정원에 뿌려보는 작은 소망씨앗들 
그 언젠가 꽃 대궐 지어볼가나

오늘도 산동네
가슴 찡한 얘기들이
아카시아 꽃잎처럼 날아다닙니다   
    

 불청객

 

봄도 아닌데
내 가슴에 청개구리 한 마리
폴짝~
천방지축 아수라장
아참,
가슴을 도적 맞았어요

 

슬 픈 착 각

 

내 가슴에 
한 줄기 봄빛이
도적마냥 소리없이 비춰들어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습니다

상큼한 숨결과 화창한 햇살
신록은 우거져 꿈을 만들고
강 건너 철길 넘어 아지랑이 피어납니다

나는 봄바람에 연을 띄웁니다
꽃 피는 들판엔 광란이 일고
하늘은 내 눈에서 춤을 추고 
가슴엔 봄 물결이 출렁거려
흘러가는 꽃구름을 쫓아갑니다.

아, 그런데
강을 건널 수 없군요

꽃잎처럼 피어나는 아지랑이는
강 너머 저쪽에서 춤을 춥니다
아무리 황홀한 손짓이어도
다가갈 수 없음을, 잡을 수 없음을 
내 눈이 알아버렸습니다

.02,09 서울에서


    
무 제

 

풍성함과 공허함이 
사랑과 이별같이 밀려오는 가을
이 낯익고 낯 선 풍경 앞에서 
나는 잠시 따사로운 햇살속에서
마음의 날개를 펴고 샤워를 한다.
저 쪽빛 하늘에 사색을 던지며

어느날 내가
마른 나뭇가지의 겨울새가 되어도
슬픔의 둥지에 갇혀있지 않으리
내 추억의 시물레이션이 
그 아름다웠던 황금 들녘을
영원한 행복의 팰리스로 만들려니 

오늘도
후회없이 칼칼한 겨울창공 날고 날다
어느날 석양의 떨어진 햇살아래 
조용히 깃을 내리우리라

 2009, 9,13

                 
          
사랑 그래프


사랑한다는 뜨거운 약속 하나
나의 모든 세포가
그대의 이름을 부를 때
로켓처럼 치솟던 사랑 그래프
정열의 여름날은 불타는 전설이었다
     
쓸쓸한 가을의 어느 끝 날
한기에 얼고 있는 둥근 호숫가를 
그대는 저변에 나는 이쪽에
준비없는 이별로 너홀로 나 홀로
사랑의 그래프가 영하로 떨어진
        
가슴엔 슬픈 겨울새의 외로운 둥지
누구었나 하나가 뒤돌아 걸으니
마주 본 시린 가슴, 젖은 얼굴
그대가 떠난 날은 지옥이었다고
아픔도 원망도 한강의 눈석이었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미워한
그네처럼 흔들리는 사랑그래프
영원을 잡으려 울고 웃는데
가슴에 쌓여가는 너와 나의 이야기
오늘도 그래프는 요정마냥 널뛴다

 1, 23  서울에서
      

 당신을 알기까지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행복인 줄 알았습니다
거울속의 내 입술은 립스틱에 불타있었고
당신의 맹세와 열정이
내 넋을 춤추게 하였지요

간혹 당신의 열변이
당신의 놀라운 열정이 
시차를 겪는 여행자마냥
뜻밖의 시각에 뜻밖의 상대에게
도적 고양이마냥 다가 갈 때도
나는 당신을 위해
천 가지 만 가지 이유를 생각 해 봤죠

눈이 먼 내 마음이 
진실의 당신을 알아내기까지는 
네 번이나 꽃이 피고 낙엽지고

당신이 예쁜 스카프를 내게 선물로 주려 던 날
나는 이미 
당신을 기다리는 미인어가 아니었습니다

하얀 벚꽃비가 추억마냥 흩날리는 날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당신의 짓꿎은 변명이
매미소리마냥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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