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교육과학부 자문관)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이발소에 걸려있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중략)..."라는 시의 특별한 의미를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이 내용을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는 러시아의 시인 푸신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미국 시인 넬러(M. Kneller)가 영역한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학회 논문 발표를 마친 후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과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서북쪽 700km 정도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했다. 그곳은 18~19세기 제정 러시아 당시 수도, 러시아 최고 관광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으로 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 방글라데시 복지해외고용장관은 코로나19로 막힌 국경이 점점 열리면서 자국근로자를 말레이시아 등에 2022년 80만 명 해외 취업을 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해외송출 근로자 송금액이 국민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송금 수혜국 중 인도가 830억 달러로 1위이며, 중국과 멕시코 530억 달러, 필리핀 360억 달러, 이집트와 파키스탄 330억 달러, 방글라데시 230억 달러, 베트남 180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1960년대 서독(통독 전)으로 간 많은 광부와 간호사들의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우리 정부는 1963년부터 1980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하여 독일에 7,900여 명의 광부를 파견하였다. 1963년 파독광부 500명 모집에 4만6,0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당시 한국의 실업난은 심각한 상태였다. 3년 계약의 파독광부들에게는 매월 600마르크(160달러)의 높은 수입이 보장되었기에 많은 한국인들이 독일로 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광산노동의 경험이 없던 초심자였기에 크고 작은 부상과 후유증에 시달렸다. 간호사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약 1만226명 독일에 파견되었다. 파독간호사들이 매년 국내로 송금한 1천만 마르크 이상의 외화는 한국 경제개발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1960년 대 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극빈 국가였으니 얼마나 큰돈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필자가 2022년 4월 초 방글라데시 출장을 간다하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문제로 고통 받고 있으니 그들의 우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의료시설이 열악하고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방역에 철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변이 공포…강력 봉쇄에도 확진자 폭증” 이는 2021년 8월의 연합뉴스이다. 그러나 필자가 방글라데시로 떠나는 시점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2년 4월11일 현재 방글라데시 확진 자 수가 195만 2,065명으로 인구 대비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입출국시 유전자 검사(PCR) 결과 제출을 의무규정하고 있다. 해외여행 여행 후 귀국 시 만에 하나 해외에서 검사결과가 양성이면 비행기를 탈 수 없으며,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2022년 4월1일 인천공항을 출발,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거쳐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면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공항 근무 이민국 공무원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많은 현지인들과 회의와 면담을 위해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기에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숙소에서 혼자 있을 때와 식사 때 외에는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수시로 손 소득을 했다. 밖에서 숙소에 귀가해서는 몇 번이나 자가 격리 진단 기구를 통해 결과를 확인했다. 검사하는 순간에도 불안감을 느꼈다. 일을 마칠 즈음 걱정을 떨쳐버리고 고국 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PCR 검사결과를 받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이글을 쓴다.

군부대 내 유전자 검사소
군부대 내 유전자 검사소

방글라데시는 서쪽으로는 미얀마와 인도 사이, 남북으로는 벵골만과 히말라야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벵골의 땅’이라는 의미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2/3이며 2020년 기준 인구는 1억 6,70만 명으로 세계 8위이다. 인구 밀도는 세계 11위로 수도 다카는 어디를 가나 인산인해이다. 지방 중소도시에 가도 사람들은 역시 분비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1947년 8월 파키스탄의 1개 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과 1971년 3월26일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였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 하나이다. 2004년 이후 10년 동안 방글라데시는 평균 4.5퍼센트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주로 기성 의류, 해외송금 및 국내 농업 부문의 수출에 의해 주도되었다. 방글라데시의 2021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462달러로 우리나라 1980년대 초 수준이다. 

필자는 국제이주와 노동정책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하면서 해외노동자 해외송금, 여성 인적자원개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2017년 해외 이주관련 송금 통계에 따르면 국외로 이주한 방글라데시 사람이 전 세계에 780만 명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들이 본국으로 정기 송금하는 액수가 해외직접투자와 개발원조(ODA)를 합친 금액의 수배에 달한다. 2021년 방글라데시의 해외 송금액은 230억 달러(한화 약 27조 6,000억 원)로 세계 7위를 차지하는 국가이다.

방글라데시는 1990년대부터 산모사망률 감소, 교육 강화, 그리고 여학생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중등교육에서의 성 평등 달성 등에 있어 큰 성과를 이루었다. 교육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정책 실행 관심으로 과거에 비해 입학률이 많이 향상되었으며, 초등학교의 입학률은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농촌지역 주민들의 학습센터에서 공부하는 여성들과 함께
농촌지역 주민들의 학습센터에서 공부하는 여성들과 함께

2021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한 글로벌 성평등 수준인 성별격차 지수는 65위로 3년 연속으로 아시아 국가 중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별격차 지수는 태국 79위, 베트남 87위, 인도네시아 101위, 한국 102위, 네팔 106위, 미안마 109위, 스리랑카 116위, 인도 140위, 파키스탄 153위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남녀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남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80.7퍼센트(4,363만 명),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36.4퍼센트(1,998만 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사회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성 평등 정책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머지않아 남녀 격차 없이 교육을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 방글라데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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