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김정권 시인의 장편서사시 '랑랑 영탄곡'을 두 번에 나누어 싣는다. 극, 소설, 시, 가사 등 여러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정권 시인은 이번에 장편서사시를 내놓아 작가의 문학역량을 남김없이 과시했다. 많은 애독 바란다. (편집자 주)

중국 연변 왕청현 출생, 연길시문예창작실 주임 2007년 연길시문화관 창작원, 현재 국가1급 극작가.주요작품 중단편소설 등 20여 편장막극 3부소품 등 100여 편소품 '조선족고급중학교과서'에 실림김정권소품집 출판장편동화 소년아동 연재(2012), 출판, 연변인민방송국에서 연속방송극으로 각색국가급 4차 성급 20여차 주급 30여차길림성장백산문예상 1차진달래문예상 3차2014년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수필상)2015년 연변문학 문학상(시 부문)

(지난 호에 이어) 

 

제 4 장
영탄곡

                
1
산이여! 
너 흰옷을 입은 산이여!
아는가?
너의 머리맡에서 일어난 
저 엄청난 혈전을?
너 보았는가?
너의 시야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는
저 포연의 자욱을?
너 들었는가?
아직 너의 주위에서 맴도는
저 혼령들의 울부짖음을?


               2
백랑은 그렇게 떠나왔소
사랑하는 두랑을 어머니에게
남겨놓고 전쟁터로 떠나왔소
소속은 
길림성군구 독립 제6사 16퇀,
끝내 격전의 날이 오고야 말았소
아! 전멸의 오가자(五家子)전투,
간도 력사상 떠올리기도 싫은
이땅의 가장 치욕의 전투여!


               3
때는 바로 1948년 2월15일
적군은 국민당 제60군
독립군은 16, 17, 18퇀,
판가리가 붙었소
아니오! 
수많은 목숨들이 대포밥이 되였소
수많은 청춘들이 
기관총받이가 되였소
적으만치 죽임이 된 수자만
654명,
부상자 또한 700여명이였소
전부 다 조선족이였소


              4
아! 시체가 산을 이뤘소
아! 피가 골을 메웠소
하늘은 그때
죽은자들의 입술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땅은 그때
죽은자들의 가슴에서
무엇을 들었을까
그것은 누구도 모르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피끓는 청춘들은
그렇게 일찌기 그렇게도
소중한 목숨을 이땅에 던졌던가


              5
그날 태양은 없었을 거요
그날 달도 별도 없었을 거요
포연은 태양의 빛을 막았을 거고
어둠은 달의 앞을 가렸을 거요
아니오!
하늘에도 태양이 있었을 거요


               6
먹구름과 태양의 한판 진검승부
백상아리같은 서슬푸른 칼퀴에
태양의 머리카락이 죄다 뽑혔소
그래도 성차지 않는 저 구름파도
태양의 멱살을 다시 거머쥐고
이리 밀며 저리 밀다
훌쩍 들어 반공중에 뿌려던졌소
허나 허공에 달랑 들렸어도
끝끝내 샅바를 놓지 않는 태양은
구름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드밀어
으랏차차 멧다 둘러 메쳤소


                7
천둥이 창공의 고막을 때렸소
번개가 우주의 자궁을 찢었소
창공은 귀가 멀고 우주는 락태되였소
하늘은 꿈을 잃은 소녀마냥 울먹이고
우주는 태아를 잃은 각시마냥 흐느꼈소


                 8
보오! 
검푸르게 피멍 든 우주의 저 상흔,
반짝이는 별을 잉태한 것이 
그 무슨 죄이기에,

죄가 죄를 퍼붓는 것이였던가
아니면 악이 악을 안고 
딍구는 것이였던가
죄도 악도 아니라면 
우라노스의 장난이였던가


                9
저 수백명의 죽음이 제물이 된 순간은
한 순간이라지만
력사의 오판은 오래도록 
가슴의 상처에 독물이 고이는 것,
아직 전쟁이 깔아놓은
저 흑운의 굿판에서
오늘을 춤을 추는 자여! 
저 피비린 칼끝에 서서
만세 삼창 부르는 자여!
당신은 아는가?


              10
저 죽음을 딛고 사라진
장군의 행방불명을 그래 아는가?
목숨의 귀중함은 누구에게나
매마찬가지인 것이라면
적어도 20세기 중반에
이름없이 저 거치른 황야에
무주고혼이 된 이름들을 그래
당신은 아는가?


              11
저 이름없는 “이름”에
백랑의 이름도 빠질리가 없었소

그 비분의 소식을 들은
어머니와 두랑의 두 가슴에선
넋장이 떨어졌소
꺼이 꺼이 락루하시는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두랑의 슬픔도 
집안을 가득 채웠소
어머니는 하늘을 원망하고
두랑은 땅을 치며 넉두리를 했소


                12
하지만 그네들은 이 끔찍한 비보를
믿을수가 차마 없었소
어머니도 그랬고 두랑도 그랬고
내 아들, 내 서방은 죽지 않았다고 믿었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소


                13
봄을 잡아 두랑은 채비를 하고
정처없는 길을 떠났소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오겠다 하면서
길을 물어 물어 치욕의 땅
“오가자”라는 데를 갔소


                14
악취가 코를 찌렀소
들개와 승냥이 무리들이
시체들의 살점을 뜯어 이리 저리
끌고 다니였소
두랑은 또 한번 오열을 떨었소
시체들은 갈갈이 찢어지고 뜯겨나가 
도저히 누가 누군지를 알수가 없었소
그래도 두랑은 종일 시체들속에서
행여 백랑의 얼굴이 있을 것 같아
입술을 깨물고 허둥지둥 헤집고 다녔소


                  15
어스름이 내릴 때도 백랑을 찾지 못했소
두랑은 그 자리에 물앉아 소리쳤소
-    여보! 흑흑흑…
그 부름소리는 창공에 메아리쳤소
두랑은 머리를 번쩍 들어 하늘을 보았소
저주로운 하늘을 보았소
무심한 하늘은 구름 몇송이를 띄워놓고
마치 유희를 노는 듯 했소


                 16
눈물아!
비가 되여 흘러내려라
아니지!
비가 아니라 폭우가 되여
서글픈 세월 이 내 가슴 적셔다오
아! 침묵아 너는 이제 천둥이 되라
천둥이 되여 야속한
이 대지를 마구 흔들어다오
설음아! 
너도 내 가슴을 찢고 나와 
거세찬 광풍이 되여라
광풍이 되여서
눈감은 저 하늘을 한바탕 답새겨(때려)다오!


                  17
두랑은 지친 다리를 끌고
강가에 다달았소
송화강이였소
강은 저녁노을을 끌어안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소
피물이였소
그 피물속에
백랑의 피도 섞여있었소


                 18
“홀로 쓸쓸한 강변옆에
기대곳 하나 없이 
외로이 서있네
기나긴 어둠속에
달은 뜨지 않아
춥고 배고픈 이몸 서글퍼
눈물만 주르르 흐르네
눈감은 하늘이여!
매마른 페허위에
내 피물보다 더 붉은 
눈물이 흐르네”


               19
첨벙 첨벙!
한발짝 두발짝
피물이 두랑의 가슴께에
머무를 찰나,
금세 배속에서 생명이 꿈틀,
-    아가야!
-    여보! 
 


제 5악장

진혼곡

 

                1
사과배가 배 부른 자랑 할 즈음
치마속의 두랑의 배도 부풀었소
배가 커짐에 따라 이름없이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더더욱 커졌소
그리움은 두랑에게만이 있는 게
아니였소
짝 잃은 새들도 있었소
새들이 우는 소릴 들으면
그 정경이 
하도나 애처로워 두랑도 
같이 울며 노래를 불었소


                2
울어울어 울어서 밤을 보내도
불러불러 불러서 낮을 맞아도
오라는 님은 아니 오고 하늘만 차갑네
오늘일까 래일일까 이제나 저제나
피덩이로 목을 바꾼 갈린소리로
부르다 부르다 죽을 이름 석자에
고수없이 울음 뽑는 외로운 소리꾼아,


                 3
노래만이 아니였소 
넋풀리도 했소

심장의 불가마안에
차곡차곡 얹혀진 울음장이
벽돌장으로 구워져
빠알간 탑으로 솟았다

붉은 울음에 갈리여
한점한점 떨어진 목젖이
그리움으로 쌓여져
석양의 노을로 떠있다

님이여! 보이는가?
탑꼭대기에 걸린 저 기발은 
누구의 저고린가 넋인가?


               4
누가 까치를 길조라고 했소?
까치가 울어싸면 두랑은 
문을 박차고 마당을 나갔소
까치는 한 두번 두랑을 속인 게 아니였소


               5
그 즈음 두랑은 
배속 아기하고 말하는 게 
유일한 락이였소
아랑아,
엄마는 진즉에 
아이 이름을 지어놨소


                6
에미야,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말했소
이제 제사라도 지내 주자
랑은 아마도  못 올가부다


               7
제사라야 누우런 쌀밥 한그릇
그 옆에 랭수 한사발,
두랑의 눈물이 똑똑
정한수에 떨어졌소
여보,
매일 정한수 한사발 떠놓고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빌고 또 빌었는데 
이젠 이 정한수가
제수(祭水)가 되다니…


                 8
엄마! –
여보! –

이게 무슨 소린가?
귀신에게나 홀린 듯
어머니와 며느리
서로 마주보는 눈길,
문이 벌컥,
돌쩌귀가 찌-익 소리를 냈소 
엄마!
여보!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너, 랑이 맞냐 맞는거지?
엄마, 맞소 내가 랑이요
어이구! 내 새끼야!


               9
두랑은 제 허벅지를 꼬집었소
때끔했소
입술도 깨물었소
아팠소
이놈아, 살아 왔구나
네. 저 살아 왔어요!
어서 절이나 받으세요
어머니를 눌러앉히고
굽썩 허리 꺽는 큰절,
와아엉 웡!웡!
누렁이도 문을 벌컹 열고 들어왔소


                10
파편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난 백랑은
찟어진 몸을 끌고 겨우 시체들속에서 나와
여느 맘씨 고운 민가에서
몇달을 상처를 아물구고 
움직일만하니 내처 집으로 달려왔던 것이였소


                11
두랑의 해산달이 가까와 왔소
백랑은 다시 부대로 가야 했소
어머니와 두랑은 극구 말렸지만
백랑은 조직을 배반할수 없었소

두랑은 안타까운 마음을 
또다시 편지로 썼소


                 12
가을이 오는데 왜 떠나시려 합니까?
그대여, 
숨을 크게 들이쉬여 이토록 향긋한 
내음을 한번 좀 맡아 보세요
오상고절 국화꽃 싱그러운 언덕에서 
꺼벙이들 알을 깨고 쫑쫑쫑 나오는데 
당신은 왜 떠나려고 서두루십니까?


                 13
그대여, 
하늘 보세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그리운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이 
이처럼 그리운 날은 
살진 구름꽃 햇솜같이 높이 떠서 
손에 손 잡고 아기자기 밀려오면서 
청정무구의 사랑을 나누는데 
당신은 왜 떠나려고 하십니까?


                14
그대여, 
저 산을 좀 보세요
저 가을꽃자리에서 
여름에 덴 아름다운 상처로 
단풍이 빨갛게 불타는 숲속에 
부엉이 날개를 접어 깃들고 
마음대로 익어터진 알밤이 
아기 가진 고슴도치젖꼭지마냥 
팽팽히 부푸는데 
당신은 왜 떠나시려 하는 겁니까?


                15
그대여,
저 드넓은 들판을 좀 보세요
신부의 드레스 같은 금빛해살이 
투명한 진주가루로 쏟아져 
황금빛 오곡에 너울을 씌워주고 
탱탱 영근 조이삭우에 
고추잠자리 등에 업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하며 
사랑 사랑 내 사랑을 하는데 
당신은 왜 떠나려 하십니까?
그래도 기어이 떠나시겠다면 
차라리 하아얀 겨울에 떠나세요.


                17
겨울이 오는데 왜 떠나시려 합니까?
그대여, 
호흡을 가듬고 저기 저 앞산을 좀 보세요
설야 창창 눈꽃이 흩날리는 산언덕아래 
샘물가에서 산새가 거울보고 
노루가 발 씻고 날다람쥐 가랑잎 한 잎 물고 
굴을 찾아 퐁퐁퐁 달리는데 
당신은 왜 떠나신다고 그러십니까?


                18
그대여, 
두 손 내밀고 거위 털 같이 내리는 
저 꽃눈 좀 맞아 보세요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려 
분가루 같은 눈이 꽃분이가 가는 길, 
시집가는 길을 손 저어 바래주는 
버드나무머리에 새하얀 수건을 얹어주는데 
당신은 왜 떠나시려 합니까? 


                   19
그대여, 
시비랄 열고 앞마당을 좀 보세요
무릎 꿇고 엎드려 게으르게 새김질 하는 
얼룩소의 잔등우에 
발 시린 수탉이 달랑 올라앉아 
꼬끼오! 하며 청아한 아침을 부르는데 
당신은 왜 떠나려고 그러십니까?


                 20
그대여, 
다시 고개 들어 저 하늘 좀 보세요
해와 달이 가장 가깝게 하늘 상에 마주앉아 
실타래 같은 기인 그리움을 풀어놓으며 
은하수를 하얀 유리잔에 가득 담아들고 
건배를 하는데 
당신은 왜 떠나겠다 하십니까?


                  21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떠나지를 마세요
당신은 떠날 게 아니라 
이제 저의 령혼의 빈방으로 
들어와야 해요. 
아니! 무조건 들어오세요! 


                  22
그래도 기어이 떠나시겠다면 
차라리 잊혀진 계절에 떠나세요
그리고 내가 두견이 되어 
당신의 가는 길에 뿌려놓은 
피울음을 즈려밟고 가세요
그러면 저의 찢어진 
령혼의 날개의 한조각이나마 
당신의 발목에 묻혀서 갈까봐요
… …


                 23
그렇게 백랑은 부대로 갔소
아랑이가 옹알이를 하며
아장아장 걸을 때
백랑은 압록강을 건너
항미원조를 나갔소


               24
“오늘도 네 아버지는 안 오는구나. 
엄마는 네 아버지가 참 보고싶은데… 
너도 아빠가 보고 싶지? 
너 아직 아빠가 어디 갔는지 모르지? 
아빠는 지원군으로 조선전쟁에 나갔단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 아빠가 돌아 올텐데… 
이제 아빠가 무사히 돌아와서 
우리 아랑을 안아주고 업어주고 
목마 태우기도 하면서 
웃고 살겠는데 말이다”


                25
아랑아,
아빠가 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한다 
그래야 아빠가 와서
‘어허, 우리 아랑이 이렇게 컸는가? 
이놈이 제법 다 자랐네. 허허허…’하며 
싱글벙글 좋아하는 모습을 보지


                   26
아랑아,
우리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손모아 빌자구나. 응? 
너 아빠 얼굴 모르지? 
우리 같이 아빠 사진 보자구나. 
이 사진의 사람이 누군지 아니?  
이 분이 바로 아빠 엄마야. 
그다음 이 은반지는 아빠엄마가 
엄마에게 물려준 거야 
이 반지는 말이다 
아빠 아버지가 아빠 엄마에게 
준거라는구나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준 건데 가석하게도 
아빠 아버지는 아빠 엄마하고 거푸
두해도 같이 못살고 돌아가셨다는구나 
그래서 엄마는 
아빠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아빠 엄마는 이 반지를 
엄마에게 주면서 신신당부 하셨지 
‘얘야, 너는 결혼하면 
절대 남편과 갈라져 살지 말라. 
사람에게 있어서 사람을 기다린다는 게 
고생중에서도 제일 막고생이니라’라고 
하셨는데 사람 일이란 
어디 마음같이 되는 거냐? 
결국은 엄마도 아빠를 
기다리는 인생을 사는구나


                 27
찌-익-삐익 삐삐-
질컥 질컥-
어머니와 며느리를 대신해
물레와 베틀이 말을 나눴소
어머니는 삼베오리를 뽑고
며느리는 삼베적삼을 짰소


                28
한오리 한오리는 한숨으로 꼬았소
한땀 한땀은 한과 한으로 맺혔소
한섶 한섶은 눈물에 눈물로 붙혔소
한과 한에 맺히고 눈물과 눈물에 절은
삼베적삼 그 임자는 어디로 갔소
… …


                 29
세월은 고장도 없이 그런대로 흘러
아랑도 마구 뛰여 다녔소
“아랑아, 마당에서 놀지 
멀리 가지 말어라. 응? 
녀석도 제 아빠를 기다린다면서 
진종일 밖에 나와있으니…


                30 
그나저나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않고 … 후! 
오늘도 안 오실 모양인가? 
이 아래마을 순돌의 아버지는 
소식이 왔다는데… 
여보, 당신은 왜 소식조차 없어유? 
일년이면 돌아온다던 사람이 
삼년 세월이 다 가도록 오지 않고 
소식마저 없으니 
기다리는 사람의 속은 타다못해 
재가 되는 걸 당신은 알기나 해유? 
여보, 어디 몸이라도 
다치신 건 아니지유? 
당신 꼭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구유 
아니! 만에 하나 다치셨대도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유.


                31
저희들은 누구신가?
엉? 부대서 온 사람들 아닌가?
“저… 우리 그이는 
왜 보이지 않는가유? 
우리 애아버지는 
왜 돌아오지 않았나유?”
 
“저… 이걸 받으십시요.”
“이게 뭔가유?”
“백랑동지의 유물입니다.”
“유물? 이게 무슨…”
“백랑동지는 압록강 전투에서 
그만 전사 했습니다.”


                   32
아! – 
두랑의 두다리는 물앉았소
어머니의 몸도 휘청거렸소
어머니는 남쪽하늘을 바라보며
피터지게 아들을 불렀소
“백랑아! –”
그 부름은 오랑캐령을 넘어
두만강을 넘어 멀리 멀리 메아리 쳤소


                  33
아, 흐흐흑흑…
아래입술을 꼭 깨물은 두랑의 입에서
그제야 피울음이 흘러나왔소
“울어라! 오늘은 실컷 울어라!
이 망창한 일 앞에서 울음을 아껴선 뭘하겠냐?
땅아, 콱 뒤번져져라!”
하늘아, 콱 무너져 내려라!”


                34
두랑이는 남편의 유품을 안고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소
“여보, 나는 어떡 하라고? 
우리 아랑은 어떡 하라고? 
기어이 살아서 돌아오겠다던 
당신이 이게 웬 일이유?  
흑흑흑… 


                35
이 야속한 물건아! 
오라는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고 
너만 혼자 오면 
나는 어쩌라는 거냐? 
우리 남편 전장에서 
총알을 피해달라고 
내가 너한테 얼마나 바랐는데? 
우리 남편 몸 성히 돌아와 달라고 
내가 얼마나 빌었는데? 
왜? 왜? 왜? 
내 남편을 저승에 보내고 
너만 홀로 오는거냐?  엉? 
왜? 왜?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36
울음에 지쳐 멍해있는 
두랑을 어찌 하오?
유물을 들추어 
편지 한장 꺼내보는 두랑은
또 한번 입술을 깨무오


               37
“사랑하는 두랑이,
그동안 기다림에 얼마나 지쳤소? 
소식을 제때에 전하지 못해서 
참으로 미안하오. 
사실은 전쟁터에서 소식을 
전한다는 게 그렇게 쉽지 않구만.
여보, 우리가 갈라진지도 
벌써 삼년이 되는구만 
정말이지 당신이 보고 싶소. 
그리고 우리 아랑이도 
이젠 제법 말을 번지겠는데 
고놈도 참말로 보고 싶구만. 
여보, 오라지 않아 
전쟁이 끝날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오. 
나 꼭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거요. 
여보, 당신의 정성이 슴배인 덕분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선지 
지금까지는 몸을 다치지 않고 
용감히 싸우고 있소. 
여보,
그런데 참 한가지 
리해가 되지 않는 일이 있는데 
몇차레의 전투에서 싸우고 보니 
우리는 한민족끼리였다는 그 점이오. 
왜? 우리는 한민족끼리 싸워야 하는지? 
왜? 우리는 총뿌리를 한민족의 
가슴에 겨누고 쏘아야 하는지? 
왜 이래야만 하는지 리해할 수도 없고 
가슴이 아프오. 
여보, 전투가 곧 시작 되오. 
할말은 많으나 이만 끝여야겠소. 
그리고 내가 돌아가는 날까지 
몸 건강히 기다려주오. 
안녕히.”
여보, 흑흑흑… 
내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38
비는 뭘하고 천둥은 뭘 하느냐?
눈물아, 비 되여라
비 되여서 이 설음 씻어가라
침묵아, 천둥이 되여라
천둥이 되여 이 가슴 터쳐버려라
바람아, 뭘 하느냐?
광풍아, 뭘 하느냐?
폭풍으로 달려와서 이 한을 몰아가라
아, 잠자는 하늘이여!
아, 눈 감은 하늘이여!


                  39
눈물은 내려오고 밥술은 올라간다고 했소
어머니와 며느리는 밭일 집안일 다 하며
아랑 하나만 믿고 힘든 세상을 살아왔소


                 40
하지만 이땅엔 붉은 꽃만 피였소
접시꽃보다도 더 큰 붉은꽃 천지였소
아마도 그런 꽃은 이땅밖에 없을 거요
뿌리보다 줄기보다 더 큰 꽃, 
그런 꽃 말이오


                41
애기 업은 옥수수를 보고
촌스럽다고 도리질 하고
머리 숙인 해바라기를 보고
입 짜개지는 줄도 모르고
비쭉거리며 비아냥거리다가
감히 하늘과 키를 높이더니
결국엔 가는 허리가 무너졌소


                 42
가슴보다 더 큰 꽃을 
심장 가까이에 달고 
하늘을 오른다고 떠들었지

붉은 향기에 물들어 
암탉의 가슴에서는 
새들의 노래는 멀리 유배되고
붉은 초롱에 갖히워 
별도 빛을 잃은 빨간 볏 닭은 
온통 붉은 낟알만 주어 먹고
붉은 똥만 온 거리에 싸댔지


                  43
그 붉은 올가미에 어머니의 
가냘픈 모가지도 피해갈수 없었소
하루 아침에 조선특무로 몰려
언걸을 당하면서 결국 어머니는
억울하게 숨을 거두셨소


                  44
할머니 상여는 아랑의 
가슴을 지지 눌렀소
허나 며느리도 손주도
입은 있어도 말을 할수 없었소
그때 사람들의 입은 그저
죽물이나 들어가는 구멍에 불과했소
그래도 상여머리에 올라선 먹임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속에 있는 말을 꺼내서
망자의 가는 길에 뿌려던졌소


                 45
어허호 어허호 – 어호 어이 어허 – 호
백년도 못사는 인생 천년만년 살것처럼
허이 허이 일만하다 반백년도 못 넘기고
지랄같이 북망산이 웬 말이오
아이공 상사듸야 아이공 상사듸야

어허호 어호오 – 어호 어히 어허 - 호
죽은 정승 산 개보다 못하다지만
개미처럼 살다가니 개보다도 못한 인생
뼈 빠지게 일만하다 죽어가니 살멋없다
아이공 상사듸야 아이공 상사듸야

어허호 어허호 – 어호 어이 어허 – 호
한번 가는 길을 먼저 가나 후에 가나
저승길은 매 한가진데 슬퍼한들 무엇하리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저승에서 만나는데
아이공 상사듸야 아이공 상사듸야

어허호 어허호 – 어호 어이 어허 –호
귀신들은 다 어디 가서 자빠졌나
억울하게 죽어간 송장염통 빼지말고
나발불며 지랄하는 되질 것들 잡아가지
에익 씨팔 빌어나 먹을 더러운 세상아
아이공 상사듸야 아이공 상사듸야


                  46
우물촌엔 판이 벌어졌소
판은 판이되 무슨 판이냐 하면
굿판이 벌어졌소
보오
저기 기다란 소매자락 휘날리오

한오백년 한이 
혼신으로 살아서 숨 쉬오

때론 낮았다 높았다
뫼인양 령혼의 나비를 불러오고
하늘 높이 뿌려진 백부는
구름인양 혼백의 날개를 적셔오오

저고리안에 감싸진 저 가슴은
구경 무슨 말을 할라고 저다지도
깊은 몸짓에서 떨리여 오는가?

억년의 세월 휘감긴 숨결은
한설움 시름꽃 하늘 씹어넘기오 

어허라! 바람아 불어라!
오호라! 꽃잎아 웃어라!


                47
보이지 않는 속의
저 웨침은 
천추의 언어인가?

저 깊음속의 잠재를 애써
산파(产婆)의 거룩한 손으로 
가슴 밑바닥에서 끄집어내오는 
질긴 몸부림은 애련의 욕망인가?

령혼이 육체에 말을 걸고
얼이 넋을 달궈 초야(草夜)의 
잔향(残香)을 하얗게 휘뿌리오

혼도(魂道)의 먼지를 날려
한삼은 백학의 날개로 
열반의 하늘 스쳐가오


               48
넋이 누워서 가는 길
바람의 노래 실은 달구지에
달의 눈물 똘랑 떨어지오

찢어진 불아기(佛亞旗)는 노을로 타
젖은 락엽같은 
내 어머니의 허벅지에 감겨 
구름벽을 스치오

한밤의 모가지에서 떨어져나온 
저-어 접동새 울음 한아름,

올올이 씨실로 뽑아
꽃잎의 향기를 묶은 하늘빈소에
별들이 조용히 문상을 오오

 

제 6 악장

실향곡

                1
해금줄이 떨린다
처량하게 떨린다

잔뜩 불어난 심장위에 
톱질을 하면
서억석 갈리는 소리에 
살가루 부서진다
활과 두줄선이 
붙었다 떨어지는 흐느낌은
짧은 만남에서 
기-인 한이 서러운
엄닐 떠난 새색시의 
족도리가 무겁다

이제 어둠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한사코 울기만 하는 
두줄사이에
이름모를 사랑 
한올이라도 걸어주자
맑고 고운 꽃가루 흩날리게,
… …


                  2
어느덧 아랑은 리랑을 만나 결혼했소
그 둘사이에 태여난 진랑도 
이제 막 젖을 떼고 옹알옹알 
말을 하는 중이였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귀하디 귀한 어린 자식이였소


                3
하지만 이땅은 
그들도 가만 놔두지 않았소
떠났소 모두 다 떠났소
잘 살겠다고 모두 다 떠났소
리랑도 어린 진랑을 떼놓고 
떠나야만 했소


                4
그날 진랑은 엄마의 
다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똑똑 떨구면서 
애원에 애원을 다 했소


                5
엄마, 가지마! 엄마 가지마!
진랑아, 울지 마. 
엄마 빨리 갔다 오마 응?
싫다! 싫어 엄마 가지마!
진랑아, 울지 말고 내말 들어라
엄마가 가서 돈을 벌어야 
우리 진랑에게도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학교에도 보내지. 알았지?
응- 싫다! 난 맛있는 걸 아이 먹겠다 
사달란 말도 아이 하겠다 
그러면 아이 되나? 난 엄마하고 
같이 있겠다!
진랑아, 네가 이러면 
엄마 어떻게 발걸음이 떨어지겠냐? 
진랑 아버지, 빨리 진랑을 데리고 가세요!
엄마야! 엄마야!-
진랑아! 흑흑흑…


                6
리랑은 모진 마음을 먹고 그렇게
동족의 나라로 갔소
가서 별아 별 일을 다 했소
아파도 병원 한번 가지 않았소
남들이 다 하는 려행도 한번 가지 못했소
오로지 이를 악물고 돈만 버느라 
죽을둥 살둥 모르고 버티였소
명절 때면 무정한 달을 보며 울었소
별을 보며 울었소


                7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도 
가지 못하는 이 마음
달아, 너는 아느냐?

내남편 내자식을 보고파도
가지를 못하는 이 심정,
별아, 너는 아느냐?

달도 별도 모른다면
바람아, 너는 아느냐?
아, 가고싶다 가고 싶다
내가정 내집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다  


                8
어쩌다 하는 국제통화는 더구나 
목이 메는 일이였지만 힘들 땐 
그래도 얼마만큼은 위안이 되였소
허나 통화가 끝나면 뒤끝은 더더욱 
가슴이 허벼졌소


                9
여보
어디  아픈데 
없소?

여보야
배고프다
당신이 만든 
된장찌개 
먹고싶다

여보
… …

여보야
춥다
당신과 함께
우리 첫날이불을
덮고싶다

여보
당장 돌아오라구!
와서 적게 먹고
적게 싸면 되지
                
아직 리자돈도 채 벌지 못했는데
어떻게 돌아간다구 그래요?


               10
진랑과의 통화는 더구나 가슴이
애절하다 못해 창자가 아려났소

진랑아, 엄마다! 잘 있었니?
엄마아,흑흑흑…
울지 마. 네가 울면 엄만 더 슬퍼,
엄마 언제 와요? 이젠 엄마 얼굴도
흐릿해지기 시작해요 우리는 왜 이렇게
갈라져 살아야 합니까?
얘야, 엄마도 왜 돌아가고 싶지 않겠니?
엄마도 진랑이가 보고 싶고 사무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구나
그럼 빨리 돌아와 주세요 아빠도 엄마를
너무너무 애타게 기다립니다
얘야, 엄마가 그마음 왜 모르겠냐만
우리 이제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자


                  11
그 조금이 오년, 십년이 더 갔소
기다림의 끝은 어딘지
끝이 있기나 있는지는 귀신도 
모르는 일,
거기다 저 눈물 없이는 볼수 없는
리산가족 상봉은 어떻게 하오?


                12
60년동안 고였던 눈물의 무게에
60년동안 쌓였던 한의 두께에
60년동안 태웠던 가슴숫덩이에
마침내 칠순 된 딸의 오금이
무언의 로모앞에 팍 무너지오
이제 살아 두번 못할 절
이제 죽어 한번 못할 절
처음이자 마지막 되는 큰절임에도
기-인 리별에서 짧은 만남이 
하도 서러워 손과 손이 떨어짐은 
살점 떨어지는 아픔에 저리오  


                13
저 태평양 지평선을 보면 어떻소?
두만강에서 흘러온 물은 지금 
저기 어느 쯤에서 숨을 쉬는 게오?


                14
아픔도 지쳐버린 저 유리창 너머
그리움의 혀끝이 
황홀한 고름으로 흘러내려 
부패된 바다를 핥는구만

혼돈의 탑으로 쌓여진
저 투명한 절망의 절정이여!

누가 저 사멸의 장막을 열어
“흰무지개”를 걷어낼 순 없는가

정녕, 초인은 백마가 없어 못 오고
대붕은 날개가 없어 못 오는가? 

피 마른 폐속엔 언제적 박힌 쇠못이
세기의 한을 걸어 기발을 휘날리오

아! 시체주머니 지퍼줄같은 저것은
광란의 은빛수술칼날이 행진한 자리,

오늘도 그속엔 그냥 놓고 온 가위가
졸아든 심장을 잘근잘근 썰고있소


                  15
저 철책은 또 뭐요?
저건 이제 얼마나 더 있어야 하오?
바람은 하늘에다 이렇게 쓰오

저것은 소리 있는 아우성,

록풍이 불어오다 
배가 걸려 할복된다
흰구름이 넘어오다
속곳 찢어져 돌아선다
아지랑이 노래 넘어오다 
목울대가 파렬된다
보슬비 내려오다 
눈물 되여 떨어진다
비둘기가 노을드레스 입고오다
가슴이 찢겨져 피물 얼룩진다


               16
저 철조망 가시끝에 걸린 이슬을 보오
소쩍새는 이렇게 쓰오

저것은 엄말 찾아가다 
쇠가시에 걸린 아기바람의 눈물이지 
결코 이슬방울은 아닐터

그렇다면 차거운 철조망아, 
걸겠으면 광풍폭우나 걸어
스러지는 옥수수대나 말릴 거지
부질없이 노을의 모가지나 걸어선
꽃잎의 가슴에 피를 뿌릴 건 뭐냐?

이슬이 부러우면 
차라리 풀잎이나 되여라


              17
철책가에 걸리는 건 그뿐만 아니오
저 모가지가 걸린 아침해는 우오

철책가에 목이 걸려
아침을 우는 령혼아,

붉은 피는 식어서
바다를 랭각하고
뇌수는 흘러나와
구름가슴 도배한다

아, 하늘 녀인이여!
저고리를 찢으라!
치마폭을 찢으라!
소리쳐 찢고 찢어서
바다를 감싸라! 
구름을 동여라!  

아, 부르지 마오 부르지 마오!
부르면 가슴 아픈 노래를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아프긴
다 매 일반이오


               18
머루 다래 말 섞는 속에
묵은 거미줄 차거워
새콤하던 이야기도 끊긴지 오랜데
노래는 뭔 노래요?


               19
보오
남들은 할아버지가 매여놓은
빨래줄을 다 걷우어벼렸소
봄이 온다고 님이 온다고

보오
남들은 십여년을 가로 막은 장벽도
다 허물어버려소
손을 잡으며 가슴을 맞대며
그렇게 하나가 되였소

그런데 또 다른 가시철망은 뭐요?
아! 무겁소!
나에게 갑옷을 입혀주지 말아주오
아! 시리오!
나에게 얼음덩일 주지 말아주오!

아직도 배고픈 나에게 
무거운 갑옷이 입혀졌는데
아직도 내 입에서
차가운 랭기가 서리는데
나에게 무슨 노래가 있단 말이오?


               20
마오!
마는게 좋은 것이고 
좋자면 말아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나를 가만 놔두오
한가락 노래 없이
한가람 시도 없이
아직도 력사의 허리춤에서
부끄러운 흐름을 그냥
부끄럽게 흐르게 놔두오

나는 흐르는 자체만으로도
눈물이요 슬픔이요
그리고 부끄럼이요


              21
저 새는 또 무슨 새요?
두견도 소쩍도 아닌 저 하얀 새,
오, 저 새는 백학이네 
차라리 
아랑새라 할까… 
두랑새라 할까…
아니면 리랑새라 할까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소
어쨌든 흰옷을 입은 
새이기에 틀림이 없소 


              22
새라면 새인데 나는
왜 구름따라 하늘을 올랐을까
하늘에는 자작나무숲이 없었소

새라면 새인데 나는
왜 물결따라 바다로 갔었을까
바다에는 마실 물이 없었소

나의 털은 흰색이였었는데
왜 재빛으로 변했는가
나의 꿈은 록수청산이였었는데
왜 둥지를 떠났는가

그리고 나는 이 삭막한 공허에서
누굴 위해 춤을 췄던가

나 돌아가리라
입어서 무겁지 않는 산으로,
나 돌아가리라
벗어서 가볍지 않는 강으로,

아아, 타락을 모르는 산이여!
아아, 방황을 모르는 강이여!

내사 이제 하얀 새가 되여 다시
하얀 산의 보탬이 되여서 좋겠다

내사 이제 하얀 새가 되여 다시
쏟아지는 폭포수를 한껏 마시면
피줄이 꽃살처럼 살아나서 좋겠다


              23
하얀 저고리섶을 헤친
엄마의 젖가슴에서 흘러나온 
젖물의 강,

그 젖을 먹고 
아바이, 아매로 되기까지
세월은 계절을 수천번을 바꿔
강의 색갈도 바궈놓았소

이제 하얗다는 말을 쓰지 말기오
차라리 피물이라 하겠소

저 가슴의 통증을 
두만강 물새가 쪼아먹고 
진달래라는 꽃잎속에 왈칵 
토해버린 꽃의 생리통을
바람은 다는 실어가지 못했소

아프고 아파서 너무 아파서
이젠 아픔도 나의 아픔이 아닌
강 건너 남의 일이나 되여버린,
내 아픔은 벗어버린 사람들이여!

아! 아프지 말자 해도 
아플 수 밖에 없는 너란 이름우에
저 별들의 눈물도 함께 실어보내고
그 다음의 족보는 
하늘 나는 비둘기더러 쓰라 하기오!

 


종 시
              

              1
색소폰은 운다
어스름에 실려
백조는 운다

울어서 황홀한
해 저믄 서녘에 
피울음 왈칵 토해 
령혼의 벽을 적신다

피보다 진한
처연한 날개짓에
노을가슴 저며진다 


               2
얼마나 졸라매고 발톱을 박아
서로 량쪽 끈을 당기였더냐?
세기의 허리띠는 녹 슬은 철책으로
생살에 들어박혀 욕창이 끔찍도 한데 
풀어줄 두손은 무엇에 묶여 있는고?
졸라 맨 손이 있었으면
풀어줄 손도 있어야 하련만
남의 허리띠는 잘도나
풀어 젖히는 부지런한 손들이 
왜 제 허리에 감긴 철사줄은
그다지도 풀지를 못한다노?
아서라! 이제 더 옥죄여들면
몸뚱이는 다 썩어 문들어질테니
이제라도 사랑하는 내 녀자의
허리띠를 풀듯 우리의 손으로 
하마 부끄러운 력사를 풀자!
그다음 그 허리자국에 
예쁜 꽃띠 한줄 둘어주자!


             3
색소폰은 말한다

할아버지의 태줄은 
경기도에 묻혔단다

아버지의 잔뼈는
함경도에서 굳었단다

나의 귀방울은 
북간도에서 빠졌단다

그렇다면 이제
내 손주놈의 발도장은 
어느 땅에 찍혀질것인가?
아! 태줄과 대줄의 코스여!
아! 태줄과 대줄의 만남이여!

 

             4
                    
강물은 흘러가오
백년의 리별을 싣고 바다로 흘러가오
두만강은 내 할아버지 할머니의 
리별로 한맺힌 눈물의 강이라오
압록강은 내 아버지 어머니의
리별로 얼룩진 눈물의 강이라오
송화강은 내 안해와 내 형제의
리별로 야속한 눈물의 강이라오
눈물은 흘러 흘러 강물이 되고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에서 만나는데
우리는 언제면 한자리에 모여 살려나

                   - 끝 -

       2017년, 초고
       2018년, 수개
       2019년, 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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