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오 헨리

오 헨리(O. Henry,1862. 9. 11 ~1910. 6. 5 ) 미국의 소설가.그의 소설은 모파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풍자와 기지와 애수가 감돌고, 교묘한 구성과 화법으로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는 죽기까지 270편의 단편을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오 헨리(O. Henry,1862. 9. 11 ~1910. 6. 5 ) 미국의 소설가.그의 소설은 모파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풍자와 기지와 애수가 감돌고, 교묘한 구성과 화법으로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는 죽기까지 270편의 단편을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시간만큼이나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쉬임없이 이동하는 것이 서부 저지대 부근 붉은 벽돌 지구의 일부 대다수 주민들이다. 집은 없지만 한편으로그들은 수백 개의 집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가구가 딸린 셋방에서 다른 가구가 딸린 방으로 옮겨다니는 영원한 단기 체류자들이다. 주거가 일정치 않은 방랑자들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감정 속에서도 방락벽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들은 *렉타임으로 < 홈 스위트 홈>을노래하면서 손가방에 그들의 가재(家財)도구를 넣어 갖고 다닌다. 그리고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지붕 삼아 그 아래에서 살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수천 명의 거주자들이 거쳐간이 지역에는 수 천 가지의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비록 재미는 별로 없는 것들이겠지만. 그러나 이 모든 방랑객들의 자취 뒤에 하나 둘 유령의 발자취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리라.

어둠이 깃든 어느날 저녁, 한 젊은 남자가 이 붉은 주택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다니고 있었다. 12 번째 집에 이르러 그는 별로 든 것이 없는 손가방을 계단 위에 내려놓고 모자와 이마의 먼지를 닦아냈다. 초인종 소리는 멀고 공허한 깊숙한 곳에서 희미하게, 그리고 아득하게울렸다.

12번째 집이었던 이 집 문으로 여주인이 나왔다. 그는그녀를 보자 제가 들어 있는 과일 속을 껍질만 남긴 채 모두 파먹고 이제 먹음직스러운 투숙객들로 빈 과일 속을 채우려 하는, 징그럽고 배가 불룩한 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빈 방이 있느냐고 물었다.

"들어오세요"라고 집주인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모피로 안감을 댄 듯한 목구멍 속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안쪽 3층이 일주일 전부터 비어 있습니다. 들어와서 한 번 보시겠어요?"

젊은 남자는 집주인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도무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희미한 불빛이 복도의 어둠을 약하게 밝히고 있었다. 형편없이 낡아빠진 계단 카펫은 발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그것은 카펫이 아니라 마치 퀴퀴하고 음침한 공기 속에서 퇴화하여 계단의 군데군데 자라난 유기물처럼 발 밑에 끈적이는 무성한 이끼나지의류라도 된 듯싶었다. 계단의 모퉁이에는 벽이 움푹 팬 곳이 눈에 띄어 한때는 그 속에는 초목이 놓여있을 법한 벽감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벽감 속에 초목이 놓여있더라도 이 더럽고 썩은 공기 속에서벌써 죽어버렸을 것이다.

혹시 성인들의 조각품들이 그곳에 있었을지도모른다. 하지만 설사 성인들의 조각품들이 놓여있었더라도 도깨비들과 악마들이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어 성스럽지못한 지하의 어느 깊숙한 가구창고로 끌고 가버렸으리라고 상상해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방이에요" 집주인은 모피가 안감으로 덮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좋은 방입니다. 자주비지도 않는 방이랍니다. 지난 여름에는 아주 멋진 사람들이 이 방을 썼는데, 말썽도 전혀 없었고 방세도 모두 선불로 지불했지요. 물은 복도 끝에서쓸 수 있습니다. 스프로울즈와 무니가 이 방을 석달이나 썼답니다. 그들은버라이어티쇼 배우들이었지요. 미스 브레타 스트로울즈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아마 무대 이름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저기 경대 위에 그들의 결혼증명서를액자에 넣어 걸어 두었답니다. 가스는 여기 있어요. 그리고보시다시피 곁방이 많이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방이에요. 오래놀려 두지 않는 방이랍니다."

"여기서는 연예인들이 많이 투숙하고 있나요?" 젊은남자가 물었다.

"오고 가고 하지요. 우리집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중 상당수가 극장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여기는 극장지구니까요.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지요. 나도 내 몫을 하는셈이구요. 연예인들은 다만 왔다가 가는 사람들이랍니다."

젊은 남자는 일 주일 치 방세를 선불하고방을 예약했다. 그의 얘기는 피로하니 곧바로 그 방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돈을 세어 주었다. 집주인은 타월도 준비되어 있고 물도 즉시 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집주인이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자 젊은남자는 그의 혀끝을 떠나지 않고 있던 질문을 집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이번이 천 번째쯤 되는 물음이었다. "혹시 투숙했던 사람들 중에 젊은 여자인데 이름은 미스 바쉬너, 미스엘로이스 바쉬너라고, 생각나는 사람 없습니까? 십중팔구 무대에서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불그스레한 금발에 왼쪽 눈썹 근처에 검은 점이 있고, 중키에다 몸매는 날씬한 예쁜 여자인데요?"

"아니오.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군요.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이름이야 있지만, 셋방을 옮겨다니듯 자꾸 바꾸는 터라…… 그들은 단지 지나가는 숙객에 불과합니다.아니오, 그런 이름은 정말 기억에 없습니다."

모른다. 언제든지 대답은 모른다였다. 5개월 동안이나 쉬지 않고 사람들을붙잡고 물어보았으나 대답은 한결같이 모른다는 것이었다. 낮이면 대부분의 시간을 매니저와 에이전트, 강습소, 합창단을 찾아다니며 물어보는 데 보냈고, 밤이면 인기스타가 총 출연하는 프로에서부터 너무도 난잡하여 그가 갈망하는 사람을 그곳에서 찾게 될까 두렵기까지한 뮤직 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객석에서 보내왔던 것이다. 그녀를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그는여태까지 그녀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그녀가 집에서 사라진 이후 그는 이 거리 한 도시가 어느 구석엔가그녀를 잡아두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마치 가공할 만한 모래탑과 같아 바탕이라고는 없이그 모래알들이 끊임없이 바람에 움직여 오늘은 위에 있는 입자가 내일이면 진흙탕 속에 묻혀 버리는 곳과 같았다.

젊은 남자가 정한 방은 거짓된 환대에서우선 나타나는 환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창부의 가면을 쓴 미소처럼 자극적이고 초췌하고 형식적인인사로 맞아들인 것이다. 방안은 낡아빠진 가구, 소파 하나, 누더기 비단으로 커버를 씌운 의자 두 개, 두 개의 창문 사이에걸려 있는 한 자 넓이의 싸구려 거울, 한두 개의 금박을 입힌 액자와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놋쇠 침대가반사하는 빛들로 그나마 궤변적인 분위기 속에서 묘한 안락감을 주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힘없이 의자 속으로 몸을묻었다. 방안은 마치 바벨탑 속의 아파트라도 되는 듯, 조리도없는 말로 그 방을 거쳐간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 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가지 색깔을 섞은 융단이, 밝은 꽃으로 뒤덮인 네모난 적도의 섬이 큰 물결치는 바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것처럼 더러운 매트의 한가운데에놓여 있었다. 화려하게 도배된 벽에는 집 없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그런 그림들이붙어 있었다. < 위그노의 연인들>, < 첫번째말다툼>, <결혼 피로연>, < 연못가의푸시케> 등의 그림들이 있다. 단조롭고 수수한 외관의벽난로는 형편없는 발레단의 장막처럼 제멋대로 삐딱하게 드리워진 어울리지 않는 휘장 뒤에 초라하게 가려져 있었다.그리고 그 벽난로 위에는 무인도에 표류한 자가 구조선을 만나 되돌아가면서 버리고 간 듯, 쓸쓸하게놓여진 한두 개의 싸구려 꽃병, 여배우 사진들, 약병들, 그리고 짝이 맞지 않는 카드 몇 장이 눈에 띄었다.

이 모든 것들이 암호문이 풀려 가듯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셋방을 거쳐간 손님들의 행렬에 의해 남겨진 흔적들이 나름대로 의미를 나타내는 듯하였다. 경대앞에 놓인 융단의 가장자리가 실밥이 드러나도록 닳은 것을 보아 투숙객들 중에 아름다운 여자들이 있었음이 분명해졌다. 벽에 어지럽게 남겨진 손가락 자국들은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향해 몸부림친 죄수의 애쓴 흔적을 말해 주고 있는듯했다. 폭발하는 포탄의 파편처럼 벽에 튀긴 얼룩은 잔이나 병을 집어 던져 그것이 깨지면서 내용물이튄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울에는 다이아몬드로 휘갈겨 쓴< 마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셋방에 묵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화를 참지 못해서, 그리고 아마 이 셋방의 냉담한 태도에 더욱 격분하여 분풀이를 이 방에다 했던 것같았다. 가구들은 갈라지고 얻어 맞은 상처로 가득했다. 용수철이튀어나와 모양이 일그러진 소파는 그 모습이 마치 엄청난 지진으로 죽어간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과 같았다. 아니, 보다 더 큰 지진으로 대리석으로 만든 벽난로의 한쪽이 커다랗게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마룻바닥의 판자조각들은 나름대로 각기의 고통을 갖고 있는 듯 삐걱거리는 비명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모든 상처와 추한 모습이 한때는 이 방을 자기 집처럼 여겼던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의 불꽃은 맹목적이고 거짓된 귀소본능, 허구의가신(家神)에 대한 원망에 의해서 더욱 심하게 타올랐는지도 모른다. 오두막집이라도 제집이라야 쓸고 닦고 치장하며 아낄 줄 아는 게 사람들의 심리니까.

젊은 남자는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이러한생각들을 해보면서 가구들로부터 새어 나오는 소리와 냄새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른 방에서 킥킥거리는헐거운 웃음소리도 들렸다. 또 다른 방에서는 수다쟁이가 제멋대로 떠드는 소리도 들렸고, 주사위를 던지는 소리, 자장가 소리, 멋없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위층에서는 밴죠를 켜는 소리가 분명하게들렸다. 어디선가 문을 거칠게 닫는 소리도 들렸다. 고가철도위를 지나는 열차 소리도 간헐적으로 우르릉댔다. 뒷담에서는 고양이가 처량하게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나 그의 코끝에 와 닿는 것은 향긋한공기가 아니라 마룻바닥의 판자조각들과 곰팡이 피고 썩어빠진 목조물에서 내뿜는 고약한 냄새와 뒤섞인 눅눅한 냄새,지하실에서 나오는 듯한 차갑고 퀴퀴한 악취 뿐이었다.

그렇게 그가 의자에 몸을 묻어 지친몸을 쉬고 있던 차에 방안이 갑자기 강하고 달콤한 목서초의 향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번 불기 시작한바람결에 실려 짙은 향내가 방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방문객이 방안으로 찾아오는 듯 싶었다. 젊은남자는 마치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도 들은 듯 "뭐라고, 여보?"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짙은향기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감각의 기능을 잃은 그는 손을 뻗어 향내를 잡으려고 하였다. 사람이 어찌 향기가 자신을 부른다고 확신 할 수 있는가? 그는 향기가아니라 어떤 소리를 들었음이 분명했다. 그 소리는 그의 마음을 움직이고 즐겁게 해주었던 소리가 아니었을까?

"그녀가 이 방에 있었을 거야" 그는 이렇게소리친 뒤 그녀의 물건이거나 그녀가 손을 댔던 물건들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다고 믿고 방안에서 증거품을 찾기 시작했다. 젊은 남자를 덮고 있는 목서초 향기- 그 여자가 가장 사랑했고 또제 몸의 것으로 만들었던 향기,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었을까?

방안은 어수선했다. 얇은 경대 덮개 위에 대여섯 개의 머리핀이 흩어져 있었다. 여자들에게는필수불가결한 이 핀들은 말이 없고, 그는 이 핀들을 무시해 버렸다. 아무리살펴보아도 그녀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경대의 서랍을 마구 뒤지던 젊은 남자는작고 누더기 같이 되어버린 손수건 하나를 찾아냈다. 그는 그 손수건을 집어 들어 얼굴을 감쌌다. 음란하고 오만한 렐리오트로프 꽃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그는 손수건을다시 방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다른 서랍을 뒤지다 그는 짝없는 단추들, 연극 프로그램, 전당표, 연한과자부스러기 두 개, 그리고 꿈의 예언에 관한 책 하나를 찾아냈다. 마지막서랍에서 여자용 검은 공단 머리 리본을 본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머리 리본도아무 말 없이 특색 없는 평범한 여자용 장신구에 불과해 어떠한 단서도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젊은 남자는 냄새를 맡고 다니는사냥개처럼 벽을 훑기도 하고 불룩 튀어나온 매트 구석을 살피기도 하면서 방안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벽난로와테이블을 뒤져 보기도 하고 커튼이나 구석에 비스듬히 처박힌 캐비닛을 열어보기도 하면서 눈에 띌만한 흔적을 찾으려 애쓰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 옆이나, 위에서나, 기대어 서서 자신에게 매달리며 남자의 무딘 감각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을 넣어 애타게 사랑을호소하는 것을 그리고 있었으나, 그녀의 모습이나 흔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여보!"그리고 몸을 돌려 핏발 선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였다. 목서초 향기에 취한 그는 형태나 색깔을구별하지 못하고 사랑도, 허공에 내민 자신의 팔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오! 주여 ! 저 향기는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향기가 언제부터 사람을 부를 수 있는 목소리를 갖게 되었습니까?

그는 갈라진 틈과 구석을 살피다가 코르크마개와 담배 조각을 발견했으나 경멸하며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 매트의 접은 틈새에서 반쯤 피우다 버린시가를 찾아내고는 지독한 욕설과 함께 그것을 발꿈치로 뭉개 버렸다. 방 끝에서 방 끝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는 떠돌이 손님들의 초라하고 볼품없는, 그리고 가치 없는 흔적들을찾아내었다. 그러나 이곳에 머물렀을 지도 모르는, 자신이애타게 찾아다니는 그녀의 영혼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터였지만 증거가 될만한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젊은 남자는 집주인을 떠올렸다.

유령이라도 나올 듯한 방을 나온 그는계단을 내려가 빛이 새어 나오는 문으로 달려갔다. 집주인은 그의 노크 소리에 문을 열고 나왔다. 젊은 남자는 애써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혹시 내가 오기 전에 내 방에 묵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의 물음은 간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지요, 다시 말씀드리지요. 이미 얘기했던 대로 스프로울즈와 무니였습니다. 미스 브레타 스르로울즈는무대 이름이었고 실제 이름은 무니 부인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명사들이 묵는 곳으로 유명하였지요. 결혼증명서도 액자 속에 들어있어 저기 못 위에 걸려…..."

"스프로울즈 양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내 말은 외모가어떻게 생겼느냐는 것입니다."

"그야 검은 머리였지요. 키는 작고 살이 찐 데다 우스꽝스러운얼굴을 가졌지요. 그들은 지난 주 화요일에 떠났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묵기 전에는 누가 내 방을 썼습니까?"

"운수업에 관계를 맺고 있던 신사 한 분이 묵었죠. 방세를일 주일 치나 밀린 채 떠났습니다. 그 전에는 크라우더 부인과 두 아이가 넉 달 동안 지냈답니다. 그리고 그 전에는 도일 씨가 묵었는데, 방세는 그 아들이 지불했습니다. 그 사람은 6 개월간 그 방을 썼지요. 일 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 전에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는 집주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다시 기듯이 방으로 돌아왔다. 방은 죽어있었다. 방안에 생기를불어넣어 주던 것도 사라지고 없었다. 목서초 향기도 없었다. 대신곰팡이내 나는 가구와 창고 속 같은 낡고 퀴퀴한 냄새만 가득했다.

희망이 사라지자 신념도 그의 몸을 빠져나갔다. 그는 털썩 주저앉아 소리 내며 타는 노란색 가스등을 응시했다. 곧침대로 걸어가 시트를 찢어 조각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니고 있던 칼을 꺼내 그것들을 창문과 방문틈새로 단단히 밀어 넣었다. 완전하게 아늑하도록 밀폐되자 그는 불을 끄고 가스통을 완전히 열어놓은 다음자신의 몸을 침대 위에 눕혔

그날 밤 맥주를 가지고 가는 것은 맥쿠울부인의 차례였다. 그래서 그녀는 맥주를 들고 부인네들이 모이는 언제나 벌레가 기어 다니는 지하실로 내려가퍼디 부인과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늘 저녁 우리 집 3층 뒷방에 손님이 들었어요" 부풀어 오른 맥주 거품 너머로 퍼디 부인이 말을 꺼냈다.

"젊은 남잔데, 두 시간 전에 잠자리에 들러 올라갔답니다"

"어머, 그게 정말이에요, 퍼디 부인?" 맥쿠울 부인은 크게 놀란 듯 말했다. "그런 방에 손님을 들게 하다니, 당신 정말 놀라운 사람이군요. 헌데, 그 손님에게 얘기해 줬나요?" 맥쿠울 부인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쉬어 있었다. 호기심도 가득했다.

"방이란 빌려주기 위해서 만든 것 아니겠어요?" 퍼디부인은 목에 무엇이 걸린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손님에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방을 빌려 주어야 우리도 먹고살지요. 당신은 장사에 현실 감각을 지니고 있군요. 만일어느 방 침대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방에 들기를 거부할 거예요."

"당신 말대로 우린 살기 위해서 사는 거지요"

"그래요 부인, 그 말이 맞아요. 당신이 3 층 뒷방을 채우는 것을 내가 도와준 것이 꼭 일주일 전이군요. 예쁘장하고 몸도 홀쭉한 그 여자가 가스로 자살을 하다니...... 귀엽고조그마한 얼굴을 가진 여자였는데, 부인."

"당신 말대로 귀엽다는 말을 들을 만했지요."

퍼디 부인은 수긍하는 듯했지만 전혀동의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왼쪽 눈썹가에 사마귀만 없었더라면…… 잔을 다시 채워요, 맥쿠울 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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