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약력 :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연변대학 물리학부 졸업.1989년 대학생예술절 글짓기응모, 수필조 1등상 수상. 2018년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등상 1등 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 수상,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KBS한민족방송 우수상 15회 수상, 중국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2) 수상
박영진 약력 :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연변대학 물리학부 졸업.1989년 대학생예술절 글짓기응모, 수필조 1등상 수상. 2018년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등상 1등 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 수상,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KBS한민족방송 우수상 15회 수상, 중국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2) 수상

천국이라 믿고 찾아온 한국은 꿈같은 나의 유토피아, 고마운 나의 고국이다. 아름다운 한국의 푸른 하늘아래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20년이 된다. 그동안 한국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의 꿈도 활짝 꽃피워나는 것 같았다. 

동포문학 수필우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과 최우수상,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선상, 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 대국민칼럼공모 은상과 장려상, 그리고 KBS한민족방송 우수상도 수차 수상했지만 내 집 같은 우리 회사에서 가족 같은 동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모님 같은 사장님한테서 받은 최우수모범사원상이 제일 보람차고 값지게 느껴진다. 

최우수모범사원, 우리 회사 창사 이래 내가 처음이자 유일한 수상자라고 한다.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중국과는 달리 직원들에게 상을 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내가 남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힘든 바렐작업을 도맡아하면서 방청유도 많이 절약하고 폐수도 엄청 적게 방출하면서 소재를 불량품 없이 깨끗하게 씻어냈으며 6년 동안 아껴준 절약한 비용만 한화로 1억이 넘는다. 하여 응당 상을 주어야 상식이 아니냐고 했더니 김치문사장님이 ‘알았어! 미스터박이 회사에 기여한 공로도 큰데 응당 상을 주어야지’하며 흔쾌히 받아들이고 생산관리를 책임진 변덕재부장님에게 상패를 주문제작하라고 지시를 하달했다. 

상을 수상하는 일이 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변덕재부장님도 상패에 들어가는 문구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몰라 글 좀 쓴다하는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는 부장님이 작성한 감사장을 표창장이라 고치고 최우수모범사원이라는 칭호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렇게 나의 최우수모범사원상이 만들어졌다. 어질고 착하며 부지런히 일도 잘해 회사에서는 나를 엄청 아끼고 사랑해주는 터였다.

피는 못 속인다고 마음씨 착한 부모님들의 피가 흐르는 나는 법이 없이도 사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착하고 바르게 살자’는 내가 한국에 와서 지천명나이를 먹고 세운 우리 집의 가훈이다. 내 아들도 이 가훈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착하고 바르게 열심히 살아서 이십대에 입당도 하고 지금 연길에서 교육사업에 종사하니 나는 너무 가슴이 뿌듯하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일회용종이컵하나 함부로 버린 적 없이 깨끗하고 철저하게 살아온 나였다.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가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꼭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고야 시름이 놓이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좋은 사람으로 살아왔다. 베품과 나눔의 미학을 항상 실천하면서 생활화, 습관화하니 불운한 나의 운명도 저도모르는 사이에 좋게 바뀌어 지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는 노다지판이지만 그 누구에게는 더러운 쓰레기판이라 저주받으며 욕을 먹는 노가대판(건설현장)에서 네 가지 없는 사람, 4가지(싸가지)없는 사람들을 만나 한국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면서 서러운 디아스포라의 피눈물을 흘렸던 나였다. 한국의 악덕업자를 만나 힘들게 일하고 돈도 받지 못하던 내가 착하게 살아온 덕분인지 보람인지 하늘이 도와 좋은 회사를 만나 돈도 잘 벌고 마음 편한 삶을 살게 되었다.

불행을 맛본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의 진미를 만끽할 수 있고 행복의 소중함도 잘 아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원망 한마디 없이 항상 대한민국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나에게 행복을 준 우리 회사와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해 그 무언가 기여할 기회를 찾지 못해 안달이나 한다. 시간만 있으면 회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또 남들이 기피하는 기숙사 사감(舍監)도 자발적으로 맡아하면서 기숙사를 책임지고 제집처럼 깨끗하게 관리하니 ‘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느냐’며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회사 주변에는 심은 지 십년 되는 50그루되는 소나무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사랑의 손길이 전혀 가지 않아 흉물스럽게 자라나 있었다. 어느 봄날에 나는 심심풀이 삼아 재미삼아 짬짬이 톱으로 정원사처럼 예술적으로 그 소나무들을 가지치기해서 엄청 멋지게 해놓고 휴식공간까지 만들었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서 막걸리를 마시며 즉흥적으로 시 한수를 지었다. 
       
  어느 봄날의 풍경
           
 겨울에 지친 영혼이 
 허기져 비틀거릴 때
 강가의 얼음장 돌아눕는 소리에
 깊은 잠에 빠졌던 여석들
 꿈결에 뒤척인다.

 아물아물 아지랑이
 토실토실 버들강아지
 입 다시고 몸 비틀며
 옴실대는 귀염둥이들

 목련은 부푼 가슴 붙안고
 불안하게 서성이는데
 벚꽃은 하얗게 웃으며
 수줍게 윙크한다.

 누굴 기다리느라 민들레는
 저토록 바장이고 있을까
 산기슭에 진달래는 왜 또 저렇게
 홍조 띄우며 수줍어하는지

 어허, 뭔가를 목마르게 기다리며
 그리는 귀여운 친구들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날 보고 넌지시 웃고 있다. 
  
 먼 훗날, 내가 우리 회사를 떠날 때 이 소나무들이 어느 정도로 커있을까?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자라나 있을까? 미래에 있을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树木, 百年树人)이라는 옛사람들이 남긴 성구도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지금 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람대접 받으며 사랑받으며 사는 것도 그동안 착하게 살아온 삶의 보상과 보람이고 세월이 주는 착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드디어 표창장을 타는 날이 왔다. 아침 체조시간에 나에게 직접 상을 주려고 김치문사장님이 사장실에서 나오셨다. ‘박영진씨!’ 내 이름을 부르시면서 앞으로 나오라 하고는 ‘최우수모범사원’이라고 쓴 상패와 상금 5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수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일하는 자 보상이 따른다.”면서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원들을 계속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최우수모범사원’ 표창을 받은 나는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도리를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면서 보람차게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다지고 또 다졌다. 한국의 푸른 하늘아래서 착하게 살아온 삶의 보람을 만끽하면서 최우수모범사원답게 최선을 다해 모범적인 삶을 살 것이다.       
    

                                                     2022 04 02 전북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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