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봉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장. 시 , 수필 백여수(편) 발표.
                            주해봉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장. 시 , 수필 백여 수(편) 발표.

산행을 떠나는 것은 새삼스레 구경거리만을 찾아 나서는 것도 아니고 모여서 왁짝 떠들며 이슬 한 모금으로 몽롱한 분위기 속에 파묻히기 위해서만은 더욱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일상의 굴레에서 훨훨 떨치고 벗어나 온갖 소유로부터 해방됨으로써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자신의 참 모습 앞에 마주서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세속에 찌든 몸뚱아리를 4월의 봄바람에 시원히 헹구고 싶어서 경남 합천에 위치한 매화산을 찾았다

가야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매화산! 주능선을 매화나무에, 그곳에 불쑥불쑥 솟은 바위들을 매화꽃에 비유해 매화산이라 불리운다는 매화산!

그리고 불가에선 "천 개의 불상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것 같다"해서 천불산이라고도 불리는 매화산!

한시 급히 달려가 안기고 싶은 욕망을 붙안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세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가야산면사무소 앞 청량동 매화산 입구!

잔인한 4월이라 하지만 봄은 역시 봄이었다.

겨우내 썰렁하게 빈 가지만 남아 휑했던 빈 공간이 어느새 사라지고 뼈대처럼 앙상했던 가지들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산뜻한 연녹색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

연녹색 푸르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사에 지친 가슴은 금시 후련해졌다 .

역시 복잡한 도심과는 딴 세상이었다 .어느새 내리기 시작한 봄비에 산행이 지체될까 염려도 되었지만 그보다도 우중산행이 오히려 운치가 더해질것 같아 상쾌한 기분이었다 .

고즈넉한 매화산은 잔잔한 빗소리에 청아한 산새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4월의 봄맛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산행 초입에서는 그런대로 힘든 줄 모르고 곧 잘 오를 수 있어서 여유로움을 가지고 이곳 저곳 시선을 던질 수 있었다.

파르르 움츠린 청초한 풀잎의 속삭임!

봄비 속에서 하느적대며 춤추는 연초록 나뭇잎들의 향연!

봄비 머금고 여린 연분홍 꽃잎을 수줍게 펴보이는 진달래!

무심코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

꽃잎이 오물오물 속삭이는 것이었다 .

꽃잎의 속삭임은 안보이는 것을 본 놀라움이었다 .

풀잎의 속삭임꽃잎의 속삭임! 그것은 무겁고 어두운 겨울 뚫고 마침내 미소짓는 생명의 노래였다 .

봄비에 미역 감고 밝은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반기는 나무,  화초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어느덧 산행은 중반을 넘어섰다 .

헌데 왠걸! 매화산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

연속으로 이어지는 철계단! 오르고 또 올라도 끝없이 펼쳐지는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 그야말로 계단의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두 다리가 천근만근 무게로 처졌지만 운무 속에 잠긴 삐죽삐죽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바위 능선들과 장엄한 산세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

세상에 이런 비경이 매화산에 숨어있을 줄이야!

짙은 운무 속에 모습을 감춘 천태만상의 바위! 그리고 오직 철계단만을 통해 닿을 수 있는 그 신비의 영역에는 꼭 산신령님이 계실것만 같았다 .

몽롱한 안개 속에 우뚝 솟은 희귀한 바위는 그야말로 드팀없는 단심이었다 .

그 바위들을 바라보노라니 소진되지 않는 어떤 에너지가 서서히 확장되어 온 몸에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운무속에 잠긴 기암괴석들의 환상적인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고요와 침묵으로 깊은 묵상안에 잠기게 하였다 .

순수한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과 함께 황홀과 몽환적인 공간 속에서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할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바로 때묻지 않은 자연에 풍덩!~안기는 그 순간이 아닐까! 더불어 인간이 파괴하지 않는 한 자연은 어디까지나 순수 그 자체이고 진리다 라는 생각을 조용히 가져보았다!

조용한 봄비의 세례 속에서 연녹색 나뭇잎들은 그처럼 차분하면서도 밝은 모습이었다 .

그 모습 바라보면서 저도모르게 자연이 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깊은 연주에 몸을 맡겼다 .

잠시 한 생각 접고 대자연에 귀 기울이노라니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 까지 온건하게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었다 .

몽롱한 운무에!

연녹색 나뭇잎과 여린 진달래꽃잎에!

태고의 기암괴석에 취하고 놀라며 전전긍긍한 끝에 드디어 정상 남산제일봉(해발1010m)올랐다!

!~~

정상부근의 금관바위! 열매바위! 곰바위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4월의 매화산은 나에게 뜻하지 않게 많은 것들을 심어주었다 .

자연의 신비함과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어떤것이며 그 속에서 즐거운 사색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무위의 시간이야말로 행복한 순간임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

4월의 봄비 속에서 애교부리던 매화산의 연둣빛 나뭇잎도, 태고의 천년바위도 잊을 수 없지만  한 걸음 두 걸음 잡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했던 동료들의 진정어린 따뜻한 인간애 또한 결코 잊을 수가 없다 .

산행이라는 삶의 귀퉁이에서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정우식구들과의 어울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의 인연으로 가슴 깊이 새길것이다 .

4월의 매화산은 그처럼 따뜻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