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교육과학부 자문관)

이남철 본지 칼럼니스트 
이남철 본지 칼럼니스트 

2022년 4월 29일 정부발표에 따르면 5월 2일(월)부터 실외마스크 착용의무가 완화된다. 국민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실외마스크 착용 실천, 코로나19 유증상자와 고위험군, 다수가 모여 거리 유지 지속이 어려운 경우 등은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의 참석자 및 50인 이상이 관람하는 공연·스포츠경기의 관람객은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4월 15일 감염병의 종류 고시 일부 개정을 통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 4월 25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1급 전염병으로 지정한 2년 3개월 만이다. 이 조치에 따라 4월 25일부터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영화관, 대형마트, 학원, 실내 경기장, KTX 등에서 취식이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 18일부터 시내 음식점과 거리는 인산인해이고 심야시간에는 택시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보건‧의료 분야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손익과 영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코로나19 정책과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광복 이후 37년간 지속됐던, 밤 12시~새벽 4시의 야간 통행금지(통금)가 해제된 1982년 1월 5일이다. 미군정 시절 북한의 간첩을 경계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이후 정부는 ‘범죄예방’ 등의 명목으로 통행금지 조치를 존속시켰다. 전쟁이나 재해 재난이 아닌 상황의 평시통금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일이었다. 1년에 단 두 번 통행금지가 해제된 날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와 12월31일이었다. 사람들은 이때에만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성스러운 휴일이 아니라 ‘해방의 날’이었다. 서울 명동과 충무로, 종로 일대가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필자도 이러한 통행금지 해제의 자유를 만끽한 경험이 있다. 통금해제는 국민의식이 자유로워지고 성숙해진 계기로 평가된다. 통금이 해제되면서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큰 혼란은 없었다.
 
국민들과 정부의 우려와 다르게 기대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이루었다. 전 산업부문에서 고용이 늘고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났다. 1980년 마이너스 0.2퍼센트를 기록한 민간소비 증가율이 1982년 6.9퍼센트, 1983년 9.0퍼센트, 1983년 10.7퍼센트라는 고성장을 기록하며 2차 오일 쇼크 등으로 인한 국제적 경제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2022년 4월 29일 정부의 마스크 해제 등 방역대책 발표를 보는 순간 필자는 여러 차례 자가격리와 PCR 및 자가진단 검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뇌리를 스친다. 개인적인 고통보다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헌신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파라과이 교육과학부 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2022년 2월 말 필자는 코라나19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출근한 어느 날 아침, 동료 직원들이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 웅성웅성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하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에스파니어(스페니쉬)에 익숙하지 못한 필자는 정확한 상황을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몇 일 후 한국 정부에서 3월 25일 귀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서둘러 업무 인계인수와 은행 등에서 해야할 일들 처리 후 고국에 돌아왔다.

이 당시 파라과이 정부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후 2시 이후에는 주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였고 상점, 공공기관, 은행 등에 출입할 때는 입구에서 온도측정을 하였다. 난생 처음 이국 땅에서 경험하는 일들은 필자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다. 홀로 창을 통해 멍하니 쳐다보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거리는 적막감이 흘렀다. 수시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질주하는 경찰과 군인 차량들의 모습은 전시와 같은 살벌한 분위기였다. 

몇 일간 불안한 심정을 뒤로하고 국제선 비행기가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항공 상황이지만 파라과이 정부가 특별히 마련해 준 전용기를 타고 아순시온을 떠나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했다. 이 공항 음식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주 브라질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제공해준 음식과 음료수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이런 여정으로 아무 사고 없이 인천공항에 안착하면서 즐거움과 편안함이 가득했다.

파라과이에서 귀국 후 필자는 처음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를 경험했다. 봄 기운이 완연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아파트 창가를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다. 필자는 좁은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모든 생활용품의 개별사용과 식사는 문 앞에 집사람이 갖다 놓으면 먹고 빈 그릇을 내놓는 격리생활을 하였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킨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행동을 했다. 이 당시에는 자가격리만 했지 PCR 검사제도는 없었다.

두 번째 자가격리는 2021년 10월 아프리카 세네갈 방문 후였으며, 세 번째 자가격리는 2022년 2월 우즈베키스탄 갔다 온 후이다. 출입국시 PCR 검사는 세네갈과 같았지만 어쩐 일인지 귀국 후 검사결과가 양성이 나와 1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네 번째 자가격리와 PCR 검사는 2022년 4월 방글라데시에서 귀국 후였다. 

모든 해외출장 때 필자는 출국 48시간 내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입국할 때는 외교부에서 지정한 현지병원에서 PCR 검사를 해야 했다. 국내 에서 PCR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공무 출장을 할 수 없고 자가격리를 하면 된다. 그러나 해외에서 입국 시 PCR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검사결과가 음성이 나올 때까지 이동을 할 수 없으며, 비행기를 탑승할 수 없다.

많은 자가격리와 PCR 검사를 했지만 코로나19 자가진단에 있어서 필자는 선도적 위치에 있다고 자부한다. 현재 근무하는 대학은 학교 출입 시 현관에서 정부가 시행하기 전부터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한 검사를 열 번 이상하였다. 담당하는 직원에게 자가진단 기구 비용이 얼마냐고 물으니 2만원인데 대량으로 구입해서 만8천이라고 했다. 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교직원과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는 학교 당국에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최근 마지막 PCR 검사! 2022년 4월 26일 아침에 일어나 출산을 위해 병원에 가면서 동행한 큰딸은 “아빠 PCR 검사를 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한다. 이유인즉 산부인과 보호자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필자는 보건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당일 오후 5시. “이남철 님(00년.05.21/남) 코로나19 PCR 검사결과 음성입니다(검사일자 2022년 04월 26일).”이런 결과내용 문자를 받았을 때 기쁨은 얼마나 큰지 모른다. 만에 하나 양성이 나오면 출산한 병원 방문과 딸과 대면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코비드19 통계에 따르면 인구가 5백만 명 이상인 국가들 중 인구 대비 2022년 4월 24일 코비드19 누적 확진자 수 비율은 덴마크가 54.10퍼센트로 가장 높고 대한민국은 32.98퍼센트로 높은 국가에 해당된다. 이러한 악조건 상황에서 자가격리와 PCR 검사를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방역 수칙을 잘 지켰다고 믿는다. 한 편으로 그들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 주변 지인들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어떠냐고 충고를 한다. 남미 파라과이, 서아프리카 세네갈,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남아시아 방글라데시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보건의료 환경과 국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낮은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출국 목적이 여행이 아니라 정부의 개발도상국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위한 것이라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일들은 기회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 사람들보다 사실 필자는 코로나19에 대한걱정이 더 크다.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면서 필자의 불안감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밀폐된 항공기 내부는 도착지 국가 국민들이 대부분인 만큼 긴장감이 돈다. 무엇보다 식사나 음식물 섭취할 때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 더욱더 불안하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공항에 필수 요원으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지 방문을 통한 업무 수행은 많은 현지인들을 마주대하는 경우가 많다. 한곳에서 일을 마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기관 방문과 여러 지방을 돌아다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코로나19는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을 가득 채운다. 숙소에서 혼자 있을 때와 식사 때 외에는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수시로 손 소득을 했다. 호주머니에 항상 손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한다. 외출 후 숙소에 귀가해서는 수시로 자가격리 진단 기구를 사용해 결과를 확인한다. 검사하는 순간에도 양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4월 29일 이후 방역상황의 호전과 의료대응의 안정세를 위해 국민들의 방역에 협조와 헌신적인 위기극복에 지금처럼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은 현 정부 정책과 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코로나19 관련 방역대책이 국민들에게 이로움이 큰 합리적인 틀에서 시행되었으면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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