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숙 약력: 심양 출생. 사평사범학원(현 길림사범대학) 정치계 철학학사. 길림조중 교원 역임. 월간 「문학세계」등단. 대한민국통일예술제 해외작가상(2015). 제12회 세계문인협회 세계문학상 해외문학 시 부문 대상. 「동포문학」 10호 해외문학작가상 시 부문 최우수상. 「도라지」 해외조선족문학상.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아름다운 착각』(2015), 『빛이 오는 방식』(2017), 『날개는 꿈이 아니다』(2019).
김화숙 약력: 심양 출생. 사평사범학원(현 길림사범대학) 정치계 철학학사. 길림조중 교원 역임. 월간 「문학세계」등단. 대한민국통일예술제 해외작가상(2015). 제12회 세계문인협회 세계문학상 해외문학 시 부문 대상. 「동포문학」 10호 해외문학작가상 시 부문 최우수상. 「도라지」 해외조선족문학상.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아름다운 착각』(2015), 『빛이 오는 방식』(2017), 『날개는 꿈이 아니다』(2019).

소쇄하다

 

가는 잡느라

오는 겨울 막느라

헛되이 바빴다

 

돋아나 꽃피울 때까지

창자마저 비운

청정하게 살아가는 대나무처럼

남은 짧을지언정

물어뜯고 뜯기는 세상을 피해

푸르게 직립할 수는 없을까

 

살포시 감으니

태화강 대나무숲 일렁임이

물결 되어 나를 삼킨다

 

고독은 것이다

 

외로움은 누군가로 해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고독은 무색무향으로

타인이 배제된 체질적 선택이다

고독은 범접할 없는

위엄이며 중력이며

강물이 아닌 강바닥이며

결핍과 소외가 아닌 충만함이며

인간성의 완성이다

가벼움과 천박함으로

인생을 포장하기 위해

고독을 논하지 말라

고독은 추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이 내리는 축복이다.

 

삶의 노래

 

어떤 사람을 만날 때는

저녁이지만 커피를 마시고

어떤 사람은 한낮에 만나도

맥주집을 찾게 된다

커피와 마주한 사람과는

지난 얘기를 많이 하고

맥주를 사이에 두고서는

다가올 날들을 자주 채색한다

나이가 들어 지금은

커피든 맥주든 홀로 즐긴다

혼자 마시는 커피며 맥주는

타국이지만 고향 같은

땅에 나와 함께 스며들어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삶의 노래가 되어준다.

 

자연의

 

세상 오물들을 품어

바다에 이르는

강물의 일은 거기까지다

3프로의 소금이

오물들을 절이고 씻어서

깨끗한 얼굴로

새로이 태어나게 하는

바다의

맑음 투명 깨끗함에게

강물은 아버지

바다는 어머니.

 

 

젖어 살자

 

사지가 늘어진 시금치를

찬물에 담가놓으니

파랗게 다시 일어선다

하물며 내가 시금치만 못하랴

욕조에 물을 받아

시금치 되어 들어가 앉는다

마른 나무뿌리 같던

손끝 발끝을 거쳐 온몸으로

물기가 촉촉이 스며든다

악착스러움이 빠져나간 틈새마다

그리움이 눈물처럼 고여

숲속 안개처럼 금세 자욱하다

살아있는 동안 젖어 살자

생의 시작과 끝을

하나인 너와 사이를

촉촉함으로 메워가자.

 

 

눈꺼풀 스위치

 

한쪽 귀는 두려움을 듣고

한쪽 귀는 희망을 듣는다

한쪽 다리는

평지를 걸으면서도 휘청하고

한쪽 다리는

오르막길도 내리막 같이 쉽다

불화의 소지는 몸안에 있다

귀를 베개 켠에 뉘이고

눈꺼풀로 스위치를 끄면

다리는 번갈아 포개며

농담처럼 불화를 잊는다

스위치를 눌러 끄는 일은

중심을 세우는

경계에 머무르는 일이다.

 

 

겨울비

 

따뜻한 비는 투명함으로

흔적 없이 스며들지만

세상 추운 것이

자신 탓이라는

겨울비는 이불이 되어

만물을 포근하게 덮어준다

아이들은 이불을 찢어

눈사람을 만들며 신나지만

어른들은 귀찮은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포근함 덕분에

땅속에선 생명들이

세상모른채 잠들어 있다

가장 차가운 것이

가장 따뜻함 있다.

 

 

리듬에 대하여

 

스무 넘게 매일 아침

단골카페에 나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수없이 계절을 흘려보내면서도

하루의 시작은 여전했다

리듬이란 반복이다

리듬은 흐름이며 과정이며

멈춤이 없으며 건너가는 것이다

하늘이 비어있듯 길이 열려있듯

리듬을 타는 생은

집착과 소유에서 벗어나

이르는 길이며

존재를 키워가는 일이다.

 

글 출처 『송화강』 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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