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한스카로사

[名詩 산책]

해 지는 땅의 비가

한스 카로사[독일]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12.25~1956.9.12) ] 독일의 시인, 소설가, 번역문학가, 수필가. 내과 의사. 의학박사.『시집』과『뷔르거 박사의 죽음』으로 인정받고, 제 1차 대전시에 군의로서 종군한 때 착상한 자서전 소설(자서전소설)『유년시대』와, 대전 종군의 기록 『루마니와의 일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괴테에 사사(사사)하고, 특정한 유파에 속함이 없어, 자기의 생활만을 소재로 하여 절도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썼다, 나찌스 시대, 권력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던 유럽 저작자 연맹(著作者聯盟)의 회장 자리에 천거되었으나, 이를 거절하고 권력에 영합됨이 없이, 항상 고고한 정신으로 암흑시대를 성실하게 살아 갔다. 상가의 작품 외에, 『어느 청춘의 변화』『의사 기온』『지도(指導)와 신종(信從)』『성년의 비밀』『미쳐 버린 세계』『젊은 의사의 하루』 등의 작품이 있다. 1956년에 세상을 떠났다.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12.25~1956.9.12) ] 독일의 시인, 소설가, 번역문학가, 수필가. 내과 의사. 의학박사.『시집』과『뷔르거 박사의 죽음』으로 인정받고, 제 1차 대전시에 군의로서 종군한 때 착상한 자서전 소설(자서전소설)『유년시대』와, 대전 종군의 기록 『루마니와의 일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괴테에 사사(사사)하고, 특정한 유파에 속함이 없어, 자기의 생활만을 소재로 하여 절도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썼다, 나찌스 시대, 권력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던 유럽 저작자 연맹(著作者聯盟)의 회장 자리에 천거되었으나, 이를 거절하고 권력에 영합됨이 없이, 항상 고고한 정신으로 암흑시대를 성실하게 살아 갔다. 상가의 작품 외에, 『어느 청춘의 변화』『의사 기온』『지도(指導)와 신종(信從)』『성년의 비밀』『미쳐 버린 세계』『젊은 의사의 하루』 등의 작품이 있다. 1956년에 세상을 떠났다.

 

해 지는 땅의 비가 / 한스 카로사

 

나는 그대의 숲에서 나이 들고,

그대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배웠다.

지금 나는 내 기억을 불러내어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초목이 아는 것,

창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가 아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하나의 별이라는 것을,

누가 이것을 잊게 하는가? 초침이 멈춘다면,

천년을 계획하는 것,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제 불행한 사람들은 무서운 일들에 익숙해진다.

이제 곧 그들의 사랑의 촛불은 꺼지고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이는 그것이 틀렸다고 한다

아직도 빛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빛을 숨겨야 한다.

완벽한 사랑의 소리를 깨우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말하리, 무엇을 찬양하리,

새로운 기적의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먼 곳으로 달리고 싶은 편편한 도로를?

화물선을? 자랑스러운 디자인의 도로,

세상을 가로질러 가는 비행선을?

엄청난 기술로 만든 파괴의 도구들을?

진실이든 허위든 관계치 않고

공중으로 전파하는 음파의 도구를?

아, 침묵하라, 이 모든 것은 그대가 아니다.

밤은 아름다움과 아픔이 가득한 모습으로 침묵하고

우리는 밤의 여신으로부터 슬픔을 배우고자 한다.

위로를 멀리하고 오래 견디며 슬퍼하는 것을.

거기에서 생각은 크게 헤매지 않고 여신을 위하여

인간의 모든 고뇌보다 오래된 단순한 표지를 남길 것이다.

그리하여 줄기는 빛을 향하여 꼿꼿이 서고

죽은 잎사귀로부터 새싹이 하나 싹터 나오고

또 다른 싹이 쫓아 나온다. 닫혀 있던 장미 꽃받침

성장을 착실하게 지키며 숨어 있었는데,

이제 그 조심스러운 꿈에서 태어남을 보라!

불꽃 찬란한 수레바퀴가 열렸다,

둥근 씨앗의 바구니에 꽃들의 둘레가 짜여,

마치 합창하는 목소리들처럼 단단히 하나가 되고,

잎사귀들 위로는 금빛 꽃가루가 숨쉰다.

그리하여 열병 앓는 해지는 땅이여, 희망을 가지라!

생각없이 부수어버린 것을 스스로 버티어낸 영혼이

또 다시 세우려할 때, 용기를 가져라. 그 때 영혼은

우리 모두에게 사랑스러운 새 일감을 주리라.

폐허로부터 새로운 축복의 날이 떠오르리.

그때는 밝은 빛을 감추지 아니하여도 되고

우리는 태고로부터의 힘들과 함께 노닐 것이니.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만이라도

순수한 시작에 임하여 서서

지구의 별 모양을 짤 수 있다면,

우리는 어둠의 세기도 기꺼이 견디리니.

 

 

별의 노래  / 한스 카로사

 

내일이면 숱한 별들이 비치겠지

내일이면 너는 나를 찾아 울겠지

잠잠한 창(窓)안을 엿보고 있겠지

끝내는 아스라이 반짝이는 곳으로

네 마음은 달아나겠지

환하게 두 눈에 눈물이 어리면

수천의 별, 하나같이 고요한 별들

태양(太陽)들 마냥 커다랗게 떨고 있는 모습

네 눈에 비치겠지

 

 

강변의 숲 속에서 /한스 카로사

 

강변의 숲 속에

숨어 있는 아침해

우리는 강가에 배를 띄웠다.

아침해는

물 속으로 뛰어들어 강물 위에서

반짝이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산정 /한스 카로사

오르지 못할 것만 같은 산정(山頂) 이제는 쉽사리도 지나간다.

저 멀리 아련한 첫 번째 길, 새로운 하늘에 이르다.

태고(太古)적 산과 넓은 땅은 하나로 반조(返照)되어

아물거린다.

밖에 지나온 도시들은 조촐하고 밝은 한 폭의 그림

나직이 떠나가는 밝은 구름 달려가는 그림자는 우리를 감싸고

커다란 파란 나비들이 우리 앞에 책처럼 펼쳐진다.

사람이 무엇이며 무엇이었던가는 떠날 때 비로소 명백해진다.

하나님의 노래가 울러 퍼질 때, 우리는 그것을 듣지 못하고

그 노래가 침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전율한다.

오, 시간을 망각하라 오, 시간을 망각하라

그대의 모습이 시들지 않고

그것과 함께 마음이 시들지 않게

이름일랑은 떨어버려라!

겨울을 가리어라! 위험에

자신을 내맡겨라!

존재 속에 눈짓을 좇아가는 자, 많은 것을 하나로 짓는 자는 별은 시간마다

그를 다져간다.

그리고 정열의 해가 지나고 우리가 현세에서 눈이 멀 때 위대한 자연은 성숙

하는 것.

 

 

옛샘 /한스 카로사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일어난 채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샘의 물줄기 소리

하지만 내 지붕 아래 손님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곧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에 흠뻑 배어 있을 무렵 어쩌련

집 근방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들릴는지 모른다.

거친 발소리에 샘 근방 자갈소리가 나며

기분 좋은 물소리는 딱 그치나니

그러면 너는 눈을 뜬다하지만 놀라지 마라!

별이란 별은 모두 땅 위에 퍼지고

나그네 한 사람이 대리석 샘가로 다가가서

손바닥을 그릇삼아 솟는 물을 뜨고 있다.

그 사람은 곧 떠난다. 다시 물줄기 소리가 들리나니

아아 기뻐하여라, 여기에 너는 혼자 있지 않으니.

먼 별빛 속에 수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고

그리고 또다시 네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고양이에게 /한스 카로사

 

고양이, 거만한 포로,

한동안 다가오지 않더니

이제야, 어스레한 탁자를 넘어

주뼛주뼛 이리로 오는구나

하루 일과가 끝났음을 알리는 전령인가

부지런한 펜에 앙심을 품고는

내가 막 쓰기 시작한 종이 위에

살포시 앞발을 올리네

새로운 상념에 잠기게 하는 너는

참으로 차분하고 멋지구나!

너의 은밀한 오르간 소리가

가르랑 가르랑 나직하게 들리누나

소리 없이 문이 열린다

모든 것이 낯설어진다

네 이마에 손을 대면

별안간 달이 느껴진다

그리고 얼마나 여러번/한스 카로사

그리고 얼나마 여러번 나는

밤에 잠을 깨었던가

밝은 달은

침상과 의장 위에 빛을 던지고

나는 바깥 골짜기를 바라본다

꿈속에 서 있는 것은 너의 집

나는 다시금 더 깊은 꿈에 젖어드나니

장미는 이제 어디 있는가/한스 카로사

장미는 이제 어디 있는가, 白鳥는 이제 어디 갔는가.

금붕어떼가 불길을 일으키던 연못은 이제 보이지 않고

제 몸속으로 갈라 떨어진 噴水

水盤은 말라 까맣게 수령밭이 되었다.

안상한 나무들 안개비를 흘리고

저기 똑바로 늘어선 탁자들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찾아올 손님이 있을라구, 허사다.

활짝열린 伽藍, 이끼낀 층계

비렁뱅이 하나 구차한 밥술이나 신나게 먹어치우고 있다.

누가 불렀나. 塔쪽으로 날개 파닥이며 한꺼번에 날아오는 것들

성스러운 비둘기떼다.

비둘기떼 비렁뱅이 벙거지, 볼을 맴돌다

마지막 남은 음식 부스러기를 훑어 간다.

당황한 사내 아이 같고나, 잔잔히 흘리는 微笑

홀연 흐뭇한 생각이 든다, 궁색한 자기 處地.

 

 

/ 한스 카로사

 

聖堂 앞 廣場은 이제 다시 해의 보금자리

옛 분수가는 아이들의 놀이터

층계에 모여든 비둘기가족 구리빛으로 빛나고

온통 빛살에 빨려든 해면일까, 무겁게 맴도는 구름장, 봄이다.

성당 앞 광장에 이어난 어느 집

창문을 열어젖힌 채 핏기없는 아가씨 하나 이제 날이 날마다 앉아 있다.

구름을 뒤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탐스러운 비둘기떼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생판 남남인 女子들 옷을 짓고

비단 모자를 다듬어야 한다.

하루 해가 다 가도록, 더러는 초저녁 내내

아가씨 모습은 언제 보아도 냉엄하고 쌀쌀맞은 것.

자라가는 어린 것

들릴 듯 말 듯 심장 아래서 간간히 고동치면

어렴풋 자그마한 魂이 어느 사이 빛을 잡으려는 듯 꿈틀대면

이때뿐, 매서운 입술에 불길이 타오른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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