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의 주소/ 김현순

 

억겁 하늘에

빛의 탄생, 구름 되어 흐르고

깃털 세우는 난바다에 갈매기 우네

어둠 명멸하는 우주의 그늘에서

지구여 갈 곳은 어디

소리마다 보석 되어

기다림 못박아두는데

 

돌아눕는 적막이여 고독이여

마스크 낀 시간

벗겨 내려라

이슬 젖은 그 입술에

립스틱 고운 순정 입 맞춰 주리니

가나다라 마바사

글 읽는 메아리마다 해안선 사금파리로

백사장 안아 눕히네

 

준비는 되셨나, 아수라 손바닥이여

숙녀의 갈비에서 굴러나온

사리(舍利)의 흐느낌마다

허겁의 밤 밝히어주는데

이슬 돋는 풀잎이여

말씀마다 속삭임으로

첫사랑 그 이름 보듬어가네

별빛 사연은 억새의 숲에도

깃 펴두고 있네

 

 

각질 하우스/ 윤옥자

  

탁자위

피어나는 안개 속에

어루쓰는

시간의 점선들

 

복사꽃 피는 산기슭

거문고 타는 손가락이

검은 색상 감추는데

해골 신음소리허공 전율케 한다

 

둘둘 셋 넷

씨실이 안타까움 내리 뻗는

숲속 정자 사이로

기억 한 자락 깃 펴고 있다

 

그림자가

세월 감아버린 연유라면

폭포는 이미

깨어 있는 빛살의 떨림이다

  

 

난전 메둘리김소연

  

붕어빵 눈동자가

거리의 애들 찾아 두리번거리고

하루의 달콤함이

참새 되어 재잘거린다

 

검불 주어내는 손가락에도

촉각 달렸다고 믿어보는

나그네의 시간

 

주름진 민들레 뿌리들이

보자기에 엎드려 미소짓는

유혹도 있었다

 

가랭이 말쑥한 산도라지가

둔갑하는 몸값은

장사군 아저씨 곁으로 다가서며

툭 불거진 안질로

전설 굴려가고 있다

 

사거리 팔거리 귀퉁이마다

신호등 껌벅이고 있다

  

 

스타의 정원/ 리순희

   

 

구름 잡아 끄는

나무의 손길

몸져눕는 시간을 만진다

날숨의 뜰에서 기억 잠 재우는 사이

그림자 움켜쥔 순간마다

울음 틈서리에 방황 찢어 바른다

안개꽃 소리없이 부서져 내릴 때

재너머 동네엔 신망의 눈물

탄식의 아우성으로

몸살 앓는 주소 묻는다

별빛 사랑

이별의 옷자락

어둠 밝히는 사연마다 칠흑의

밤 감싸는 소리

사념의 손톱 새벽 긁는 메아리가

미리내 기슭 다독여준다

 

  

거리/ 정두민

  

 

구수한 냄새가

신호기 흔드는 역상(逆像)

휘파람에 매달려있다

안녕하세요 레스토랑입니다

술 취한 패쪽이

민들레 파는 아낙네의 간절함 비추듯이

담배 꼬나문 표식들이

처녀운전수의 실습기를 리드해가고 있다

앞니 빠진 기다림에는

개나리꽃 인사말도

향기롭다는 것인가

식당개업에 오열 터뜨리는

폭죽의 고함소리가

고삐 감아쥔 엉덩이 비꼬며

섭리의 계단 활보해 간다

20년전 가르쳤던 제자의 맥주 한잔에

깎듯함 쉬어가듯이

좌로~! 우로~!

축하의 납함이 하모니 엮어

빌라의 그림자를 반추해간다

 

  

인연/ 조혜선

   

 

깃대 세운 콩나물 머리에

혈관이 흐른지

스물하고 네시간,

강개한 미소가 소리향으로 공간 채우는데

지인 깨우는 꿈빛 하늘에

떠나가는 손사래  문고리 스친다

아니겠지

우아한 인연이 하루만에

(내릴 수 있냐는

부고무너지는 억장  두드려

지휘봉은

일파만파의 악장(乐章펼쳐 울린다

거인과  민초의 만남

()과 지()의 사랑

세인의 가슴벽 치고 하늘 울리는

가을빛 동화...

전설은 떠났어도

메아리는 깃을 치는구나

 

 

사념(思念)/ 권순복

  

 

낙타의 방울소리

가슴 두드리고

사막의 눈물 오아시스에 고이어 간다

허무 짓누르는

설산의 그림자는 어디

 

바윗돌로 굳어지는 부름소리가

허공 꿰매는 기억에

아픔 매달아두면

무언의 이별 송곳 되어

동공 찌르는 소리

 

옥잔에 비껴 담긴 그리움마다

놀빛 반죽하여 성에꽃 틈서리에

고독 펴 바른다

 

사랑 찾아 헤매는

영혼의 갈망

바람 잡고 몸부림치는 하소연엔

색조의 이슬 매달려있다

 

   

절경/ 강려

 

  

한잎

두잎

봄 펼치는 꽃들의

즐거움

 

나비가

날개로

끌어안을 때

 

햇살

풀어 내리는

해의 미소

 

아침은

하루를 보듬으며

시작의 페이지를 연다

 

우주 굴리는

시간마다

이슬이 향기를 다독여준다

 

  

어느 날의 토크쇼류송미

 

 

볼륨 낮춘 메아리

호주머니에 넣고

바람이 둥지 찾던 날

햇살과 구름의 이야기는

입 다물어 버렸다

 

낙이 온다는

실날 같은 예언마저

병마의 딸꾹질에 잠들지 못하고

새벽언덕 안개로 덮어 감춘다

 

무병장수 광고판 얼굴같이

차량들 신음소리가

시간의 귀퉁이 눌러주고

사랑과 이별의 난센스가

하늘 잘라 들녘에 깔아주었다

 

즐거움 명멸하는 기억 공간에서

으스러지게 틀어잡는

둘만의 이야기...

운전기사의 머리위에

휘파람새가 난다

 

 

건반의 색상/ 박명순

 

 

주역의 심호흡

수련 다지는 소리

평화에 용서 다져넣는 메모리가

섭리 한 장 끼워 넣는다

환희 펼쳐

정화의 빈자리에

상상 꺼내든 미래의 포인트

부르스 분위기는

독서의 한때를 느낌으로 장식해간다

향기의 멜로디

즐거움의 저널

프로이드 심리학이

역설 꽃펴나는 책꽂이에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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