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영남韩永男 편집/ 류춘옥柳春玉 번역

일본 권위성 적인 문학지 '시와 사상'에 번역 돼 실린 시들입니다. 금년에 5명 씩 총 8탄 ,즉 도합 40명 시인들의 40수 시가 발표되게 됩니다. -편집자-

한 카페에서
리문호

 

그녀는 시인이였을가 카페에서 홀로
고요한 달처럼 교교히 
호수 같은 자기 마음에 잠겨있네

오렌지빛 고독은 향기롭고
때론 애상도 살풋이
포도술에 젖어 연분홍빛

공간을 가벼이 흐르는
음악이 파문을 지어 스치면
수양버들이 드리운듯 머리칼이 흐느적거리네

가상과 현실이 얼켜 맴도는 도시
그녀는 무엇을 찾아 저리
하염없는 사색을 여행하고 있을까?

아아, 그녀는 시인이였을까, 시인처럼
하아얀 갈망의 호수에서
노 젖고 있네, 피안은 아직 얼마나 먼지……?


리문호 약력: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 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정지용문학상수상시집)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 <달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시인 시선집 (주필) >  출간

 


넘어진 나무는 다른 나무가 받쳐준다
김춘산

 

비바람에 넘어진 작은 비술나무를
굵기와 길이가 각각인 막대기들이 
밑둥에 모여서 받쳐 세워주고 있다.
 
마디가 미츨한 대나무는 
먼 남쪽 나라에서 달려온 듯
거죽이 터덜터덜한 소나무는
어느 천년송이 선듯 잘라 준 가지인 듯
마른 이깔나무는 몸은 죽었어도 
넋으로 밭쳐주고 있는 듯 하다

다시 일어선 비술나무 앞에 서서
내가 넘어질 때마다 손을 잡아주고
뒤잔등을 내여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넘어진 누군가에게 달려가
받침대가 되여준 적 있었던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김춘산 약력 :
1962년 중국 흑룡강성 탕원현에서 출생
1984년 연변대학교 조선언어문학부 졸업
다년간 방송기자 피디로 종사하다가 퇴직

 

우리들의 자화상
남철심

 

찬 물을 많이 마셔
도리여 뜨거운 가슴

물녘에 살아
물농사 지으며
하얗게 마음을 헹구는 사람

물 같은 술에
풀어보는 恨과
술 같은 물에
적셔보는 怨

찬 물을 많이 마셔
오히려 뜨거운 눈물


남철심 약력 : 
1968년 중국 길림성 도문시 출생
千葉大学大学院 人文社会科学研究科 博士後期課程修了 
현재 기업 운영

 

겨울사랑
림금산

 

가을의 마지막 숨결을 물고 
저 하얀 겨울이 이 땅에 육박해 왔다 
매끄러운 북국(北国)의 빙설우에 
하염없이 하염없이 육각형 흰꽃은 수없이 락하한다 
높은 하늘이 낮은 인간세상에 내려보낸 
차갑지만 사랑묻은 소독수인가 
순수의 눈빛, 소중한 가슴이다 

구석구석을 흰 가제천으로 감싸안는 
하늘의 마음, 인간에게 마지막 사랑을 몰부어주는 
추위속에서도 따스한 입김 불어넣어 주는 
흰 피의 수혈, 
대지는 뿌리를 후려치는 얼굼밑에서도  
또다시 새날의 새푸른 봄을 꿈꾼다

지난 세월 아프던 기억 눈속에 다 묻어버리고  
차디찬 약속의 언덕우에 우리의 사색은 
하얗게 하얗게 아지 치며 피여난다 


림금산 약력 :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 시집 <불새>, <달을 만나고 온날 밤엔> 등... 동시집 <살구꽃 복사꽃>, <옹달샘> 등. 리론저서 <중국조선족아동문학사>(합저) 등 정지용문학상, 해란강문학상, 윤정석 아동문학상, 연변작가협회 인터넷문학대상, 중국청년월간지 우수수필상, 동포문학 안민상 등 .... 전국급, 성급, 주급 신문상 수십차, 연변인민방송국 방송국 <문학살롱>프로에 초대돼 10년간 해내외 명시 해설 진행, 연변작가협회 리사,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장백문화 추진회 부회장, 중국조선족소년보사 편집기자부 주임 등 역임.

 

천지물 
박문파

 

어머님 
이처럼 조용한 세상도 있나요 
부서지지 않은 하늘들이 
한마당 파아랗게 모였네요 

이제 어머님 
뿔 고운 꽃사슴처럼 찾아오면 
우린 끼리끼리 어울린 족속 
한세상을 편히 살고 싶지 않으세요 

그리하여 어머님 
비단결 천지물에 현주소 수놓고 
꽃구름처럼 모이는 길손 붙잡기 
하얀 숨결들이 비끼는 술래잡이 놀곺아지겠죠


박문파 약력 : 
1963년 중국 길림성 안도현 출생
연변대학 문화예술전업 졸업
연변인민출판사 월간 《중학생》 잡지사 편집부기자, 
연변작가협회 회원, 
제3회 재외동포문학작품 공모전 당선,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 한민족글마당 신인상, 연변생태문화예술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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