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약력 :
1962년 중국 흑룡강성 림구현 출생.  대학학력,  1980년대부터 작품발표. 
시집 “봄날의 사색”, “사랑, 그 찬연한 빛발”, 동시집 “해님의 낚시질” 출간.
흑룡강성소수민족문학상 등 수상경력 10여 차.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이사.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현재 녕안시조선족중학교 교사(고급교사)   
 

봄이라는 계절 

 

청산 다시 푸르고
백화 다시 만발하는
봄은 갔다 또 오건만 
이마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뿌리 성하면 봄과 한몸 되여
고목도 꽃을 피우건만 
나무의 행운 우리에겐
부러움의 지평선-
빠진 이 다시 나지 않는다
흰 머리 다시 검을 수 없다
늙는 것이 아니라 곱게 
익어간다고 노래하지만
수선화는 수선화로 아름답듯 
꽃 앞에 서봐야 꽃이 아니다 
추억 말곤 꽁꽁 얼어버린 겨울
사진처럼 바래지는 순진한 청춘
별처럼 깜빡이는 순수한 사랑 
물소리 청아한 들에 서서
메아리 없는 봄을 부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이 새겨보는 봄이라는 계절
우리는 오직 
매일이 봄일 수 밖에 없다  

 

 

이별 

 

내 마음 심처에서 
곱게 크던 애솔나무 
산 설고 물이 선 
타향으로 옮겨갔다
더는 살갑게 보듬어줄 수 없고
더는 곁에서 지켜줄 수도 없다 
시련의 비바람 
자체로 감내하고
외로운 어둠도 
혼자서 헤쳐가야 하는
새로운 지평선이다 
축복의 꽃따발에는
이슬빛 어린다
마음 한 복판을 푹- 파간 
약이 없는 그리움
래일이 없는 듯 
60도 배갈 동이로 마셔도 
취할 것 같지 않다  

 


바다와 숲 

 

시도 때도 없이 출렁인다 
가슴이 벅차면 
때론 한길씩 뛰여오른다 
집채같은 파도로

말이 잦으면 그 만큼 
비여버리는 섭리 
바람만 가득 차서 
풍선이 된다 

하늘 잠간 난다고 
행운이 아니다 
더는 전률이 없다
곡이 없는 춤이다 

속이 꽉 찬 나무들은
세찬 회오리에도 
되려 고함을 잠 재우고 
아늑한 숲으로 안온하다 

 

 

생아픔 

 

먼저 피는 꽃의 몫이다
흠모의 눈총 따가운가 하면 
질투의 가시도 따끔하다

이른 봄의 찬바람에 오연하건만 
보듬고 부추겨도 모자랄 판에 
헐뜯고 시기하는 이들 총총하다

속을 비운 대나무가 아니고선 
버티기 어려운 마디마디 진통
결국 우리는 자신을 앓고 있다

남의 살점을 뜯어 
자기를 살 찌우며 
되려 상처만 자초한다

 

 

산을 마주하고       

 

다가서는 모든 생령
무한히 포용하는 
끝없는 헌헌함이다  
찬사도 외로움도 
푸름으로 실어내고 
숨 막히는 답답함도
강물에 고이 실어보낸다 
앞이 탁 트이게 
땅을 차고 치솟아도  
흐름에 편승하는 산은   
높지만 편하고 
거꾸로 비껴도 웅위하다 

 


명월 

 

둥근 아름다움만 봤네요
둥그는 아픔은 모른 채 

과정이 없으면 성공이 없다고
어록처럼 줄줄 외우긴 해도 

저 멀리, 아니 닿을래야 닿을 수 없는 
허허 사막 질러나가다 쓰러진 신념 

눈으로 볼 수 없어 행복한 나날들 
눈 감고 살아온 세월 반란은 춥다 

 

 

낙엽
 

나무의 소중한 잎이지만
떨어지면 지저분한 쓰레기

활기의 어제는 년륜에 남아도 
여유로운 물레방아 아니더라

평생 소원 하나 이루기 위해
생명의 금선 튕긴 이야기 

사랑하다 힘에 부치면
세월은 놓아라고 타이르더라. 

 


생의 메아리  

 

일곱살에 어섯눈 뜨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한소리를 했더니 
무조건 아니였다,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훈시에 주눅 들었다 
열일곱살에 내노라 한소리를 했더니 
애가 사춘기를 한다고 
완전 환자 취급이였다 
스물일곱살에 아버지가 되여 
큰소리 한 번 했는데  
애 취급이였다, 세상 알기엔 
아직도 애라는 정평이였다 
서른일곱살 이제는 어른인가 했더니 
애의 물음에도 정답을 못 주었다
마흔일곱살 이제 큰소리 한마디 못하면 
영영 한이 될 것 같아 소리 질렀더니  
언제 어른이 되겠냐는 평판이 따랐다
쉰일곱살에 이젠 마음놓고 할 소리 
다 해도 되겠는가 했는데 
벌써 오망이라는 핀잔이였다 
예순하고 일곱이니 오망이라도 
좋으니 제 소리 한마디 했는데 
완전 돌았다고 손가락질이 총총했다 
일흔일곱 고래희라는 모자를 벗은지
이슥한 때라 인생이 별거 아니라고 
충고를 했더니 아주 돌았다고 했다 
여든일곱에는 할 말을 잃었다 
아흔일곱에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두 얼굴 

 

시골에선 간혹 
아주 간혹 
깊이 흐리면 
해를 찾는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   
보고 싶은 
아이를 찾듯. 
도시에선 아니다
온 하루 
혹은 련 며칠 
해를 볼 수 없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하얗게 질린 얼굴  
엄마 찾는 애처럼 
발버둥치고 있다 

 

무제 

 

사람이 자기를 만족할 때 
죽어도 여한 없다고 하지만 
해박한 인생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만족 남에 의해 왔듯 
나 남한테 무엇인가 주어야 
후회라는 낱말 설 자리 없다  

 

새벽달 

 

한겨울 추위에 창백한 새벽달 
따뜻한 방안에 살풋히 안기네 

말해서 무엇하랴
포근히 껴안아줘야지 

상처에는 연유 있어도 
치유에는 이유가 없다 

가슴이 차겁다면 불을 지펴라 
찬 가슴은 오직 봄만이 녹이거니 

한겨울 추위에 창백한 새벽달 
어찌 저 달만이 겪는 아픔이라 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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