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중국동포 교육자 문민의 생애사”를 읽고

“재한중국동포 교육자 문민의 생애사”, 이 책을 받은 건 지난 5월 중순이었다. 문민 원장님으로부터 작년에 책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 기대하고 있던 차에 드디어 책을 받아 들었다.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3분의 1쯤을 읽었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날 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민 원장님과의 몇 번의 사적인 만남을 통해 나는 그녀의 가치관이나 교육철학에 대해 꽤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생애사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아는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의 에너지와 사명감에 깊이 감동되었다. 오늘의 그녀가 있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좌절 앞에서 오뚜기처럼 일어섰고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애 한번 못해보고 20대 초반에 한국남자를 만나서 무작정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온 그녀에게는 그래도 꿈이 있었다. 중국에서 교사로 일을 했고 교사자격증이 있으니 한국에 와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교육자의 삶을 계속 살면 되는 줄 알았던 그녀의 순진한 꿈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와장창 깨어졌다. 중국에서의 교사자격증은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녀는 한국에 온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가끔 홀로 월미도에 가서 앞바다를 바라보며 울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산동 위해가 보일 것 같아서였다. 배타고 조금만 가면 금세 중국에 닿을 것 같았다. 배만 타면 내가 저기에 갈 수 있는데,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되는 것 아닌가,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 

교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방법을 찾았다. 교사가 되기 위해 그녀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한국외대를 지원 한 것, 자연히 남편과 시어머니는 달갑지 않은 태도였다. 그래도 그녀는 꿋꿋이 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시절에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그녀는 5년만에 드디어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출판사에 다니고 대학 강사일을 하던 그녀는 또 한번의 도약을 한다.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한 그녀는 4년만에 어렵게 졸업을 한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사회생활을 통하여 많은 동포들을 만나게 되었고 동포정책의 부당함과 동포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점차 동포사회의 많은 활동에 몸담게 되었다. 동포정책 연구자로, 동포들의 상담자로, 교육자로 그녀는 주말도 없이 바삐 보냈다. 동포들과의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가 어린 딸애를 떼어놓고 주말에 봉사를 다니며 차 안에서 울던 장면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같은 엄마로서, 워킹맘으로서 나도 울컥했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동포자녀들을 위한 주말학교 원장을 맡았다가 서울국제학원을 운영하게 된다. 학원을 운영하기까지 그녀는 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원을 차리면 자녀를 보내겠다고 등 떠밀던 학부모들은 정작 그녀가 학원을 차리자 자녀를 한 명도 보내주지 않았고 같이 동업을 했던 동업자는 말도 없이 중간에서 그만두었다. 첩첩산중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주변에는 늘 그녀를 도와주는 손길들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은 참 믿을게 못 된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는 꾸준히 학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매일 학생들과 부대끼며 그녀는 끊임없이 상담하고 고민하며 학생들이 더 나은 앞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군림하는 원장이 아니라, 그들의 ‘대모’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움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서예를 연마하고 한국역사를 공부하고 동포정책을 연구하고, 교육학을 배우고......

일찍 이 책을 접했더라면 나도 딸아이의 교육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꺼졌던 내 마음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났다. 나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도 공부를 다시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언제부터 하고 싶었던 대학원 공부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루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다시 배움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그녀처럼 날고 싶다. 

꿈을 잃은 여성들에게, 자녀의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님들께, 타향에서 생활하는 조선족 부모님들께, 그리고 특히 자녀의 중도 입국을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교육에 대한 사명감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확고부동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문민 원장님의 생애사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녀에 대한 믿음이 새록새록 자라난다. 믿음이 자란 만큼 희망도 커진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제7장에는 그 동안 학원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엮은 글이랑 문민 원장님이 기고했던 교육에 대한 단상을 적은 글이다. 교육자로서의 그녀의 태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글들이다. 

문민 원장님을 제대로 알게 해준 책, 내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 책, 사명감과 사랑으로 넘치는 이 책을 더욱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22년 6월 15일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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