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결국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는 2일 밤 대만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도 대만 지지와 중국 비판에 나섰다. 매우 의도적이고 계획된 방문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도발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 해협에 대한 무력시위와 주중 미국대사 초치, 외교부 비판 성명 등 전방위 반발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는 미국내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이다. 1991년 천안문 방문시 현수막을 걸고 성명을 발표하고, 2015년에는 티베트 라싸를 방문해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또한 인권 문제를 이유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치를 반대하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을 주도한 바 있다. 한마디로 ‘반중 공격수’인 셈이다. 

그런 이력에다 미국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이자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한 것이니 중국의 강한 반발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펠로시의 이번 대만 방문은 매우 부적절한 도발이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해 국제 평화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이다. 

우선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미중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바이든의 구상을 망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중국’을 공개적으로 흔드는 상황에서 우호적 대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토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굳건한 믿음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미중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두가지 사안의 해결에는 미중 협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데 최소한의 신뢰기반이 없이 미중 협력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셋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아시아의 평화 분위기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하는 지도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미중 수교 합의사안이자 국제 규범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것에 대해 양보할 중국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미국이 미중 수교 합의를 철저히 지키고 미중 협력을 통해 국제 평화와 공급망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정답이라는 뜻이다. ‘외교의 전설’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같은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올해로 82세를 맞은 낸시 펠로시의 아시아 순방은 대만 방문으로 ‘평지풍파의 쓰나미’를 몰고 왔다. 미중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훼손된 국제 공급망이 안정화되기를 바라는 대다수 아시아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미국이 불필요하게 양면전선을 감수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펠로시의 위험한 도발로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안정을 바라는 대다수 세계 시민들이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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