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의 칼럼은 2007년에 발표된 것이다. 오늘도 독자 분들이 다시 한 번 음미해보면 좋겠다고 생각되어 싣는다. 편집자 주

정신철 전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정신철 전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현재 도시화와 국외진출에 따른 인구이동으로 조선족농촌은 날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 농민들의 대량적인 리농현상은 사회발전의 추세라고 하나 민족집거지 농촌의 땅의 소실은 민족의 운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중국조선족에게 있어서 민족집거지 농촌의 땅은 민족적 삶의 기반이며 민족적 특징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이었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조선반도를 떠나서 중국 동북땅에 발을 붙이기 시작할 때 빈주먹 밖에 없는 가난한 농민들이였다. 당시 그들은 봉건세력의 압박과 착취, 동북지역의 렬악한 자연환경, 마적들의 무자비한 략탈 등의 어려움을 견디면서 억척스럽게 황무지를 개간하고 집거촌락을 세우면서 타향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시작이 100여년의 세월이 지나가면서 현재는 중국 56개 민족 대가정의 일원으로 공인받는 우수민족의 하나로 되었다. 

조선족이 중국의 우수민족의 하나로 부상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의 하나가 바로 조선족은 시종일관하게 민족교육을 중요시함으로 교육보급수준이나 인구당 대학생비례나 모두 중국에서 으뜸가는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민족교육의 진행과 발전은 민족집거지 농촌과 갈라놓을 수 없다. 민족집거지 농촌은 민족교육의 주요한 장소이였으며 민족의 언어, 문자보급과 민족성 보존에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다시 말하면 민족집거지 향촌은 민족교육의 근거지로 자기 사명을 착실히 이행하여 왔다. 때문에 민족교육에 있어서 민족집거지 향촌의 중대한 기여를 어떻게 평가하여도 과분하지 않다. 

그럼 이러한 민족집거지 농촌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개혁개방의 흐름 속에 조선족농촌도 몰라보게 변화되고 도시진출, 국외진출 등 인구이동 원인으로 농촌인구감소와 토지양도문제가 아주 돌출하게 대두되였다. 인구이동으로 민족촌 책임자 선출마저 힘들어졌고 타촌, 타지역 한족들이 조선족촌 토지를 임대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 가운데 토지양도는 응당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문제가 아닌가? 민족집거지 농촌의 토지는 우리 선조들이 피땀으로 개척한 것으로 민족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땅을 무분별하게 타민족에 양도할 경우 시간이 흘러가면서 소실될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토지양도에서 본 마을, 본 민족에게 우선적으로 양도하고 될수록 타민족에게는 양도하지 말아야 후환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농촌토지정책을 보면 농민 매 개인에게 토지사용에 대한 권리를 더 부여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자의 권리는 더욱 확대되고 토지를 잃은 사람은 “지주”에서 “소작농”으로 륜락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 많은 조선족농민들이 토지를 한족에게 양도하고 도시로, 국외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당사자들은 눈앞의 물질이익을 향유하고 상대적으로 윤활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 또한 토지상실로 도시빈민으로 추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치도 자본주의 원시축적시기 “圈地运动”으로 인한 파산된 농민들이 도시무산자로 륜락하듯이 우리가 토지를 잃으면 역시 이러한 운명 피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도시진출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 정말 “소작농”이 아니면 도시빈민으로 되는 신세밖에 다른 출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뿌리가 없는 부평초와 같이 떠돌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만약 우리가 농촌의 땅을 상실한 경우 민족적으로는 설자리를 잃은 것과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볼 때는 지금의 당사자들은 아무리 하여도 문제가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만약 그 후세들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을 경우 성공한 자들은 다행이지만 출로가 없는 자들의 경우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 현 시대 사람들의 잘못으로 그 후세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조선족은 정말 순환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 선조들이 중국동북에 와서 삶의 터전을 개척할 때 모두 빈곤한 농민이였다. 그들은 억척스럽게 싸워 삶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현재 도시화과정에서 땅 잃은 자의 후세들이 도시무산자로 되였을 때 역시 빈곤의 처지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조선족이 빈곤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아 결국은 우리선조들이 피땀을 헛되이 흘렸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즈음에 와서 우리는 도시화과정에서의 득과 실을 재삼 따질 때가 되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 우리에게 민족집거지 농촌의 땅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필자는 본다. 우리는 현재 아무리 도시화과정은 필연적이라고 말하지만 농사지어야 할 사람은 역시 있어야 한다. 도시에 나갈 사람은 도시에 가고 남아 있는 사람은 역시 농사를 짓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도시에 진출한 농민들은 자기 담당의 토지를 남아 있는 조선족에게 맡겨 두고 절대로 타민족에게 맡겨두지 말아야 한다. 남아 농사짓는 사람은 될수록 규모경영의 길을 모색하여 적은 사람이 많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강구하게 되면 수익도 더 많아 질 것이다. 우리는 농사를 짓는데 현존의 유익한 조건과 정책을 충분히 활용하여야 한다. 현재 중국정부는 농업, 농촌, 농민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으며 농업발전과 농민들의 생활수준인상을 위하여 많은 우혜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농업세 면제와 농업보조금 지불이든가 농촌의 의무교육을 지원하고 학잡비 등을 면제해 주는 정책이든가 새농촌건설사업추진 등은 조선족농촌에 현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아주 좋은 여건과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책과 기회를 활용하여 우리 농촌을 더욱 아름답게 건설하고 민족집거지 농촌의 땅을 지키는데 유력한 힘으로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농민들이 리농하더라도 농촌집거지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라는 “뿌리 의식”, “근거지 의식”만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가령 땅을 잃고 집거지가 없을 질 때 우리 민족은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 모두 심사숙고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학과 예술>, 2007년 제5기
<료녕조선문보>, 200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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