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의 역참(외 4수)

□ 김소연

 

걸음 멈춘 구름위로 
새들의 노랫소리 비 젖어있다
외눈박이 신호등 
그림자 밟으며 바장이는데 

말없이 돌아눕는 거리의 아픔
세월의 등허리 떠밀지 않는가
손은 따뜻한데 시간은 흐르고

백양은 우수수 
뻐꾸기는 뻐꾹…

웃음의 뒤안길에 미소는 사라져도
바람결에 신음하는 
전선주 메아리

외로움 불어 날리며
솔방울 성숙에로 리드해가네

 

새벽 오는 기슭에서


터널 걷는 호흡도 젖어있어도 
메아리 걸음마다 외롭지 않네
자국자국 흔적으로 향기 빨아들이는데
가시밭 부챗살마다
음지에서 양지로 에돌아오네

외로움 말 묻어 웃음 잃어도
목자의 고독이 철학 잉태하지 않는가
잎채소 뿌리 뽑아 난전 부르고
세포핵 세포막 교향곡에 넌출 뻗어 가느니

구멍으로 통과하는 빛살이
여백의 공간 메꾸어 간다 
아픔 매듭짓는 참대는 부러지지 않고 
엎드렸다 일어서는 그림자가 
선율 흐름새 더듬어간다 

 

메아리의 주소


사랑이 사랑 그리워할 때
외로움엔 고독도 즐거움이었다 
이슬 안고 떠나간 눈동자
속삭이는 소리마다 가슴 적셔주었다

사거리 지나 굽이진 골목길에
불빛 추억 흘렀고
눈발 날리는 강변에서 아픔은
목청 으깨어 어둠 떨쳐버렸다

빗바람 핥고 지난 방뚝이었던가
빗물 고인 웅덩이마다
희망 명멸하는 숙명의 그림자
물새의 흐느낌에 무지개 비껴담는다

어느 뉘의 부름이었나 
오색의 꽃보라…
하늘에선 기다림처럼 비가 내리고 
추억의 그늘에 벌새가 운다

 

첫눈


먼곳의 소식 해독하는 귀바퀴 
일어섰다 주저앉을 때 
끌어안은 무릎에선 슬픔이 흘렀다

쪼각달이 창가에 앉아 
긴긴 밤 휘파람 흉내낼 때엔
오장육부 굽이치는 그리움에 
이슬이 맺혔다

사슬에 묶이운 언약의 반지 
닦아야 하나
조혈공능의 퇴화에는 눈물도 한몫 했다는
회초리 건네는 가지가
장명등 뜬 눈으로 빈 하늘 비춘다

불 밝혀라, 심지 돋구어라
그림자 밟고 지나간 자욱마다
빛살이 춤출 것이다

 

무극(舞劇)의 쇼


걸어 나오는 마이크가
옷매무시 다듬는 손가락 떨림으로
허리 굽혀 인사 드린다
산봉의 발치로 꽃물결 흐르고

양복 윗주머니에 물결치는 쓰나미 
솟아오른 지휘봉 잔주른다
고갯마루에 남루한 팔소매
주먹으로 움켜쥐고

목줄 당기는 하늬바람 되어
앙상한 가지 뻗쳐 글자 새겨 넣는다
꼭 잠근 단춧구멍으로 
메아리 굽이마다 거친 숨결…

목련화가지 젖힐 때
눈귀에 햇살 오려붙이는 순간이
굽혔다 펴는 힘줄의 코드로
리듬 타는 부챗살 모두어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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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프로필:
중국 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부회장.
저서: 시집 <복수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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