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5)/ 리순희

 

고속철이 노구의 귀향 부른다
자유에 자물쇠 잠그는 코드에도
틈새마다 바이러스는
열쇠의 특권 열어두고 있다

피빛 유혹이지만 
숨결 마려운 고리의 턱 너머 
현훈증만 기승부리며
음양의 교차로에 근육 불뚝거린다

피멍든 곤두박질이다 
최선이란 망발이 사리(舍利) 굴리며
옷 벗는 사연으로
침묵 꼬집는 세월의 날개에 
이해 매달아둔다면 

아아~~ 지울 수 있을까
하얀 넋 휘청이는 존재의 애달픔마다
뿌리에 이슬 펴 바르는 
때자욱 방치질, 그것은 제단 울리는…

메아리의 울림이고
허공에 대고 목탁 두드리는 멋스러움이다

 

바람


말없이 다가와 머릿발 흩날리다가도 
사정없이 달려들어 
모래바람 일구는 하늘땅 뒤덮기도 하지

개구쟁이, 그리고 
심술통 난센스…

그래도 좋기만 한걸~
나무움 틔워주는 그 손길이
낙엽 품어 언덕 덮어주는 그 사랑인 것을…

변덕쟁이 바람, 개구쟁이 밉상이
정다운 이름으로 가슴 부풀리는
놀빛 언약, 연초록 깃발 되어 나붓거린다

 

템포


가지 끝에 잎새들 
뒤척거리며 
이슬의 사념 가려 덮는다
계절의 언덕너머 
출항 새겨가는
고추다래 메모리에 
간이역 환희, 벙싯거린다
흰 구름 노 젓는 
갈새의 날개짓마다
넋의 모지름…
세월의 약조가 
윤회의 발걸음 다독이며
별빛 미소 반겨 주리라
과일빛 영글임이 
바람의 허리에 매달려있다

 

엑셀(Excel)


날인 박힌 유희가 
바퀴의 팸플릿에 깃 달아준다
껌딱지 코골이가 
생각 주무르는 방향판에
초고속 짓뭉개버리고 
바위의 이마빡, 피곤기의 유혹마다
브레이크의 잔꾀에
야성의 폭발음 단속해간다
외눈박이 광속마저 
검푸른 수표의 메스에
완장 낀 색상 벗기어내는구나
상흔의 자욱은
멍에의 빛살 부서짐인가
임자 찾는 광야의 부름으로 
적막 꽃피우는 소리
괴로움의 깃발이 
허겁(虛怯), 나붓거리네

 

에필로그는 없다


불편함이 
녹슨 시간 닦는 놀빛에
깍지를 건다 
고비사막 괴성에 
재빛 하늘 감돌아치며
배낭 열고 모질음 그러담는다
약조의 박동소리 
먹이 찾아 드릴 돌릴 때
대안 향한 갈매기 
울음소리가
먼 바다 파돗자락에
흰 돛 말아 올리는 소리 
바윗돌 켜대는 톱날의 무모함
언쟁에 팔 휘젓는
동작이겠지
램프등 빛살로 날숨 매달아두는 
핑크빛 여백…
알밤의 공간에 사념(思念) 
얹어둘 일이다 

 

각막의 주소


봄바람 언약이
손잡이에 매달려있다
서릿발 사려 박는 손톱마다 
고독 물들여간다
호수의 찰랑임, 물풀의 향기… 
이정표 살찌워가는 
핏빛 전율이 
나목의 몸부림 일으켜 세운다
빗바람 휘두르는 
갈잎 사연마다
지심(地心)의 부름으로
놀빛 밀어 올린다
우중충한 밀어(密語)들의 숲
이슬이 어둠으로 
설렘의 색상 닦아가고 있다 

 


--------------
프로필:
중국 조선족시몽동인회 부회장.
저작: 시집 <밤행열차> 등 출간.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