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님이 좀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자 우리 위대하신 사장님께서는 또 한번의 가격혁명을 하셨다. 처음 오는 손님이 광고가 나간 책을 들고 찾아오면 마사지 한시간에 4,800엔에서 3000엔으로 우대받을수 있단다. 그것도 반시간 전신마사지였다. 광고가 나가자 손님들이 제법 많아졌다. 비록 두번 다시 찾아오는 손님은 가물에 콩 나듯했지만. 처음 오는 손님마다 광고책을 들고오자 책무지가 점점 커져서 나중에 그걸 버리기도 힘들었다. 책도 버려야 하는 날이 따로 있었으니.

손님이 많은 날에는 나 혼자 9명~ 10명씩 하루에 해야 했고 퇴근이 밤12시가 넘을 때도 있었다. 어떤 날엔 아침 먹고 와서 집 갈 때까지 밥먹을 시간조차 없었다. 손님이 련달아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바람에 설이가 정성들여 점심밥을 싸와도 시간이 없어 군침만 굴꺽할뿐이였다. 원래 허기증이 좀 심한 나는 눈앞이 어질어질, 때론 오각별이 반짝반짝, 등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때 굶주림이란것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깊이깊이 느꼈다.

점점 손님이 늘어나자 또 한명의 안마사가 들어왔다. 새로운 안마사는 일본에 온지 6년 된다는데 정체일만 3년됐고 비자 끊긴지도 3년 된다는 연길 남자였다. 6년동안에 돈 얼마 벌었냐고 하니 연길에다 집 한채 사놓았는데 아직 돈 없어 장식도 못했단다. 같은 연변사람이라 우린 금방 친해졌다. 서로 악수를 하고나서 얼마후에 나이를 물어보니 나보다 몇살 아래였다. 나이 어린 그가 날 형이라 부르고 나 또한 외국땅에서 한고향사람 만난것이 참으로 반가왔다. 그런데 이놈은 월급만 타면 한 사나흘은 어디로 사라지는지 감감무소식, 전화비도 안 물어서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다 대엿새후면 부시시해서 돌아오는데 어디 갔다 왔냐 하면 빠징고(도박게임) 놀러갔다 왔단다. 한달 낑낑거리고 일한 월급 나흘에 다 날려보낸것이다.

소금물 좀 더 먹은 내가 한고향 사람이라 《이새끼야 왜 그런걸 노냐 이제부턴 놀지 말라고》 하면 자기는 이전에 하루에 몇십만엔 딴적도 있다면서 요새는 운이 안좋아 진거란다.

(필연적인 결과를 운때문이라는 이런 미련하고 철 없는 놈, 참 기막혀!!!)

난 비록 빠징고가 뭔지 어떻게 노는지조차 모르지만 일반사람 머리로 컴퓨터를 이긴다는것은 하늘에 별따기란건 잘 안다. 빨리 돈 모아가지고 집에 돌아가서 부모한테 효도도 하고 장가도 가야잖냐고 하면 그는 집에 안 간단다. 여기에서 일본녀자를 만나 결혼하고 일본에 남는것이 자기 목표란다.

(꿈만은 야무지지만 불법체류인 신세라 언제 쫓길지 모르는판인데 참,)

수중에 돈 없으니 가게에 돌아온 날부터 여기저기 돈비락질 전화를 해댄다. 담배살돈은 둘째치고 당장 우동사먹을 돈도 없었으니!

길림신문/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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