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문인협회 설립 초기 맴버의 시 작품

송미자 시인/ 시 낭송가
송미자 시인/ 시 낭송가

가난한 이름을 위한 기도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은 새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름은 엄마
새끼의 아픔을 다 가지고 싶은 엄마
 
새끼가 웃어도 엄마는 아프다
새끼가 그 웃음을 잃을까봐

세상 모든 것 다 가졌다해도
아픔 부자인 엄마는 거지다 
근심덩어리인 엄마는 거지다 

동녘을 우러러 간절히 바라는 오직 한 마음
내 새끼에게 돌아가는 아픔만은 
몽땅 나에게 주소서
가령 그것이 사약이래도 
감사히 받겠나이다

세상에 엄마라는 가난한 이름이 존재하기에
태양은 오늘도 동쪽에서 뜨는거다
가난한 이름의 기도를 위하여

 


인연


연을 띄운다 
바람이 불어불어  
높이높이 날아가는 
내 사랑아 

집착의 끈을 
인젠 그만 놓자 

잡는것이 인연이 아니란다
놓아주는것이 인연의 시작이란다  

자리가 따로 있음을 
잠깐 머문 자리인 것을 

지금은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
연끈을 놓는 순간이여 

내 시야를 벗어난다 하여
더 이상 내 사랑이 아니라 생각 말자 

누가 알리 다음 생에는  
네가 띄우는 연으로 내가 올지 

연을 띄운다 
바람이 불어불어 
높이높이 날아가는 
내 사랑아 

 

한 그루의 나무 


나무에게는 수많은 눈이 있다
그 눈으로 본 눈부신 빛들을 
초록색으로 밝혀준다 

나무에게는 수많은 코가 있다
그 코로 들이켠 혼잡한 공기를 
산소로 뿜어준다

나무에게는 수많은 입이 있다
그 입으로 먹은 눈물과 비물을
바람으로 불어준다

나무에게는 수많은 귀가 있다
그 귀로 들은 요란한 소음들을
명상으로 속삭여준다  

한 그루의 나무를 닮으라고
목요일이란 날도 생겼나보다
목요일 하루는 나무를 우러러보자

 

세월이 아프더라 꿈이여 말해다오  


굽이굽이 타래친 
세월이 아프더냐
곧추 
갈순 없었더냐 

돌아돌아 에돌아 온 세월 
적수공권이라 빈손으로 
붙어있는 꿈 하나에 기대어
어떻게 왔느냐 묻지를 말아
반백 년 넘는 세월이 아프더라

온통 가시를 부여잡고
온통 덤불을 헤가르고 
피울음 속으로 삼켜 온
생이라는 세월이 아프더라
아픈 세월을 노래로 엮으며
뛰어온 그 뜨거웠던 서울바닥
10년 세월도 아프더라

바다우에 우뚝 솟은 암초는
홀로 서기에 루루 몇 만년이였느냐
삼키려드는 파도에 이름조차 다 주고
방향없이 흩날리는 바람에 
상투마저 벗어주며 
한오리 구름마저 걸칠 수 없는 몸
억년 세월이 아프지 않더냐 
섬바위로 서 있는것이 꿈이였던 너 

오, 바위로 될수 없어 
나는 세월만 아프더라
내 아픈 세월을 얼싸 안아준 
꿈이여 말해다오
너는 무엇이냐 

1992년 8월 19일, 재한동포문인협회 설립 후 남긴 사진, 왼쪽 첫 번째 송미자 시인/시 낭송가. 사진 리문호 시인 제공.  

송미자 약력 

연변시낭송협회 회장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제1기 시분과 주임 
독도사랑 한글사랑 전국시인대회 금상 수상
전국심련수시랑송경연 특별상 수상
색동어머니회 대한민국어머니동화구연대회 금상수상
재한동포문인협회 안민컵 최우수상 수상
음반시집<당신의 이를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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