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幕)


목 빼들고 있다 
녹슨 풀들의 아픔… 
쪽빛 하늘 캡쳐 하는 도고함으로
씨앗들 흔적이
숙명 새겨 두고 있다

또 하나…
어우러지는 갈피의 사잇길에
별들의 은어(隱語) 
명암의 섭리가 
한 알 모래에 상형문자 새겨 넣는다 

사금파리 신음소리가 
머리에 꽃다발 두르는 
최면의 하루… 
싱싱함이 울타리의 입덧으로 
상아탑 쌓아 올린다

 

밀어(蜜語)


얼기설기 뻗어나간 
핑크빛 딱지가 
시간의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다 
눈물이 스크랩 되어 
구슬 된다는 착각 한순간이
침묵의 그림자
밤장막에 얹어두고
아침의 풍성함에
축포 울리는 메아리의 고갯마루…
잎새의 한숨이
도시의 풍경 물들여가는
창가에, 깃 펴고 내린다
불빛 슴새드는 힐링 계단이
낙인찍힌 상처 
치유해간다고 한다
묵상의 공간에 그리움은
새벽 되어 어둠 길들이고 있다
결코, 사념(思念)은 없다

 

시간의 점선


탈 쓴 묵언이 
영혼의 파도에 
사랑의 방파제 쌓아 올린다
철썩이는 손과 가슴의 만남

혼불 지펴 올리는 기슭에
셀프의 아파트가
태초의 아침 펴 말릴 때
해저 삼만리, 별빛 굽는 퍼즐…

틈만 나면 풀 곁에 눕는다는 
섭리의 흔들림이
조락의 눈길 따라 
더듬어가는 촉감에 물젖어있다

하늘 벗겨 들고
물러나는 둔덕에  
햇살 간질이는 초저녁 이야기가 
갯바위에 연륜 새겨 넣는다 

 

6월 편지


나무 잎에 매달린 사연들
6월의 초록 물감 갈아서 
손바닥 편지를 쓴다 

이제 태여날 열매들에게 
꽃들의 이야기 적어둔다

그리움의 씨앗 남겨 
눈이 상처를 줄까 고독 감아쥘 때
해살이 친구 찾아
바람의 주소를 소망의 옷자락에 적어둔다 

이름들을 나열하고 
가시풀에 기대여
짧은 여름밤 별이야기를
새벽이슬의 멜로디에 녹음해둔다.

 

해빙기(解氷期)


죽은 자 칭송하는 
바람 지난 풀잎사연에
이름 한 올 감아놓는다 

천당일지 지옥알지
이 순간만은
쌓은 것도 저지른 것도
평화로운 세상…
이승과 저승의 통로는 열리어있다 

겨울밤이 빙하 속에 갇혀
기척 드러내지 못하고 
하얀 얼음이 거리 모퉁이에서 
방향 잃은 미로의 뒤안길 

불빛이 어둠의 저널 
간질여주는
소망 흔들어 놓으며
우등불로 타오르고 있다 

 

실루엣


손등에 봄이 내려앉는다
사립문 닫아걸어도 
샛길 틈새로 향기 들여보내는
잔디풀 모서리

어둠의 입맞춤이 
키 낮은 문설주에
흔적의 떨림 오려붙인다

산기슭에 
안개 타고 뛰놀던 매화꽃 
진달래꽃…  

바람의 자취마다 
풀꽃 내음에 
방울방울 이슬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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