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눈
한 몸통 백의 눈은 살점마다 눈물이다
흙속에 떨어져서 새 살로 돋아 나면
엄마는 어디로 가고 하얀 꽃잎 서러워
별
저 동네 마당에는 울타리 하나 없이
이웃에 이웃되여 밤이면 창을 열고
운해의 긴긴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네
땅
하늘만 이고 왔네 바람만 지고 왔네
이역의 흙냄새에 고향길 아득하나
향수도 불귀의 몸이라 있고 없고 뭣하랴
강
죽어라 비탈길만 가겠노라 고집하며
눈비에 바람마저 녹이고 삭이면서
때로는 쉬여간다고 겨울잠을 잔다네
벼루
청석이 정을 맞고 천만번 울고 난 뒤
키 낮은 옹달샘에 눈물 가득 고였구나
그 눈물 갈고 갈리여 향이라니 오죽하랴
집
떠나면 다시 찾아 그 곳 말고 또 어디랴
따스한 온돌우에 처마는 처져가도
온정에 가슴을 여는 하늘아래 내 둥지
첫눈
내리면 어느 날엔 진창으로 될 것이니
본래의 모습 두고 슬퍼하진 말아야지
오면은 갈 수 없는 길 여기 또한 고향이다
봄
옷깃을 헤치고서 뒤뜰에 섰노라니
양춘의 꽃향기에 익은 세월 스쳐가네
저 하늘 높고 푸르러 내가 있어 정겹네
성에꽃
하늘을 떠돌다가 창유리에 엉겨붙어
서러움 꽃이라니 하얗게 맺혀 오면
울 엄마 뜨락에 선 듯 눈발 고운 새벽녘
밤눈
오면은 온다 하고 소문을 냈었던가
산 들에 만지장서 밤도와 쓴 까닭을
참새는 나무에 올라 읽고 읽고 또 읽네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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