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산 시인이 수상을 하다.(왼쪽 세 번째.)
신현산 시인이 수상을 하다.(왼쪽 세 번째.), 8월 27일, 연길시 한성호텔에서. 

감자눈 

 

한 몸통 백의 눈은 살점마다 눈물이다

흙속에 떨어져서 새 살로 돋아 나면

엄마는 어디로 가고 하얀 꽃잎 서러워

 

저 동네 마당에는 울타리 하나 없이

이웃에 이웃되여 밤이면 창을 열고

운해의 긴긴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네

 

하늘만 이고 왔네 바람만 지고 왔네

이역의 흙냄새에 고향길 아득하나

향수도 불귀의 몸이라 있고 없고 뭣하랴

 

죽어라 비탈길만 가겠노라 고집하며

눈비에 바람마저 녹이고 삭이면서

때로는 쉬여간다고 겨울잠을 잔다네

 

벼루

청석이 정을 맞고 천만번 울고 난 뒤

키 낮은 옹달샘에 눈물 가득 고였구나

그 눈물 갈고 갈리여 향이라니 오죽하랴

 

떠나면 다시 찾아 그 곳 말고 또 어디랴

따스한 온돌우에 처마는 처져가도

온정에 가슴을 여는 하늘아래 내 둥지 

 

첫눈

내리면 어느 날엔 진창으로 될 것이니

본래의 모습 두고 슬퍼하진 말아야지

오면은 갈 수 없는 길 여기 또한 고향이다 

옷깃을 헤치고서 뒤뜰에 섰노라니

양춘의 꽃향기에 익은 세월 스쳐가네

저 하늘 높고 푸르러 내가 있어 정겹네 

 

성에꽃

하늘을 떠돌다가 창유리에 엉겨붙어

서러움 꽃이라니 하얗게 맺혀 오면

울 엄마 뜨락에 선 듯 눈발 고운 새벽녘

 

밤눈

오면은 온다 하고 소문을 냈었던가

산 들에 만지장서 밤도와 쓴 까닭을

참새는 나무에 올라 읽고 읽고 또 읽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