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raz(카라즈)컵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응모글

어느덧 올해 나이 예순이 되었다. 마음은 청춘인데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을 온 몸으로 느낀다. 백세 인생 중반을 넘어 예순의 문을 노크하니 건강관리에 신경 쓰이고 약병의 글씨가 아른거릴 때면 가슴 짠한 시간에 잠겨본다. 뒤돌아보면 한 남자의 아내로 두 딸애의 엄마로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며 조용한 일상을 살아왔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예순이 되는 나이에 평범하던 일상이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듯이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 확산여파로 2주 휴직이 4주가 되고 4주 휴직이 7개월로 이어지고 길고 긴 장기휴직 끝에 15년을 근무하던 식당 종업원 일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코로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십자로의 갈림길에 섰다. 인생 2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헝클어진 실타래를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작을 찾는 것이 힘들겠지만 시작이 있는 실은 끝이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지인들은 편하게 손주를 돌보라고 권유했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는 여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인생은 예순부터 시작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1년, 2년, 15년을 향하여 뛰어보자고 다짐했다. 하여 평소에 관심 있었지만 시간 때문에 못했던 일들을 다시 찾아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하였다. 끈기 하나로 몇 번의 코로나 검사와 힘든 실습 과정을 거쳐 "요양보호사 자격증"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증" "스마트 폰 활용지도사 자격증" "컴퓨터 인터넷 활용 수료증" "생애 설계와 행복 디자인 수료증" "미래 교육을 위한 구글 도구 수료증" "SNS마케팅기초" "지금은 자기경영 시대 수료증" 을 취득하였다.

"언텍트 시대에 나를 위한 시간들" 이란 수료에 참여하여 고령화 시대의 후반생을 디자인 하면서 부지런한 꿀벌이 꿀을 채집하듯이 나만의 시간표대로 분주히 맴돌아 쳤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지금까지 머물러 있던 익숙함과 편안함을 버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에 이력서를 제출했더니 힘든 면접시험을 통과하고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취직하였다.

첫 인연으로 만난 이용자는 뇌병변 중증장애 1급으로 철이 (가명) 라고 부르는 41세 되는 남자였는데 대소변 처리부터 목욕까지 전면 지원해야 했다. 처음 철이를 만났을 때 1,68cm되는 키, 35kg되는 가냘픈 체중, S자로 되어있는 깡마른 척추와 변형된 얼굴을 보며 놀라움으로 도저히 잘해나갈 자신감이 없었다. 휄체어에 끈으로 묶어 놓고 양치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충격이었고 언어 장애로 말 못하고 누워서 한쪽 식도로만 식사하고 알 수 없는 표정과 눈짓, 손짓 하는 것을 보면서 무서움으로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낯선 사람과 생소한 일, 그리고 빨대로 물을 먹여주는 것부터 맨땅에 헤딩하듯이 우왕좌왕하며 긴장감과 두려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취직으로 한껏 부풀었던 설레임과 출발, 그 신선함과는 달리 현실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케어했지만 하루 내내 밥을 못 먹었다는 손짓과 목욕을 못했다고 엄마에게 표현할 때는 실망과 배신감으로 세상 못 할 일이라고 펑펑 눈물을 쏟으며 카메라를 설치해서 확인해달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직할 생각으로 고민했지만 지능장애여서 때로는 억울하게 표현하고 또 간절한 눈빛으로 "선생님 최고" 라며 각각 다르게 표현하는 철이를 이해하고 사명감 없이 할 수 없는 직업을 선택했으니 직업인의 프로 정신과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되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폭염 주의보가 이어지던 어느 날 철이는 휄체어를 수리해 달라고 했다. 두 손잡이가 고장나서 삐걱거렸고 두 바퀴는 공기가 없어 납작했는데 지금 이용하는 휄체어를 이용하고 수리는 삼복더위가 지난 후에 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수리부로 향했다. 찜통 더위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좌로 위로 회전하는 바퀴로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1시간 만에 수리부에 도착했더니 이렇게 망가진 휄체어를 어떻게 밀고 왔는가고 수리부 주인은 놀란 얼굴로 혀를 끌끌 차는 것 이었다.

휄체어를 밀고 돌아오는 길에는 예보에도 없던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졌는데 휄체어 때문에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소낙비를 맞으며 집에 도착했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은 나를 보자 철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엄지척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힘들었던 피로가 방금 지나간 소낙비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휄체어에 부딪쳐 이곳저곳 멍든 다리와 뻐근하게 아픈 어깨로 휴식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다가와서 휴식할 수도 없었다. 대소변으로 젖어있는 기저귀를 바꾸고 외출복을 입혀야 하는데 철이가 옷 입기를 거부하고 양말 신기도 거부했다.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조급함으로 서랍의 양말을 모두 꺼내 테블 위에 놓고 한 컬레씩 보여주었지만 수십 개의 양말을 보면서 자기 양말이 없다고 고집하는 철이를 보며 답답함으로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이렇게 양말을 신겨주는 작은 일에 한 시간을 보내고 한끼 식사도 한 시간을 이용해서 대접하고 물은 빨대로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을 기다리면서 울지도 웃지도 못할 돌발상황에 부딛치는 것이 일상으로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인내력으로 웃음 짓는 자신이 때로는 대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변 처리가 힘들어서 쩔쩔 매며 실수를 연발하던 왕초보 지원사가 인제는 그의 표현을 이해하는 척척 박사로 되고 넉살 좋은 수다쟁이가 되어 소통하면서 사이 좋은 짝꿍으로 되었다. 올림픽 대회 편싱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처럼 빨간색 빨대와 파란색 빨대를 들고 서로 경쟁하고 먹방하는 방송을 보며 라면 한 그릇을 한 번에 먹어보는 흉내도 내면서 우리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길가의 들꽃을 꺽어 철이의 침대곁에 놓아주고 첫눈 풍경을 함께 즐기고 휴가받았던 남편의 생일날에도 철이 가족에서 긴급지원을 요구하니 급급히 뛰어가 케어하고 그의 눈높이에 맟추어 어린애처럼 춤추고 책을 읽어주며 진심을 전달하니 나의 일상도 풍요롭고 다채로워졌다.

꽂꽂이 수업에서 철이와 함께 만든 꽃이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7만원에 판매될 때는 철이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준 것같아 아들을 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기쁜 시간을 보냈다. 장애인 센터에서 주체한 "가을 풍경담기 행사" 에는 단풍이 물든 나무아래에서 웃고 있는 철이의 모습을 찍어 "낙엽과 코스모스" 라는 주제로 사진전에 출품했는데 입선작으로 선정받아 상을 받고, 받은 상품을 철이에게 줄 때 철이가 내미는 엄지척을 보며 따뜻한 진정을 느꼈다. 연말에 "최우수 지원사" 로 선정되어 상금을 주며 표창 받을때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듯 하고 "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운 생활" 이란 글로 지역 신문에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유튜브로 알려질 때는 온 세상을 다 가진듯이 활동지원사로 취직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인 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철이와 잡은 인연의 끈이 끈끈하게 이어져서 신비롭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지만 또 새로운 직장에서 백신접종도 최우선으로 받는 혜택도 누렸으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최고의 보상을 받은 것 같다. 코로나를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디딤돌로 삼고 한 박자 쉬어가는 쉼표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여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많은 것을 얻었으니 활동지원사 홍보대사처럼 일자리를 잃고 집에서 쉬고있는 지인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며 새 출발하라고 격려 전화를 보낸다.

예순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보니 지극히 당연한 일상에도 봉급을 받는 기쁨, 코로나 시대에 일할 수 있다는 긍지감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에서 새삼스럽게 감사함을 느끼고 인생길 걸어가는 여행길에 철이라는 동행을 만났으니 얄미운 코로나가 어느 정도 고맙기도 하다. 뚱뚱한 몸매처럼 마음도 살찌고 넉넉한 사람으로 친절한 "감정 노동자" 로 잘 웃는 지원사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늘의 도전과 노력이 먼 훗날 자랑스럽게 회고할 수 있도록 부스터를 달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신들메를 동이고 걸어가야 되겠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고 언젠가는 기적이 나타나 철이의 손을 잡고 중국 여행에 함께 가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특별한 세계에서 특별한 하루를 시작한다.

 

 

 

 

 

 

 

 

 

저자 고송숙

 

 

<2022년 세계 조선족 글짓기 대회> 후원과 협찬 리스트

 

후원 단체 리스트

  1. 사단법인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

  2. 사단법인 일본조선족경영자협회

 

협찬 기업 리스트

1. 주식회사 A-YO상사(Caraz) : 전심혁 사장
2. 전일화부동산협회: 金山張虎 회장 
3. 글로벌일통 주식회사: 권호군 사장
4. 주식회사 에무에이: 마홍철사장
5. 주식회사 아시안익스크레스: 리룡식 사장
6. 주식회사 G&T: 박춘화 사장
7. 주식회사 플램핫: 리승희 사장
8. 쉼터물산: 김정남 사장
9. 주식회사 베스트엔터프라이즈: 리성호 사장
10. 삼구일품김치: 리성 사장
11. 시루바포또 유한회사: 서성일 사장
12. 주식회사JCBC: 엄문철 사장
13. 마즈도향양양(松戸香羊羊): 권룡산 사장
14. 주식회사 타겐고시스템연구소: 김만철 사장
15. 주식회사 위츠테크놀로지 전호남 사장
16. 주식회사 HANAWA: 리성룡 사장
17. 주식회사 아후로시: 上田一雄 사장
18. 동화(東和)솔루션엔지니어링구 주식회사: 최장록 사장
19. 주식회사 PLZ: 박금화 사장
20. 스튜디오 아키라: 변소화 사장
21. 카바야한방연구소: 로홍매 소장

개인 협찬 리스트

1. 최우림 박사: 중국농업대학 박사, 전일본중국조선족련합회 부회장
2. 장경호 회장: 신일본미술협회 심사위원, 연변대학일본학우회 회장
3. 리숙 사장: 주식회사미사끼(実咲) 사장
4. 리대원 회장: 재일장백산골프우호회 회장
5. 박춘익 사장: 주식회사BTU 사장
6. 구세국 회장: 재일조선족배구협회 회장
7. 박진우 본부장: 金子自動車 본부장 南越谷점장 국가2급정비사
8. 최운학 회장: 일본훈춘동향회 회장
9. 김광림 교수: 일본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 일본도쿄대학교 박사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계좌안내:

銀行名:三菱UFJ銀行 日暮里支店(普) 0554611

名義: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

【ニホンチヨウセンゾクケイザイブンカコウリユウキヨウカイ】

후원과 협찬에 관한 문의는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메일주소로 보내주세요.

메일주소: info@jkce.org

후원금과 협찬금은 입금을 확인한 후

【一般社団法人 日本朝鮮族経済文化交流協会】명의로

영수증을 발급해드립니다.

 

 지난 응모글 보기  

 응모1 아침바람 찬바람에 (최금화)
응모2 저녁노을 (태명숙)
응모3 천평 (리홍화)

응모4 호주에서 힐링하는 여자(리의정)
응모5 매화꽃 편지 (최상운)
응모6 엄마의 마음(현애옥)

응모7 새벽에 온 문자 (황은실)
응모8 뉴질랜드에서의 그때 (남철우)
응모9 내 친구들에게 (조려화)

응모10 지금 나는 아이와 함께 성장중(황해금)
응모11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며 (박경옥)
응모12 가족사진 변천사 (허순옥)

응모13 담배 한 곽 (금룡)
응모14 열정이 이끄는 나의 삶 (박향화)
응모15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리해월)

응모16 위대하지 못한 유산 (장범철)
응모17 20대의 끝자락 (김홍련)
응모18 산은 언제나 거기에서...(량춘옥)
 
응모19 형님과의 대화 (방홍국)
응모20 숟가락에 비친 사랑의 미소 (김춘녀)
응모21 희비로 반죽된 어머님의 80 성상 (방금숙)

응모22 나는 조선어문 교원이다 (김경희)
응모23 우리 아리랑을 위하여 (리광식)
응모24 벚꽃 엔딩 (정춘미)

응모25 나와 천사들 (허순애)
응모26 딸아이와 우리글 공부 (허해란)
응모27 "울 줄  모르는 사람은 웃을 줄도 모릅니다" (오기활)

응모28 아부이야 -아버지에게 드리는 글 (최화숙)
응모29 우린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고 (림연춘)

응모28 아부이야 -아버지에게 드리는 글 (최화숙)
응모29 우린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고 (림연춘)
응모30 솔퍄도는 바닷바람에 놀고  -련봉산기행문(강선화)

응모31 <개구리>들의 사색 (김화)
응모32 남편의 좌충우돌 창업기 (김복설)
응모33 자유로운 나날을 꿈 꾸며(박수영)

응모34 간병인의 수기 (김은실)
응모35  약속시간 (강희선)
응모36 (단편소설) 택시 (김무송)

응모37 딸애의 빛나는 청춘(정진)
응모38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조옥순)
응모39 삶의 무게 (배영춘)

응모40 타향살이(허은주)
응모41 모국방문 여행기 (사토우 시오리)
응모42 내 사랑스런 제자에게 (김미향)

응모43 일본에서 쓰는 아리랑의 노래(김광림)
응모44 서울블루스 (박은자)
응모45 키잡이 (최우림)

응모46 여기 있었네 보물이… (최정실)
응모47 산책만필 (김춘식)

(계속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