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호] 순간 포착과 诗의 절묘한 만남

 

편집자의 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올 2월에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동북아신문 디카시코너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주목에 깊이 감사드리며 매력 넘치는 디카시 세계로 안내합니다.

 

 

섬 아이의 이야기/ 한하나

파도향이 새어 나오는
젓갈 속에는 엄마가 산다

반듯함을 절이고 절인 
소금꽃같은 마음 도착한 날 

맛깔스런 추억 한 점 떠먹었다 

 


 

힐링 타임/ 김동휘

가을 햇살 한 자락
이토록 반가울 수가
무거운 마음 살짝
내려놔 본다

 


 

어떤 휴식/ 김단

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앉음새를 보고 나니

내가 날 수 없는 이유를 알겠다

 


 

만족/ 박화순

옆집 웃집 탐내면 무엇하랴

돌 틈새도 오붓한 내 가족 지키며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불법체류/ 김경애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부화를 위해
둥지를 틀었다

아찔한 디아스포라의 삶

 


 

불씨/ 함향

이 순간을 위해 
달리고 달렸다
넘어지고 깨지며

이제 활활 타오를 일만

 


 

선물세트/ 성해동

플라스틱 자존심을 빼면 
휑뎅그렁한 자존감 

겉멋만 잔뜩 든 네 사랑
정녕 어떡하면 좋나요

 


 

그리움/ 이해란

다 담을 수 없어

마음에 새겨 넣고 
바라봅니다 

 


 

본능에 충실하는 것/ 김성옥

콘크리트 바닥이든 틈서리든
어디나를 막론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기분 좋은 날/ 김춘자

가을 하늘에 두둥실 
큼직한 보따리 하나 
시원한 바람이 들고 온
오곡 향기 품은 추석선물

 


 

금혼 金婚/ 김경옥

주근깨 검버섯 
덕지덕지 앉으면 어때 

캠핑 나온 우리는 
여전히 신혼이구려 

 


 

추석날/ 신명금

저 그리움 
둥글게 여물었군

타향 천리 너를 보니
얼기설기 스쳐가는 옛 추억들

 


 

외유내강/ 이준실

뾰족한 잎새를 보고 알았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까닭을  
쓰러졌다가도 일어서는 이유를 

당신은 나무가 아니었음을 

 


 

고향마을/ 이광일 

옛님은 
어디 갔는고 

물소리만 새롭소 

 


 

수련/ 심송화

심연의 바닥까지 내려가야
모든 더러움과 유혹 밟고 올라서야 
겨우, 꽃 한송이 피워 올리는 

 


 

바람/ 김순자

산달이 서늘한 가을이면 좋겠다 

땡볕에 힘들어 보이는 엄마

 


 

그때는 플라밍고를 몰랐다/ 최춘란

학부모회 
전교 일등 꽃순이 엄마
오늘의 패션

윈윈 

 


 

부러우면 닮아가라/ 전소군

가슴을 열어 서로를 품고
울고 웃는 모든 것은 나누며

때로는 카멜레온인 양 물들고
때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울같은 파란 지기다(蓝颜知己)

 


 

저문 빛/ 박계옥

설레면 
사랑이라 했던가요  

 


 

 아빠의 귀가 시간/ 오영실

안전 모자 쓰신 채로 
흙먼지 날리며 퇴근하신다
손에 든 막대사탕 휘파람 불고 있어

엎어질 듯 뛰어나온 병아리들
긴 하루의 기다림이다

 


 

잎의 소망/ 이초선

비쳐 보고 싶은 것
널려있는 웃음의 흔적과
몸서리치게 설레던
속삭임

 


 

이모티콘/ 김성애

표현에 서투르시던 아버지
추석날 하트 찍어 보내셨네 

기분 좋으신가 보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랑 만나신 걸까

매일 읽어 보는 구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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