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2022년 9월 4~5일, <중국 조선족시몽동인회>에서는 가을을 맞이하며 일부 회원들로 문학기행을 조직하였다. 전설 깊은 화룡시 숭선진의 군함산, 두만강연안을 거쳐 화룡시 남평, 용정시 백금, 삼합의 망강각(望江閣) 및 용정시 윤동주생가, 주덕해기념관에 이르기까지 1박2일의 답사를 거행하면서, 이 기행팀은 사람마다 <가을>을 큰 주제로 하는 시 한수씩 내놓기로 하였다. 본호에는 시몽동인회 동인들이 쓴 복합상징시묶음을 그대로 게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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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산에 올라/ 김현순


먼저 간 
생각들은 볼이 붉는다 
안개 속에 음이온 숨어있다 
비는 내리고…
계단 밟는 낙엽의 달아오른 숨소리가
추락의 산허리에 국화꽃사랑 수놓아간다 

벌써… 
가을 온다면
세월… 하며, 약조 보듬는 그림자들
아침 덮으며 
기다림에 이슬 매달아준다 

시야로 날아드는 두만강 건너에
노랫말 흔적, 사념(思念)에 뿌리 내릴 때
무지개는 찰나의 망각에도
신기루의 미소 펼쳐든다는 것인가

하늘이 까닭 캐물으며 
구름에 실려, 바람의 역사에 멍들어간다 

 

가을은 걸어오는데/ 강 려


뒤돌아선 안개가 
발 옮기며 군함산 오른다

생각의 계단 내리는 
낙엽 한 장 
고요를 흐느끼는데 

어깨에 바람 걸친 
허수아비 옷깃 놓아주며

참새 울음 접어
공간의 전선줄에 걸어둔다

들국화 펼쳐든 미소엔
9월의 비가
이슬꽃 수놓고 있다 

 

단풍잎/ 정두민


정체는 무엇이냐
추측이 난무하다, 혹 하는 사이
립스틱만 튕겨 나와
방황하는 고독에 낙인찍는 신비로움이다

태양 우려 낸 색깔... 
해독제 없는 잔몽 토막 내는 소리가
룡오름에 기억 실어 나르고
정열의 흔적에 지남침으로 발산하는 빛…

가을의 자유가
방자한 넋 뽑아들고 
유기농 향기로 춤추는 계절은 
바람 전주곡이 
십자로 신호등에 눈 뜨는 시각이다 

아인슈타인의 하늘~ 
안개비가 내린다
미색(美色)의 계절, 얼굴 파묻고 운다

끝판... 그럴 것이다
속살마저 아름다운 것은
대물려 씨앗,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상천민박(上天民宿)/ 조혜선


하늘중천에 올방자 틀고  
구름 모아 바람과 노닐며  
동서남북 창 열어, 세상사에 귀 기울인다
범생 불러들이는 이 곳…

훈민정음, 녹아내리는 
씨실로 남아 
세상 깨우는 지천(地天)에
가, 나, 다, 라… 
도 닦으며 반겨 맞는다 

신선이 사는 곳   
신선이 되는 곳

공담가의 턱이 황금가을 앞에  
무너져 내린다
추녀 끝에 걸터앉은 빛살 하나 
세상 밖 허세니라 바로 세우라 하시네

먼 길 떠나는 두만강 
군함산 그 믿음으로 
구름위에 날개 세운 상천각, 
그 귀한 뜻, 몇 번이나 올라야 알꼬... 
 


구월의 스케치/ 윤옥자 


날개 잃은 
군함 한척… 
걸림돌 디딤돌, 층계 밟으며 
산에 오른다 
산정에서 무얼 하자는 걸까  

반갑다 
손젓는 들국화 코스모스 
하늘땅 읊조리던 귀뚜라미 환영사 

남자는 산정에 짐 풀고 
풍요로운 빗물에 수림 되었다 
반대 켠 신호음…
부르고픈 사람이라도 있듯이

마법의 영역, 신비의 그늘은
시간이란 궤적에 운명의 힘 매달아둔다
뛰어든 인생에 
저울추의 불가능은 없듯이

차가운 바다너머로 
빈 노을만 허공에 차고 넘칠 뿐이다

 

가을의 우수/ 김소연


계절을 부채질하던 
허수아비 소맷자락에 
가을볕 들락거리고
봄날의 예방접종, 폭우의 시련에
볼 붉힌 단풍잎 사연, 날개 파닥인다

몸 비틀며 멀리 씨앗 튕기는
돌콩의 근심, 농부의 허리에 매달릴 때
머리 숙이고 흐느끼는 벼이삭…
원조 각인시키며
돌피의 당당함 부러워 한다

거세당한 발가락 
밭자락에 자국 찍은들
설익은 마음 달랠수 있을까
걱정 뜯는 빗소리 처마밑 공간 메우며 
어서 잠들라 한다 

 

숙명의 덫/ 박명순 


기슭 따라 흘러가는 
기적소리에
옛 이야기 주절주절 흐르는 밤 
떨어지는 빗방울은
두만강 뱃사공 노래 엿들으며
가락 물고 운다 

군함산아리랑 
해바라기꽃 염그는 사연…

변강마을 시골자락에 
옛사랑 향기로운데
상천민박, 꿈탑 쌓는 메아리 
메신저 끝간 곳마다
가을 국화 꽃잎으로 물들어있다 

추적추적…
고향정 잘라내는 멜로디의 조합 
댄스의 조락은낙엽의 아침 덮어주며 
긴긴 밤 눈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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