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북경대 특강후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왼쪽)과 자칭궈 북경대 교수
지난 15일 북경대 특강후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왼쪽)과 자칭궈 북경대 교수

중국 베이징에 온지 1주일여만에 중국 석학과 미중 갈등 등 국제관계에 대해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자칭궈(賈慶國)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다음주 3개월간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5일 오전 북경대 글로벌 빌리지에서 북경대 국제 방문학자들을 대상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특강을 했다. 그는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으로 규정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와 쌍벽을 이루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분야 석학으로 명망이 높은 학자이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자칭궈 교수는 미중 관계에 대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중 갈등이 과거 미소 냉전구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데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미중간 협력분야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전망 대로 미중 갈등은 협력과 갈등의 이중구조의 성격을 띤 채 국제정치의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미중 갈등을 '전략 경쟁'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같은 미중 갈등은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에게 대외정책의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이나 호주 처럼 확실히 미국편에 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들이 보수세력의 일반적인 정서인 듯 하다. 그런 정서를 반영한 것인지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 투자 신중론'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한중간 현안들은 해결되지 않고 양국의 국민정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은 잔치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국은 수교 이후 28년간 무역수지 흑자에서 최근 2년간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의 대외전략에 대해 자칭궈 교수는 '전략적 균형'을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이지만 중국과는 최대의 경제교역국이라는 양면이 있다. 따라서 어느 한면만 바라보는 것은 다른 한쪽의 희생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최근 불거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는 맹목적 친미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맹목적 친미나 반중을 외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미중 갈등 구조에서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중국 석학의 말에 한국이 귀기울여야 할 때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북경대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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