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诗 분과 [제22호]

           - 순간 포착과 诗의 절묘한 만남

 

 

김성애 프로필: 현재 중국 상하이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김성애 프로필: 현재 중국 상하이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1) 싹

올리미는 호기심이 깨끗하다 

작은 미소가
꼼지락거리는 소리 

이미 꽃이다

 


 

2) 비밀 

한 겹 망설임에 
두 겹 설렘이 터지는 소리 
립스틱에 가리어진 향기의 유혹이여

밀어들이 밀치듯 쏟아져 나올 황홀함에
두근대는 심장 하나 감추고 싶은 순간

 


 

3) 바보

홀린 듯 멈출 수 없는 길
지척이 멀어도 집은 여기다

천천이란 말
취한다는 또 다른 해석 아닌가 

꽃잎이 받쳐주는 하늘이 곱다

 


 

4) 경계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거 같아도
지나가는 향기 한 줌은 멀다

전쟁이라는 건 죽고 사는 일일까  
만져지는 꽃무늬는 오늘도 같은 표정

투명해도 벽이란 걸 알았다

 


 

5) 거리

멈춘 시간에 
걸려 있는 한숨 

여기서 저기까지가 
멀구나

 


 

6) 격리 중 

밤사이에 자란 핵산들이
지친 수염으로 올올이 거칠게 거리를 둔다

낫질하니 
아침은 엉성하게 떨어져 온다

 


 

7) 별 헤는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옛 시인이 그랬듯이 

쏟아지는 별들 
만질 수 있어 다행이다 

주문처럼 외우는 매일의 기도문

 


 

8) 새벽에 만난 꽃 

빼곡히 적어 주신 
꽃의 엽서 하나를 읽었습니다 

눈물나게 깨끗한 화선지의 답신은 
터져 나오는 외마디에 맺힌 이슬 
— 아버지

 


 

9) 먼길 오시는 

그리움으로 점들이 물결칠 때면 
아버지는 
부르튼 발로 별을 딛고 오시겠지

초롱불 하나
길목에서 서성이는 저녁

 


 

10) 낚시

입질하는 손맛은 어떤 시어일까
끈질김과 인내의 미끼는 허공을 낚는데

밀당이 기대되는 시간들
바람의 끝에
짜릿함이란 대어를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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