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저 켠엔 (외 4수)/ 강 려


쪽빛 펴놓으며 
발 옮겨 딛는 구름이 있다
돌아서는 걸음마다 
시간 굴리며 열차는 달린다

금잔화 펼쳐든 
기억의 궤도에 
꽃가루 털어 아침 장식해가며 

소나무 깃 편 그늘 아래로 
개미가 고요 업고 
언덕 넘는다

새소리 받쳐 든 정자의 유혹 
기다림에 입 다물고 있다 

 

심장의 고백


휴지통에 누운 
넝마주이가 달빛 건져 던진다
7월의 소나기가 무지개 둘둘 말아
하늘가에 걸어놓는다

진단서 받쳐 든 휠체어의
청천벽력...  
저울 들어 시간 근 뜨는 
손떨림의 주소는

227그람에 웃음 내 뿜는
햇살의 감동...  
병상에 기댄 마우스의 하트가 
우주의 미소, 구겨 쥐고 있다 

 

고독의 빛갈


소나무 눈빛이
늪 그림자 건져 올리듯이

안개 받쳐 든 이슬이
새소리 쪼아 물고 깃 펼 때

흘려버린 쉰내가 
가로등의 발등 덮어버린다

빗방울 움켜쥔 바람 
구름 눌러쓴 정자(亭子)에
뛰어들어…

느긋한 생각 접어 올린다

 

먼지들의 대화


어깨에 손 얹으며
귤이 접시에 앉아있다고 
믿어보았을까

알람 받쳐 드는 
책상이 
모니터 속 소녀의 미소로
고양이의 머리 쓰다듬는다

담배곽 옆에는
잠자는 라이터…
액자의 자유를 웨칠 것이다

흐르는 강물
자동차 경적…
계단 딛는 건전지가 
빛을 기억에 쑤셔 넣는다

 

구름이 흘러가고


락화생 부스러기…
휴지통에 고소함 솟구친다

웃음 기다리며 
문 열고 있으면
그림자는 졸음 거머쥐고 있다 

화분의 다리꽃 
햇살 물고 일어 설 때
독수리 타법(打法)
키보드에 고독 두드려댄다 

기억 핥는 강아지
정자에 뛰어든 빗방울 함성에
기다림 벌름거린다 

느긋함에 오후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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