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서당마을(외 4수)

□ 정하나

 

뻐꾹새 밤 외우고
한낮 받아 적는 백안(百安)뜰안에
하늘 떠인 소나무
숲 우거진 비탈길 따라 묵향 날린다

갓바위 망울역사
강산 굽어보는 평온에 기다림 엮으며
거북등 따라 펼쳐진 마을

터널 뚫린 아리랑고개마다
제향 차려 봉향하는 대나무숲 
휴게소 폭풍노화...

하체근육 살리는 전원주택이
기틀 잡힌 터전에서 
제자잠(弟子簪)펼쳐
해와 달의 주소 주고 받는다

 

원혼


나뭇잎 깨물고
피눈물 찍어
동화의 세계를 그려 넣으면 
타버린 욕망은 영혼 찾아 
대화의 강 건너가지만
무후의 이유, 의문표 걸린 집채위에 
밤 지새는 매미는 운다

배제의 탈~
실타래 잃은 소, 뿌리 잡고
정의 고집해가는 개성
숨결은 아직도 귓가에 스쳐 지난다

 

재가 깔린다


촉도난에 
바위벽 노을 적시고
간이역마다 혼백 춤추네
묘연 다루는 손끝에
봉황새 천둥 잡는 게임 꽃피어나고 

계곡 바라보면 샘물이,
고개 굽어보면 바다가...
모기 눈동자에 억겁 광년 쪼개어 가네
개미의 짤록한 허리도 
용광로 덥히는 불빛에 비끼어있네

대부의 초모자
고추밭 매운 맛
태초의 아픔이 해와 달 갉아먹는 
미생물 흔적, 저울추에
비문 적어 망각 기념해두네

매듭 풀린 규명의 목소리 
안식 찾는 초혼의 노래는
홀로이, 먼 별나라로 길 떠난다 하네

 

단지 속에


빛은 숲을 뚫고…
팔다리 걷어 올리는 낮과 밤이
소방차 입구마다애
아파트 일상 단속해간다 

놀이터 
뒤짐 지고 선 은행나무
번호판 잘 못 눌린 벨소리가
셔틀버스 급정거에 안내문 베껴낸다

인성 풀린 영상통화
e편한 세상, 안녕하세요?

들어가십시다, 
엘리베이트 앞치마에 턱 받쳐올린다

 

스모그


불청객이 배긴돌 빼는 
시빗거리가, 핏대 세운 총소리로 
핸드폰을 조준하였다
마른 나무숲에서 
범의 콧수염 건드리는 식이라고 
해도 좋을 신호등이 맹인의 말초신경 간질여준다 
댕강거리는 삽질소리에 뭉청… 
옮겨지는 수림의 
가쁜 목소리, 
지구의 숨통 꼭 졸라매고 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