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호] 순간 포착과 诗의 절묘한 만남

 

 

귀향/ 김단

날 저물어가니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태를 묻은 그 한 곳뿐
먼 길 마다하고 유턴이다

 


 

여백/ 최기건

비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비웠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의 세계라고 다를까 

 


 

생의 낭떠러지에서/ 김춘자

안간힘을 다해 
위로 위로 당긴다
살리려는 마음 살려는 마음
두 마음이 합심하여

 


 

바람의 전설/ 심송화

소리 없이 저물어가는 여름 이야기들  
바람이 흔들어 깨운 리듬 타고 
조용히 하늘이 된다  

 


 

쟁반/ 성해동

새벽길 종종걸음 나서는 울 어머니 

하늘에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새참 담은 쟁반을 머리에 이고

 


 

수업 시간/ 이광일

다들 열심히 강의 듣고 있는데 
유독 너만 잠자고 있구나 
어젯밤 게임에 빠져 밤샘을 했나 봐 

 


 

봉변/ 김경애

둥글게 살겠다는데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고
망치로 두드려
납작하게 만든다 

 


 

편한 친구/ 이준실 

볕 나들고 바람 나들고 
말이 통하고 눈빛도 통하는 

틈이 있어 
넉넉한 친구 

 


 

요즘은/ 김성애 

앉아 쉬어도 접지 못하는 불안감 
날 때가 편한 듯

눈 뜨고 잠든 잠자리
왜서 팔다리가 떨릴까

 


 

높이 서면 다 보이지만/ 이해란

삶의 틈서리에
나 있는 길

낮은 곳에서는 
헤매야만 하는 삶 

 


 

엄마의 라인/ 김순자

세월이 그리고 
바람이 빗질하여 
곱게 휜 반달눈썹 

 


 

언감생심/ 이초선

한자리 하려구요

 


 

연(緣)/ 오영실

태산이고 하늘이던
한 여인의 손
잡아보니 한 줌이었어

피는 뜨겁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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