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순 복합상징시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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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중국 조선족<詩夢同仁會> 회장.
상징시전문지 <詩夢文學> 사장, 발행인.
시집 10여권 출간.
시론집 <복합상징시론> 출간.
해내외 문학상 수상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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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烈女)


발꿈치에서 각질 부서지듯이
함박눈 내리는 저녁
여자는 키스 한 올 떠올리며
고목의 악수 내밀어본다
나지막한 기침소리가 나풀거릴 때
동충하초 그림자가
돌아눕는 지구의 등심에 뿌리 박는다
생명기원의 파돗소리
코리안 차이나, 
명찰 같은 신분은 
빨간 마우라의 성난 안색으로
석삼년 버텨온 유추세월 에돌아
향기의 섬 잠재워둔다
갈대의 순정이라고 말하지 말지어다

얼어버린 물녘 기슭에
아미새 서러운 속사정
가슴 비비는 사념의 막창 지나서
눈은 내린다, 브라보~!
매스컴에서 인쇄되어 나오는  
활어(活語)의 입놀림…
사막 건너는 돛배의 버거움이
나그네 발자국으로
울바자 에돌아 먼 길 떠난다 
밤은 오래전부터 새벽에 
속살 갖다대보느니~

별이 웃는 밤… 
흘레 하는 아픔의 소리가 다시 
눈 되어, 사푼사푼 날아 내린다 


2022. 10. 16

 

흔들리는 투어(tour)공간


어둠의 입구에서
우주가 명멸하는 것을 바라보며
빛은 한 마리 나비 되어
사막을 파닥 거린다
가장 순수한 언어의 편린들이 별 되어
파도에 숨죽인 모습들
눈꽃의 자백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시간의 점선으로
확대경 동공에 이완과 수축 조율시킨다

아침이다 저녁이다 
뒤틀린 기억의 엇박자
모리스 댄스가 눈뜨는 방울소리의 날개 짓으로
잠에 곯아떨어진 카타르시스(catharsis)
흔들어 깨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밤바다의 신음 움켜 잡을 때

날은 밝았나
저승꽃 향기가 프로메테우스 옥안에
무지개 수놓아간다 
그런 시공터널로 지구가 먼지의 단면 핥으며 간다 


2022. 10. 17


병원 관찰실에서


구멍 난 
스커트치마 내리 끌러 
허벅지 덮는 이름이 빨갛다
미소 꼬집는 핀센트에 아쉬움 집히어있다

페하라는 말이 
대사(臺詞)에서 걸어 나오듯
경련 일으키는 시간 속에서 
잎새에 스며드는 이슬의 계단 밟아본다면

손가락이 
진실이라는 놀라움 
주춤 물러서는 발꿈치에 붕대 감는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역상 보듬는 순간들이 소망 길들여갈 때
아픔은 기억의 호숫가에 물안개 지펴 올린다 

해 솟는 아침이
풍 맞은 고막의 결백증 포박해간다 
기다림의 엇센스가 간호원의 가슴을 연다 


2022. 10. 17


집념의 궤적


안개 흐르는 
텃밭 고추 잎새 사이로 
구름이 스쳐가는 모습 바라보며 
안식의 각질, 나비 되어 잠든다

홀씨가 나래 펴는 날
잠자리도 헬기 될 꺼라는 착상의 믿음 
시온의 문고리에 
성에꽃으로 부서져나간다

루트(root)의 함의가 무엇인지,
이슬의 단면에서 갈비뼈 걸러내는 작업이
가장 찬란한 어둠 입맞춰주고 

홀태바지에 갇긴 함성들이
오로라의 하늘 꿰질러나간다 

이별의 막창에 아픔은 없다 
벌새의 날개에 얽힌 
무지개색상만이 별빛 소망 미소 지을 뿐이다 


2022. 10. 17


암연(黯然)


둔덕의 높낮이가 
개똥벌레의 한(恨) 안고 반뜩거린다
출렁이는 기슭에 
돌아눕는 뭍이 있다

고민하는 시간, 
그 손에 지구 한 알 들려있고
다가서는 간호사 가슴
고독의 틈서리로 삐져나온다

부풀어있다 일상 꽃피워가는 
기다림의 잔주름…
하나에 둘둘 셋 넷 보태 넣어도 
하나가 되는 물의 법칙이다

슴새 나오는 사념위에
카우보이 같은 꽃이 등촉 밝힐 때
잡동사니가 계곡 달린다
어둠은 멈춰선지 오래다 

물 같은 숙녀가 사립을 연다


2022. 10. 18


간석지(干潟地)


다가서는 
노크의 키스에
주스의 달콤함 묻어나있다 
그 여름날 탱자 익는 그늘아래 
반짝이는 어깨 기대어보듯이 

칼 막스~! 
그는 위대한 철학가의 이름 
감히 꺼내들고, 닦기 시작 하지만
허름한 고목에도 꽃은 피고
바람이 
추위 앞세우며 동구 밖에 서있음을 본다

혁명, 바로 그것이
시간의 모루위에 불 켜들고 어둠 밝히는
지구의 안목 아니시던가
담뱃불 타들어가는 모습으로 
다시, 별빛 각인한다 하시라

모리스댄스—
신나게 방울 흔들어대는 사잇길에서
낙담한 그젯날 이별사
메아리의 흔적 찾아 딱지 붙인다 
염주 굴리는 소리가
탱자 익는 그늘아래 기억으로 영글어가듯이…


2022. 10. 19


고독에 길 묻는 이유


오징어 대가리가 머…
꼴통이 먹통이라고 말할 것인가
바닷가에서였지 
썩어 문드러진 문어다리 하나 집어들고 
해저 검측 하는 신통력은 
집어던지라고 해…

파돗소리 그리운 소라껍데기에 귀 대고
조수의 두근거림 
느껴보라는 말씀인줄 왜 모르시나
어둠의 꼬투리가 어드래서,
기다리는 막창에 이별 눈부시다고 
다시 여쭈어볼 것인가

놀빛 빛나는 여울목에 
갈잎쪽배 춤추는 시간 있듯이
못 잊을 에메랄드 눈동자도
첫사랑 그 언덕에 머물러있다 
바람아 가을 왔다고
그래도 코스모스 꽃 나붓거릴 것인가

아픔같이 슬픔 빛나는 저녁이면
별빛 미소 깜박여 주리니
반딧불 작은 사랑도 호롱불 심지로 타올라 
소망의 작은 하늘 밝혀 가리라 


2022. 10. 20


귀향(歸鄕)/ 김현순 


육자진언 읊조리며 
승려가 거리를 걸어간다
무더위 핥고 지난 골목길 에돌아
나무아미타불~! 
암야 딛고 가는 로맨스도
작열하는 간이역에
깨어나는 슬픔으로 사막 길들이고 있다

각막의 하루가 우주의 시간대에
주사위 던져보는 시각
옴마니반메홈~! 
목어 두드리는 소리마저
운판그늘 잠재우며
똑도궁, 멈춰선 곳이 극락이라 가로되 

남루한 손끝으로
햇살에 무지개 그려 넣는 
허겁의 공간…
별빛 쏟아져 어둠 쥐고 흔든다
그림자가 
억겁 아침 접어 올리는 동안
윤회의 하늘, 미소 찢어 감아쥐고 있다 

아제 아제 바라 아제 
바라승 아제 모지 사바하…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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