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8호] 순간 포착과 诗의 절묘한 만남

 

 

매듭/ 성해동

한뉘를 풀고 풀다 
끝내 자신이 매듭 되나 

소용돌이치는 시간 속
얽히고설킨 인연의 매듭

 


 

독거노인/ 김순자

기다림인지 
볕 쪼임인지 
길 아닌 길가에 나앉은 
쫄아드는 온기가 아쉬운 

 


 

마음의 계절/ 이초선

나만 가을 타나 보다
푸르디푸른 청춘을
보면서

 


 

그때에도/ 김단

제구실을 할 것 같지 못하다고
들어가며 나가며 걱정하시더니
끈으로 허리를 묶어주었다

못난 자식한테
그런 맘으로 회초리를 들었을 것이다

 


 

가을 벽화/ 이광일

실핏줄에
빨간 하트 매달고
잊혀진 마음 벽에
너를 읊는다

 


 

불편함 알기에/ 신명금

날카로운 고집
접어버렸다, 미련 없이

 


 

고마운 빛/ 최춘란

사진을 찍어줬다
느닷없이 기약도 없이
명년은 다른 모습으로 온다고  
느닷없이 기약 없이
찍고 갔다 

 


 

사는 멋/ 최미영

비단옷을 입고 
쉼표를 찍으며 
여유를 만끽하는 너희들은
나의 인생 선배다 

 


 

응시생/ 박계옥 

날으려는 시도만으로도 
참 멋진 녀석들 

 


 

아무에게나/ 김경애

가을은

긁혔던 상처도
곱게 아물어가는 계절

 


 

무겁지 않니/ 이준실

아낌없이 다 주고도 

큰 그늘이 되어주고서도 

건네기 조심스러운 말 

 


 

8시/ 이해란

조금씩 늦게 가며
젊게 사는 법을 배웠다 

 


 

독거/ 최기건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이는 
빛바랜 그림자 

빈 둥지에서 
하늘만 쳐다보네 

 


 

열매의 탄생/ 심송화 

떨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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