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童話 ․ 

삐용이의 진주구슬

□ 김현순 

​ 

 

(1)

 

삐용~뿅~

이크, 이게 무슨 소리람?

헤헤, 방귀 뀌는 소리지.

 

누구도 삐용이의 진짜 이름이 뭔지 모른답니다. 삐용이의 아빠도 그렇게 부르고 친구들도 그렇게 부른답니다. 삐용이란 이름은 아기때부터 방귀를 잘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2)

 

어느날 삐용이 아빠는 황당시 개발구에 있는 련꽃늪에 낚시 하러 갔다가 금빛 잉어 한 마리를 잡아왔어요. 그런데 무엇이 그리 원통한지 눈도 감지 못하고 이내 죽어버렸어요.

“할수 없군. 삐용이에게 붕어탕이나 끓여줘야지.”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며 삐용이 아빠는 가위로 금빛 잉어 배를 갈랐어요. 그런데 잉어의 배안에서 콩알만한 새하얀 진주구슬이 하나 나왔지뭐예요.

“엉? 조개배속에 진주가 들어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잉어의 배속에 진주가 들어있다니. 거 참 이상하구나.”

아빠는 그 작은 진주를 접시에 담아 찬장우에 놓아두었어요..

저녁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어요. 금방 불을 껐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방안이 금새 환한 빛으로 가득찼어요.

“엉? 이건 무슨 빛이지? 혹시… 귀신불?!”

그런데 그 불빛은 찬장우에 올려놓은 접시안의 작은 진주구슬이 내뿜는 빛이였어요.

“와~! 완전 대박이네! 얘, 삐용아, 빨리 일어나라!”

숙제공부를 하다가 졸음을 못이겨 초저녁부터 잠에 곯아떨어졌던 삐용이는 눈을 비비고 일어났어요.

“아빠, 이건 야명주예요! 옛말책에 나오던 그 야명주란 말예요!”

삐용이는 갑자기 불에 덴듯 놀라서 소리쳤어요.

파란 빛을 내뿜는 작은 진주구슬은 어느새 삐용이의 손에 쥐여져있었어요. 초저녁부터 찾아온 졸음도 가신듯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늘 무겁고 흐리터분하기만 하던 삐용이의 머리가 갑자기 안개가 걷히듯 맑아지면서 대번에 총명한 아이로 변하는것이 아니겠어요.

삐용이는 그 하기 바쁜 수학문제풀이랑 작문쓰기랑 눈 감고도 척척 해낼 자신이 생겼어요. 삐용이는 책을 펼쳤어요. 그런제 진짜로 뭐든지 막히는것이 없이 척척 해나갈수 있었어요.

삐용이는 좋아서 진주구슬을 책우에 내려놓고 두손으로 머리를 쓱쓱 긁었어요. 그런데 금새 머리가 무겁고 흐리터분해나면서 또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진주구슬을 손에 쥐였더니 헤, 금새 또 다시 총명한 아이로 변하는것이 아니겠어요.

“와~! 와와~~!!”

기실 진주구슬은 진짜 전설속의 보배였어요.

 

(3)

 

―이건 내꺼야!

―이것만 있으면 난 으뜸이지, 대~박!

―이건 절대 비밀이니 죽을 때까지 나 혼자만 아는거야!

 

(4)

 

그후부터 삐용이는 진주구슬을 배꼽구멍에 넣고 반창고로 붙이고 다녔어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말이죠. 그리고 목욕탕에도 사우나에도 가지 않았어요. 비밀이 드러날수도 있으니까요. 으흐흐…

 

(5)

 

―우리 학급에 천재가 나타났어!

―우리 학교에 천재가 나타났어!

―뉴스속보, 우리 성에 전대미문의 천재 출연!

―뉴스속보, 삐용친구 우리 나라 대표로 국제소년지력경색 특등!

 

삐용이는 잠간새에 특대뉴스인물로 급부상했어요. 날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보도매체들의 기자들을 응부하기에 숨이 찰 지경이였어요. 여러 잡지, 신문, 텔레비들에서는 매일 삐용이가 찍은 상품광고들이 다닥다닥 선전되고있었습니다.

삐용이는 하루아침새에 벼락부자가 되어 집안에 엘리베이트가 있는 호화별장을 통째로 사고 이사를 하였습니다.

 

(6)

 

“삐용이가 온다!”

“천재가 돌아온다!!”

워낙 크지 않은 황당시 공항은 사진기를 높이 추켜든 기자들과 열광적인 팬들로 하여 정신이 잃어질 지경이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삐용이의 초상이 그려져있는 반팔적삼을 벗어 머리우로 마구 휘저으며 웃통을 훌렁 벗은채 삐용이의 이름을 소리 높이 부르고있었습니다.

“삐용~!”

“삐용~!”

모두들 얼마나 목청껏 웨쳐대는지 공항은 온통 삐용~ 뿅~하는 방귀같은 소리에 떠나갈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귀향길에 들어선 삐용이의 마음은 벌써부터 붕 떠있었습니다.

(헤, 고향을 빛낸 천재가 왔다! 그게 바로 나, 삐용이란 말이야! 으하하~!!)

 

(7)

 

그런데 이크! 이게 웬 변이란 말입니까?

사람들속을 헤집고 겨우 빠져나온 삐용이는 불시에 머리가 무겁고 흐리터분해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깜깜한 소년으로 되고말았어요. 사실은 아까 붐비는 사람들속에서 시댁질하느라고 땀이 나는 바람에 배꼽에 붙여놓은 반창고가 떨어지면서 진주구슬이 옷사이로 흘러 바닥에 떨어졌던것잉예요. 그 진주구슬은 사람들의 신발에 마구 짓밟혀 더럽혀지고…

“에구, 안됐구마니라. 공부를 얼마나 했으면 저렇게까지 되나.”

“쯧쯧, 어린 나이에 공부만 하느라 여북했겠나. 참 안됐당께라~”

하루 아침새에 멍청이로 전락된 삐용이는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뇌과병원으로 호송되여 정신치료를 받게 되였어요. 기실 아무런 병도 없는 삐용이는 병실창문의 쇠살창을 부여잡고 발광적으로 고래고래 소리 질렀어요.

“난 병이 없어, 없단 말이야! 날 내놔! 씨베~”

그럴수록 삐용이의 출원기일은 무한정으로 연기되고있었어요.

 

(8)

 

한편 공항바닥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짓밟힌 그 진주구슬은 다른 쓰레기랑 함께 청소부아줌마에 의해 바깥 쓰레기장에 버려졌어요.

이때 지나가던 어미새 한마리가 먹이를 찾아헤매다가 공항의 쓰레기장에서 반짝하고 빛나는 진주구슬을 보고 좋은 먹이감으로 착각하고 쏜살같이 날아내리여 톡 하고 집어먹었어요. 진주구슬을 먹은 어미새는 한참 날면서 어쩐지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살살 아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되겠어. 내다버려야지.”

이렇게 지절대며 어미새는 황당시 개발구 련꽃늪을 날아지나다가 똥을 한줄금 찍 하고 내갈겼어요. 그 똥속에 진주구슬도 함께 묻어나왔어요.

촐~랑!

진주구슬은 똥과 함께 련꽃늪 물우에 떨어졌어요.

이때였어요.

먹이를 찾아헤매던 늪속 금빛 잉어 한마리가 진주구슬을 발견하고는 냉큼 삼켜버렸어요.

아, 진주구슬은 그래서 다시 잉어의 배속에 자리잡게 되였어요.

이제 그 금빛 잉어 잡아낼 사람은 누굴가요?

오늘도 황당시 개발구 련꽃늪엔 금빛 잉어 잡자고 낚시질 하는 사람 자꾸자꾸 모여든대요.

      

(The End)

-------------------------

저자 프로필:
중국 조선족 시몽동인회 회장.
<시몽문학>잡지 사장, 발행인.
시집, 동시집, 동화집, 설화집 등 출간 십여권.
시론집: <복합상징시론> 출간.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