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향을 피워도 눈물뿐 
꽃을 바쳐도 눈물뿐
우린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단풍이 곱게 물든
이 가을에 
너무 큰 슬픔이 덮쳐
우린 마음 놓고
울 수도 없네요

어떡하니?
어떡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답은 없고
공허한 메아리뿐!

숨을 못 쉬는 순간의
그 무게가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고
두려웠을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선뜻 할 수가 없어
그냥 그냥
두 주먹으로
가슴만 치고 있네요

한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참히 깔려 죽은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여

이 땅에서 다신 
이런 일 안 생기게 
최선을 다할게요 
그대들 못다 이룬
꿈들을 조금씩 
사랑으로
희망으로 싹틔우고
꽃 피워서 
그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할게요

멈추지 않는 눈물과
슬픔의 심연 속에
사랑을 고백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기도할게요

우리의 하얀 슬픔을
상복으로 입고서
안녕, 안녕이라고!

 

이해인 수녀
이해인 수녀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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