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렬 / 너희들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다, 외 1수
주해봉 / 부디 그곳 하늘나라에선...
리성철 /  탈출구 없었던 거리
김정권 / 이태원 분향소
류재순 / 좁은 골목
홍연숙 / 이 가을에는
성해동 / 시월의 어느 이별
김정수 / 이태원 참사 5행시
신명금 / 지는 꽃
박계옥 / 함수초(이태원 참사 -행시)
박영진 / 이태원참사
김경애 / 시월의 어느 마지막 날에(디카시)

너희들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다

변창렬 


한밤에 스러지는 별을 보았나
그들의 별자리는 이태원 골목이다
누군가 혹은 또 누군가
약속한 별자리는 아니였다

먼 옛날의 혼을 부른다가
따라간 그림자로 되였나
목메이는 눈물도 막을 수 없구나
외롭고 쓸쓸하다는 말은
이때의 너희들이 겪는 참혹한 비극이다

순간이란 왜 서러운 것 일까
넘어 지는 순간이 왜 그리도 힘겨울까
발이 들뜨는 순간에
별자리가 찾아 와서 만들어 졌나 부다

눈을 감지마라
여기의 아파트와 고속도로도 익혀 두라
내려다 볼 때
솟아 있는 것은 백두산 설악산이고
지평선으로 보이는 것이 고속철이다
이 모든 것은 너희들이 살아 갈 별자리인데

그것이 너희들 돌아오길 기다리는
도로표식이 아니냐
저 아파트 어느 문이나 밀고 들어 가거라
모두가 고맙게 반겨 줄거다
밥상에 숟가락이 너희들의 것이다

그렇지 해 뜰 때의 빛이 
너희들 얼굴로 뜨거웁 겠다
빛의 신화를 만들며 살거라
북두칠성이 너희들이라 믿겠다

 

꽃은 철들기 전에 진다

 

이쁜 꽃은 
왜 저리 빨리 지는 걸까
그것도
겨울의 동백꽃 떨어지 듯이

내리막이 낭떨어지인가
한창 피는 꽃들 꺾이니 
가파로운 지옥의 길이여라
들려있는 발이 떠다니는 하늘이구나

혼을 부른다는 날
너희들이 혼이 되였다
누가 불러주나
서로 손잡고 흩어지지 마라
낯선 길은 외롭다
영원히 지지않는 꽃은 없나
너무 이르게 겪는 불행이여

꽃은 철이 들면 씨앗이 생기거니
여기의 숨소리를 갖고 가라
꺾이지 않는 꽃으로 피거라

 

부디 그곳 하늘나라에선...

  주해봉    

 

가을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10월의 끝자락
황홀한 단풍잎들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성이건만

채 피어나지도 못한 
죄없는 저 꽃들이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무더기로 스러졌다

비바람 때문도 아니었고
한파 때문도 아닌
영문도 모른 채
긁히고 짓누린 모습으로
미처 뿜지 못한 향기만 
고스란히 가슴에 품은 채
그렇게 뜬눈으로 사라졌다

애원에 젖은 절규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이
사력을 다해 허우적대는 손길
잡아주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쓸쓸히 불쌍하게 사그라졌다

채 피어나지도 못한 채
찬란한 칠색무지개만 그리다
황망히 밤하늘의 별이 된 여린 영령들
저 새파란 이팔청춘 불쌍해서 어쩌지?
참을 수 없는 이 슬픔 
어디다 하소연할꼬!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구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부디 그곳 하늘 나라에선 
막혔던 숨 활 토해내며 
아픔 없이 마음껏 푸르름 자랑하려무나

 

 탈출구 없었던 거리
  리성철

 

별들이 스러진 어두운 그날 밤
10만 명 인파가 흐르는 청춘의 밤거리에
탐욕의 불법건물들이 비좁은 길을 막아
당국의 통행 관리 시스템조차 작동을 멈춰
아비규환의 참사현장에 탈출구가 없었다
통제불능 인파에 눌리고 넘어져 짓밟혀
축제의 장이 젊은이들의 무덤으로 되었다
꼼짝달싹 못하고 비참히 죽어가는 그 순간 
얼마나 아프고 두렵고 무서웠을까
어른들의 탐욕과 안일과 무방비에
부푼 가슴에 품었던 청춘의 고운 꿈과 함께
피다 말고 짓밟혀 쓰러진 가여운 꽃들이여

꽃다운 젊은이들의 슬픈 영전에
애도의 꽃 한 송이 바치지 못했지만
이 가을은 유난히도 음산하고 춥다

 

이태원분향소

김정권

 

꽃을 너무 촘촘히
놓지 말아요

꽃잎이 아파요

꽃을 장져놓지는 
더구나 말아요

꽃이 숨 막혀요

’,’.;’’.‘,,’..;;’,,;’;’.!!!

엄마!

저희 영혼이라도
엄마의 자궁 속에
도로 보내주세요

 

좁은 골목
류재순 

 

휘여, 
이태원 일번 출구는 바로 코앞인데 
이어진 좁은 골목엔 나갈 길이 없었네

숨막히는 아우성 소리 
가슴을 찢는 죽음의 발톱소리 
하늘도 듣고 땅도 들었건만

싱싱한 꽃들이 짓밟히고 뭉개여졌다 뜯기는 이 살점의 아픔이 
멈춘 생명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땅을 치는 부모님들이야
몇백 번을 뜯기우고 터진들

 하늘엔 비가  없구나 
그많은 빗물이  내 가슴에 몰려와
오늘도 우리는 
저 떠도는 영혼들을 위해
구실도 찾지 못한 
안식을 구해본다…

 

이 가을에는

홍연숙


대봉감 7알을 얻었는데 
하나같이 떫은 표정이다
저런 멍 진 얼굴 어디서 많이 본듯
생생한 아픔에 언 손이 
선 뜻 다가가지 못한다

이별의 순간까지
그 뒤에 오는 슬픔 따위를 상상이나 했을까
세상의 모든 고통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그 공포로 긴장된 근육이 저렇게 
긴 아픔을 이어가게 했을까

허공에 남은 것들
동고 동락하며 꽃 무지개같은 생각을 키워온 것들
그것들을 하늘에 말리고
비에 적시고
땅에 묻어야 하는

스스로 그 슬픔이 짓무를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다
아무리 먼 곳의 슬픔일지라도
우리는 함께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가을에는 선물도 슬프다


시월의 어느 이별 
- 이태원 참사 추모 시

성해동


참사라니!
압사라니!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전시도 아닌
여유로운 도심에서 

또다시 허무하게 지다니
갓 돋아난 새움이
만개하지도 못한 꽃망울들이 

죽음의 덫이었나
아침 햇살이 들어오기에도 좁은 
이름조차 없는 그 골목은 

파도처럼 쓸려오는 인파에
없었다! 질서도 대처도
없었다! 정부도 국가도 

아수라장 그 현장에는 
내팽개친 우리의 안전 불감증뿐
뒤엉켜 넘어져 깔리고 밟히다
한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공포에 떨다 죽어간 젊은이들뿐 

그 누구의 책임입니까!
아직 사랑을 시작도 못 했는데
느닷없는 이 이별은 정녕 

이 하얀 국화는 지상의 통곡이고
저 붉은 단풍은 하늘의 피눈물인가 

묵념하며 향을 사른다
잊지 못하리 나는
차마 잊지 못하리
가슴에 아린 애련을 남기고
시린 별이 된 영혼들을 

미안하고 죄송해요, 지켜주지 못해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게요
꼭 명심할게요, 임인년 10월 29일을 

 

이태원 참사(5행시)
김정수 

 

이~
  렇게 억울하게도
  떠나도 되는 건가요
태~
  양 아래 활짝핀
 아름다운 꽃입니다
원~
 대한 포부를 품고
 잘자라고 있었는데
참~
 을 수 없는 가슴에
 5천 만개 비수가 꽂혀
사~
 랑스런 젊은 영혼들
 고히 고히 잠드시기를

 


지는 꽃

 신명금 

 

아찔한 골목길에 쓰러진 꽃들이여

좋은 날 고운 옷에 압사란 원 말이냐

가는 길 한스럽다만 
그리울 땐  오려 마

2022. 11. 8.

 

 

함수초(이태원 참사 -행시)
박계옥 

 

슬 위에 내려온 별들이었나 
산도 무심히 보고만 있었네 
초로 돌아 가는길 몇리더냐   
야속하다 하늘이여 
랑별 가슴마다 꽃망울 졌었는데 

피지도 못한채 시들어버린
아,그대들 이름은 함수초였던가  

 

이태원참사
 박영진


이~
   런 일이 어떻게 이태원에서
일어날수가 있는가?
태~
   만하고 부실한 어른들때문에
아까운 청춘이 쓰러졌다!
원~
   래는 어른들이 먼저
하늘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참~
   담하고 비정한 현실앞에서
나는 할말을 잃었다
사~
   고는 예고가 없다는데
이번 참사는 예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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