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용언어정책 강화 속 조선어 교육 문제 화두로 떠올라

조선족연구학회 2022년도 전국대회가 지난 11월 5일 줌 회의(Zoom meeting)로 비대면식으로 개최됐다.

대회는 학회 제8대 회장인 죠치대학교(上智大学) 권향숙 부교수의 개회 축사로 시작하였다. 권 회장은 이번 학술회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평소에 갈고 닦은 연구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더욱 훌륭한 학술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장을 제공함과 아울러, 올해는 특별히 연변조선족자치주 설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조선족 사회의 면면을 조망해보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대회 취지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이번 학술대회는, 리츠메이칸대학교(立命館大学) 박사과정 권태걸의 「통감부 시기 조선인이민정책」, 와세다대학교(早稲田大学) 박사과정 리려영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조선족의 인구이동과 가정 교육에서의 민족문화 전승의 변용」이라는 주제로 오전 세션을 장식했다.

오후 첫 번째 세션은 데이쿄대학교(帝京大学) 박경옥 부교수의 사회로 서막을 열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이라 명명한 이 세션에서는 특별히 중국 연변대학(延辺大学) 인문사회과학원 허명철 교수와 중국 청화대학교(清華大学) 인문사회과학고등연구소 송념신 교수를 초빙하여 각각 「조선족 교육의 전통과 현황」,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중국 조선족」이라는 제하題下의 강연을 청취하였다.

조선족 학교 민족언어 교육 쇠퇴를 가속화 한 작금의 민족정치환경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 내부의 자주성과 능동성을 통해 ‘구조적인 벽’을 극복해갈 것인가에 대한 허명철 교수의 문제의식과 ‘미래지향적인 방안’ 제시는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열띤 토론도 전개됐다. 이날 대회 패널리스트로 나선 게이오대학교(慶應義塾大学) 오무송 부교수는 허명철 교수의 문제 제기에 감명받았다며, “국가와 개인 차원(연변대학 소속 교수 입장) 에서 ‘민족교육’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민족교육과 사회과학의 중요 키워드인 ‘근대성’을 관련지어 사고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허명철 교수는 ‘민족교육’의 대상을 ‘민족(집단)’ 으로 삼고 있는지, 아니면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춰왔는지 되짚어 봐야 하며, 아울러 조선족 교육에서 ‘근대성’이 지닌 함의와 범주에 대한 재 정립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허명철 교수는 민족자치라는 법 제도의 실행 내실은 논외로 해야한다고 포석을 깔면서, ’민족교육’ 차원이 아닌 ’지방과목’ 설치 등 여러 우회적인 루트와 공간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조선족 사회의 교육 인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학 입시’라는 대의 명분 아래, 교육은 단지 ‘수단주의’적 관점에서 초점이 맞춰져 왔다. 또한 공동체 내부의 능동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마저 사각지대로 몰고 있는 상황은 분명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국가통합 및 국민 정체성 강화가 요구되는 정치환경 속에서, 위(危)보다 기(機)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허명철 교수의 제언은 ‘마이너리티’의 주체화라는 푸코적인 시점에서 볼 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의 마지막 세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재외 조선족 커뮤니티 대응과 변화」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お茶の水女子大学) 남옥경 박사의 「팬데믹 하의 중국 도시 조선족 커뮤니티」, 니가타 산업대학교(新潟産業大学) 김광림 교수의 「일본 조선족 커뮤니티와 팬데믹 경험」, 한국 부경대학교(釜慶大学) 예동근 교수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한국사회의 변동과 재한조선족」 이라는 제하의 발표가 차례로 진행되었다. 지난 3년 동안의 팬데믹 상황에 대해 ‘조선족 커뮤니티’가 경험한 생생한 사례를 통해 회고해볼 수 있는 ‘장’이였다.

리츠메이칸대학교(立命館大学) 교수인 정아영 학회 부회장은 “한국,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에 있는 재외 코리안 연구 관계자들도 함께 온라인을 통해 폭넓은 논의를 펼칠 수 있었던 이번 대회를 통해 학회의 가능성을 재발견했다”고 긍정했다.

조선족연구학회는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조선족’이라는 타이틀을 단 공식적인 학술단체로, 1999년에 결성된 이래, 일본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조선족연구학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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