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시몽문학회 <겨울> 시제 작품묶음


겨울 /강 려


쌍지팡이 짚은 그림자
바람 밟으며 그려가는 
네 줄기 자국... 

태양이 햇살 뿜어
그 흔적 감싸 안는다

파도 튕기며 펼치는 
눈꽃의 미소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귓가에 주어 담을 때

시간의 가지(枝头)에 걸린 
희망 나부끼는 소리.... 
발가락 감아쥔 
명상 다독이고 있다

 

겨울 /윤옥자 


비명 압도하는 미소는 
계절의 눈물인가 

볼모로 잡힌 오두막 
무릎 꿇어 키를 낮추고 
파업하던 날 

구름은 마른검불 날려 
동공 속 만화경으로
하늘땅 뒤집어본다 

매화 향기 질려버린 
엄동의 숨결, 포박되어 있다 

 

겨울 /조혜선  


계절이 잘랑대던 울바자동네, 지금도 동면의 이불속에 꿈 꾸는 것일까. 굴뚝은 엽초 말아 숨 감아올리는데, 보라빛 나팔꽃과 더위 타는 당콩, 그리고 성깔 시원한 오이들이 끼리끼리 긴 탯줄에 재롱떨며 매달려있다.  
 
볕을 당겨 파란 싹 키워내고 땀 들여 결실 받들어 올리니, 하늘이 은혜의 땅에 은보석 뿌려주지 아니 한가. 빛들의 겨룸에 눈부신 들판, 여유로운 깃발들, 그 홀가분한 몸짓에 구름 뒤에 숨었던 햇님도 지붕가까이 내려와 앉는다.  

분주한 사립문, 눈길에 묶이어있다. 잠깐 게으름 피우는 저 켠에 빨간 코 눈사람 좋다고 맴도는 검둥이, 자박자박 수묵화 딛고 가며 버들개지 쫓아오는 소리에 멍멍멍 쉴 틈 없이 짖는다

 

겨울 /정두민


마음의 호수 
그 선착장에 닻 내린 집합들
나부끼던 상념으로
심리상담 받고 있다

백색의 원조, 기원 받쳐 든
입김의 주파에
환각의 몽유가, 만남 배척하는 
산야를 떨고 있다

큐알코드에서 빠져나와 춤추는 
지문의 촉감
우주의 결백으로 
제2의 자아와 부딪치며 시동을 건다 

 

겨울 /정하나


동지팥죽에 연륜 삼키고
달력 한 장
계절 속을 걸어간다

두께 재는 젖은 손
매화향기 잡아주며
새벽 찬바람, 콧마루 잡아주네

잠속, 커 가는 보름달
미소에 고향생각 얹어 두며 
일사천리, 몇몇 해…

초하루 드레스가
님 따라 또 한 고개
하얗게 영 넘어 가네

 

겨울 /리순희 


콧등에 내려앉는
옥구슬의 분신들이다

빈 들녘 전봇대 휘파람소리가
어둠 선물한 빛으로
빈 가슴 살찌워간다 

버선발로 다가선 
툰드라 기슭에 펭귄의 만찬놀이 

우주모퉁이에 
세월의 은총 만끽하며
별빛 미소로 반짝이고 있다

 

겨울 /영운


흐느끼는 하얀 꽃잎 
얼어든 나뭇가지에 눕는다

들숨날숨 
힘겹게 쓰러지는 영상들 
눈앞을 스쳐갈 때

한 올 해빛에
다시 긴긴 밤 
꿈꾸어보는 알레르기의 꿈틀거림

무대에서
유령들 공연이 한창 진행형 
펼쳐들고 있음을 본다 

 

겨울 /신정국 


서슬 푸름이
천지를 강타 한다  
우직한 동장군
찬바람 몰고 올 때
날이 갈수록 시리도록 그리운 것은 
호주머니 속
살가운 온정때문이 아니다

더불어
차가운 손에 
따뜻함, 충전되어가기 때문이다 

 

겨울 /김소연


충견의 
완성은 굴절되어있다
데시벨의 군림
부서져 내리고
소망의 숯덩이 파도에 휩쓸려간다

고삐 끊긴 광분이 
소잔등에 올라탈 때마다
서리 맞은 별빛 사연, 속삭여주는 소리

물 위 날으는 지느러미
뒷걸음에
파문은 숨죽여 굳잠 청한다

자궁이 피 흘리는 날은
각성의 하루,
하늘 땅 맞붙은 지평선에서
봉황으로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겨울 /권순복


낙엽 시집 보낸 
앙상한 계절이
눈 한줌 움켜쥐고 시린 가슴 달랜다

펭귄은 
남극대륙 한기에  
오늘도 첫걸음 내디디고 있을 것이다

별들이 눈멀어버린 날
사념도 괴로움에 쇼크 해버리면
메말라 뼈만 남은 잎새들 
아픔은 가슴을 돌로 응고시실 것이다

설화 한잎 술잔에 녹여
그리움 마시는 엄동의 순정이다

봇물 잉태하는 아름다운 기억이 
매화꽃 쑥쓰러운 눈언저리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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