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 한정호 제사
                                                    묵인 한정호 제사

 


독후감1

 

추모시:

바늘 인생을 사신 엄마여!

 

태어나서 일평생

엄마는 

바느질만 하셨습니다

 

바늘 하나에

사랑을 꿰고

바늘 하나에

희망을 꿰고

바늘 하나에

사명을 꿰고

 

엄마는 한평생

바늘로

인생을 꿰였습니다

24시간

하루가 모자라

새벽시간까지 당겨 쓰시면서

엄마는 꿰고 또 꿰였습니다.

 

갈라진 곳은 봉합하고

짧은 곳은 늘구고

넘치는 곳은 자르고

구멍 난 곳은 가려주면서

엄마는 

한평생 꿰고 또 꿰였습니다.

 

바느질감이 늘어날 수록

엄마의 손마디는 거북등처럼 휘어갔고

엄마의 인생은

재봉틀 위에서 흘러갔습니다.

 

바늘에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붉은 코피가

재봉틀 위를 물들였지만

엄마는 

원망 한마디 없었습니다.

 

고생의 대가가 행복임을 아셨지만

엄마는 행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단 한 쪼각의 행복일지라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를 바랐고

손군들에게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면서

수 없이 많은 바늘을 바꿔 꿰면서도

엄마는 한평생

삶의 지조를 바꾼적이 없습니다.

 

닳아서 무드러진

수 없이 많은 바늘을 버리면서도

엄마는 한평생

정 하나만은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93세!

 

엄마의 인생 단추가

100개까지 되길 바랐지만

엄마는 

아흔세개개의 인생단추를 꿰어놓고

조용히

떠나가셨습니다.

100개의 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2020년 5월 4일

하늘이 되었습니다

 

단 한줌의 숨결이라도 담아 보려고

심장을 녹여가며 지켰건만

우리는 

끝끝내 

떠나가는 엄마의 손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홉 고개에서

완주하지 못하시고

93개의 단추만 채우시고 돌아가신

엄마여!

 

엄마의 인생단추는

이제

우리들의 가슴에서

빛납니다.

 

벗고 입을 때마다

입고 벗을 때마다

엄마는 우리와 함께 할 겁니다.

 

그리고 말씀 하실 겁니다

93세 개 이상은

채우며 살라고…

93세부터

새 인생을 살아보라고…

 

엄마가 꿰놓은

아흔세개의

옥돌 같은 단추를 보듬어 보며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허강일 연변일보사 청도주재 기자, 작가

2020년 5월 6일 청도에서

 

                           70세를 바라보는 둘째 아들 남룡해, 90세 로모의 머리를 깍아드려
                           70세를 바라보는 둘째 아들 남룡해, 90세 로모의 머리를 깍아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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