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1호] 순간 포착과 诗의 절묘한 만남

 

맑음 주의보/ 한미나

어제를 돌려 내어
널었다

햇볕 묻은 자리가 
홀가분한 오후

내일도 빨래가 되고 싶은

 


 

인생 무상/ 김경애

크고 작은 눈물방울에
이야기 한 보따리씩 머금고
솔솔솔 바람이 불어오면
그대로 스칠 이슬같은 인연들

 


 

돈아/ 박계옥

나이를 묻지 마라 

사랑도 
우정도 
세월도 꽉 채워 넣었다

 


 

 모정/ 장문영

꺼질 줄 모르는 작은 불꽃
그대가 있었기에
나도 따뜻한 사람일 수 있었습니다

 


 

 빈털터리의 깨달음/ 이해란

아양 떨던 모든 이들
바람 한방에 떠나지만 

호황에 거리 두던 친구는
언제나 함께였다

 


 

무상/ 이초선

내가 내려앉았을 때
세상사 이야기는 멀어져 간다

 


 

읽다/ 이준실 

어려웠다 서로를 읽는다는 건 
너와 나 사이에 행간을 읽어낼 즈음 
흔들림 속에서도 비로소 
읽고 읽히며 
가까이 다가선다

 


 

늦었지만/ 김순자

남들이 서둘러 떠난 자리
타박타박 뒤쫓아 왔다 

기다려준 누군가에게 
따뜻한 별이 되고 싶은

 


 

소울 메이트/ 심송화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단단한 몸집 하나뿐 

눈시울을 뜨겁게 해요 
아등바등 기어와 
지친 고독 달래주는 저 손길들

 


 

엄마라는 길/ 최춘란

발 딛고서도
손으로 더듬고서도 
방황했던 길이 무수했다

이 길만은 다르다 
확실하니까 확실하게

 


 

그리움/ 성해동

손을 놓았나 보다, 갈바람도 

원고지 시구절은 한껏 헝클어 놓아도
지울수록 오히려 뚜렷해지는 

그대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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